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72) 보편적

― '보편적으로', '보편적일 수', '보편적으로 쓰이게' 다듬기

등록 2008.07.03 15:31수정 2008.07.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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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보편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결론

 

.. 공해 피해의 당사자인 주민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막후교섭에서는 모든 주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결론이 내려지기보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기 쉬우며 .. <내 땅을 지키고자>(목포녹색연구회, 풀빛, 1988) 21쪽

 

“공해 피해의 당