음식물쓰레기, 이렇게 버리면 터질 거예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탄생①] 서울 광진구청 환경미화원들과 6시간 동행

등록 2008.07.04 11:42수정 2008.07.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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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에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가정에서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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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 쪽에 쌓여 있는 재활용쓰레기들. ⓒ 김대홍


시인 김지하는 "똥은 밥"이라고 했다. 쓰레기도 원래는 "쓸모있는 물건"이었다. 쓸모있는 물건이 쓸모를 다해서, 쓰는 사람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과하게 만들어져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쓰레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철학의 영역이다. 만들어지는 순간을 쓰레기의 시작이라 할 수도 있고, 쓰는 과정이 시작일 수도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버리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고 하는 게 가장 타당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쓰레기가 쓰레기봉투에 넣어져 버려지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순간을 쓰레기의 시작으로 보겠다. 여기서 만들어진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를 살펴보는 게 이번에 다룰 내용이다.

도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환경미화원의 몫이다. 이들을 따라다니면서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환경미화원의 일상을 엿보게 됐다.

도시 쓰레기의 세계를 안내해준 환경미화원들은 30년차 고참에서부터 1년차 신참까지 다양했다. 연탄이 쓰레기의 대부분이던 시절부터 스티로폼 쓰레기가 폭증하는 요즘까지 그들은 온몸으로 도시 쓰레기가 변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지난 7월 1일부터 2일까지 광진구청 환경미화원들을 따라다녔다. 광진구청은 청소업무가 대부분 대행업체로 넘어간 서울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직영 부문이 남아있는 곳이다.

[오후 6시 30분] "흙범벅 스티로폼이 재활용품? 우기지 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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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돌기 위해 준비 중인 환경미화원.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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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농, 책장 등 대형폐기물을 부순 뒤 옮기고 있다. ⓒ 김대홍



1일 오후 6시 30분 광진구청 청소과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에 집중 설명을 들었다. 광진구청에선 쓰레기를 종류별로 수거한 뒤, 각기 다른 지역에 보낸다. 생활쓰레기는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강남자원회수시설과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 보낸다. 음식물쓰레기는 인근 강동구와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음식물처리업체에서 처리한다.

폐목재는 임시집하장을 거쳐 인천으로, 합성수지류는 곧바로 인천에 있는 업체로 간다. 재활용쓰레기가 갈 곳은 남양주다. 광진구청에서 모인 각각의 쓰레기가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수도권매립지다. 쓰레기 세계의 '무덤'인 셈이다.

생활쓰레기는 줄어들다가 다시 조금씩 늘고 있다. 2003년 5만9396톤이던 생활쓰레기는 이후 5만3814톤(2004년), 3만7037톤(2005년)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다시 3만9330톤(2006년), 4만2572톤(2007년)으로 느는 추세다.

합성수지류도 증감 모양이 음식폐기물과 비슷하다. 2003년 4878톤이던 합성수지량은 2005년 2492톤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3024톤으로 다시 늘었다.

음식물쓰레기는 줄곧 오름세다. 2003년 8888톤이던 쓰레기 양은 1만417톤(2004년), 2만2458톤(2005년), 2만5085톤(2006년), 2만8556톤(2007년)으로 끊임없이 늘고 있다. 폐목재 또한 2003년 1451톤에서 2007년 2206톤으로 66% 정도 늘었다.

광진구청 환경미화원 숫자는 134명. 68명이 수거업무를 맡고, 나머지 64명이 가로 청소, 즉 길가를 청소한다. 청소과 직원들에게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된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일반쓰레기(종량제 봉투), 타지 않는 쓰레기(특수 마대), 재활용품(투명 봉투), 음식물쓰레기(음식물 봉투)를 나눠서 넣어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재활용품 봉투가 무상이라는 점을 이용해 여기에 음식물을 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무단투기 문제도 나왔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말에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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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 ⓒ 김대홍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나섰다. 저녁 7시 26분 자양시장 앞 도착. 청소과 백승진 주임과 자양 1·2동 반장인 이대희씨와 함께였다. 백 주임은 환경미화원 인사와 청소작업 관리, 청소대행업체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이대희 반장은 청소작업 분야 일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

현장에선 환경미화원 한 명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오후 4~5시 경이면 출근하니, 벌써 일한 지 2~3시간쯤 된 셈이다.

자양시장 앞에 제법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 음식물쓰레기통 34개가 한쪽에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옆에 대형폐기물이 놓여 있다. 무단투기 쓰레기도 한쪽에 쌓여 있다.

반장과 직원이 환경미화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와. 작업 다 점검하고 나면 오전 8~9시 정도 되는데, 좀 자려고 하면 전화가 오고, 좀 자려고 하면 전화가 오고…."

"환경미화원들은 아침에 퇴근을 해요. 그러면 힘든 일을 마쳤으니 술 한 잔 하고 싶을 거 아냐. 밥 먹으면서 술 한 잔씩 하는데, 그 때가 다른 사람들은 출근 시간이거든. 보기 싫다고 전화를 해요. 그래서 퇴근한 뒤엔 절대 작업복 입고 술 마시지 말라고 이야기하긴 했는데…."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많아. 더러워진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안 되거든. 그런데 흙이 범벅이 된 스티로폼을 갖고 와서 재활용이라고 우기는 거야. 참."

"1회용 비닐은 재활용 품목이긴 하지. 하지만 이물질이 없어야 재활용이 가능하거든. 그런데 대부분 이물질이 있는 상태야."

"260㎏짜리 쓰레기를 내려달라고? 그러다가 사람 다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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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모인 쓰레기. ⓒ 김대홍


현장에선 이종석(58)씨가 열심히 장롱·책장 등 대형폐기물을 부수고 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고참 환경미화원이다. 이씨는 "밤늦게 하면 시끄러워 주민들이 항의를 한다"며 "대형폐기물 처리를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레를 끄는 이씨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골목 입구마다 대형폐기물이 쌓여 있다. 멀쩡한 책장이나 새것처럼 보이는 나무판자도 폐기물 자리에 있다.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의자는 아주 멋지다.

"이것 나무 상당히 좋은데. 시골에서 평상 만들면 딱인데."

곁에 있던 이대희 반장이 아쉽다는 투로 말한다. 이종석씨가 말을 받는다.

"일을 하다 보면 아까운 물건들이 참 많아요. 오죽하면 냉장고·세탁기를 모두 다 주워다 썼겠어요. 쓸 만한 것 많이 나와요. 진짜."

이렇게 버려진 물건들은 모두 소각장으로 간다. 어느 집 앞에 책장이 하나 나와 있다. 꽤 무겁겠다고 했더니 이 반장이 갑자기 문제를 낸다.

"대형폐기물 중에 가장 무거운 게 뭔지 알아요?"
"글쎄요. 대형냉장고?"
"피아노예요. 피아노. 260㎏이나 돼요. 우리 식구 다섯 명이나 와도 못 들어요. 한 번은 피아노 버린다면서 우리 보고 5층에서 내려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잘못하면 우리 식구 다치는데….

골목에서 나오는데 벽 한쪽에 쓰레기가 한 무더기 쌓여있다. 이종석씨가 그냥 지나친다. 반장이 "왜 지나치냐"고 묻자 "딱지(폐기물 신고증)를 안 붙였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냥 실어줘"라고 하면서 반장이 쓰레기 더미를 든다. 이씨는 "신고는 인터넷(구청 홈페이지)으로도 할 수 있는데…"라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대형폐기물을 무단 폐기한 뒤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집 앞에 냉장고나 세탁기 등 무거운 물건이 신고증도 없이 나와 있는데, 문을 두드려 물어보면 자기 집 물건이 아니라고 한다고.

"아니, 생각해보세요. 그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남의 집 앞에 버리겠냐구요. 신고증도 없이 버려놓고, '왜 빨리 안 치우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어요."

길 몇 군데를 돌고 나니 비었던 수레가 가득 차 있다. 수레에 쌓는 것도 요령이지만, 임시 집하장에 내려놓는 것도 요령이다. 잘못하면 차도로 흘러나와 통행을 방해할 수 있다.

나무판대기에 붙어있던 못에 찔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의약품은 단 하나, '대일밴드'다. 아프다고 해서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직업이 환경미화원이다. 이종석씨는 "지금까지 크게 다친 적은 없다"면서 껄껄 웃는다.

[저녁 8시] 달인들이 말하는 '착한 음식물쓰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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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씨는 큰 비닐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담는다. 두 손으로 들고 손수레까지 가면 미끄러워서 떨어뜨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 김대홍


임시집하장에 새로운 환경미화원이 나타났다. 박종선(39)씨. 광진구청 환경미화원 중 제일 막내다. 지난해 7월 1일 발령을 받았으니 일한 지 만 1년이다.

반장이 "이 일하면서 몸무게가 '팍' 줄었어, 안 그래?"라면서 말을 붙인다. 1년 전 82~83㎏이던 박씨의 몸무게는 69㎏으로 줄어들었다.

박씨를 만났을 때 시계는 저녁 8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단다. 일하다 배고프면 그때 그때 먹는다고. 도시락을 싸오는 박씨가 저녁을 먹는 시간은 보통 밤 10시.

일하는데 무엇이 어려운지 물어봤다.

"날짜와 시간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격일로 배출을 하는데, 이틀 정도 묵혀 있을 때도 있어요. 음식물 같은 경우는 그러면 썩어서 냄새가 나는데, 아주 난감하죠. 신 김치를 쓰레기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을) 시간이 지난 뒤 내놓은 적이 있는데…, 아유."

무단투기도 어려움 중 하나다. 동네를 돌면서 쓰레기를 치우는데, 치운 뒤 바로 버리면 일을 안한 것처럼 보인다. 이날 동행하다 보니 한 바퀴 돌면서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다시 쓰레기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주민들이 "청소를 안 한다"고 항의전화를 한다. 쓰레기가 현장에 있으니 변명할 수도 없다.

골목 안쪽 집 앞에 의자가 놓여 있다. 박씨 말로는 2주 정도 이 상태다. 평소 박씨는 매직펜을 갖고 다니는데, 이런 무단폐기물을 보면 "폐기물 신고하세요"라고 써놓는다. 그러면 절반 정도는 신고증을 사서 붙인다고.

무단투기가 많으면 일이 아무래도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사람들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박씨는 무단투기 현장을 직접 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돈 없으면 봉투 사드릴 테니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는 편이다. 어쨌든 주민들과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가 봉투 사드릴게요, 무단투기 하지 마세요"

박씨는 음식물쓰레기를 가지러 골목에 들어갈 때 큰 봉지를 하나 들고 들어간다. 음식물쓰레기봉지만 들면 물기 때문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그래도 물기가 계속 묻어서 수시로 수건에 손을 문지른다. 음식물쓰레기가 터지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히 이날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터지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음식물쓰레기 상태는 집집이 조금씩 다르다. 환경미화원 입장에서 봤을 때 좋은 음식물쓰레기는 물기가 적은 것이다. 들기가 좋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꽉 묶은 쓰레기봉투다. 느슨하게 묶으면 들다가 풀릴 수도 있다.

가장 나쁜 상태는 봉투 끝까지 쓰레기를 채운 뒤 끝을 테이프로 봉한 경우다. 무겁기도 한  데다가 들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터져서 몸과 얼굴에 튄 적이 있다. 처음엔 손으로 일일이 긁어서 퍼 담다가 지금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갖고 다닌다. 제대로 묶어서 들 수만 있게 해준다면 좋겠다는 게 박씨의 바람이다.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제야 생각난 질문을 던진다.

"실례지만 어디서 나오셨어요?"
"<오마이뉴스>요."
"아, 케이블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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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미끄러우면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시로 수건에 손을 닦는다. ⓒ 김대홍


지금 시각 저녁 8시 27분. 30분 정도 수레 뒤에서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맡고 다녔더니 머리가 몽롱해지면서 살짝 아파져 온다. 박씨는 장갑을 끼고, 그 위에 다시 비닐장갑을 낀 상태로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든다. 그래도 손에 배는 냄새는 어쩔 수 없다.

작업하기 힘든 날은 비 오는 날이다. 폐기물 차가 오면 트럭 위에 올라가서 봉투를 실어줘야 하는데, 바닥이 미끄러우니 차에서 떨어질 위험이 크다. 아무리 조심해도 아차 하면 바닥에 떨어진다.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날은 일요일과 월요일. 주말에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먹고, 이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환경미화원들이 쉬는 날은 일주일에 단 하루, 토요일 뿐이다.

박종선씨는 주민들에게 무척 인사를 자주 하는 편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나오면 무조건이다.

"주민들 만나면 인사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나에 대해서 알게 되고, 쓰레기도 조금 더 신경쓰지 않을까 생각해요."

평소 열심히 인사를 한 효험이 있기 때문일까. 갑자기 주민 한 명이 나타나 냉커피를 권한다.

"아유, 힘든 일 하는데 드세요."

저녁 8시 49분. 수레에 짐이 많이 쌓였다. 박씨가 출발할 때 무척 힘들어 한다. 살짝 밀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내겐 잠깐 하는 깜짝 체험이지만, 그에겐 일상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환경미화원 #쓰레기 #광진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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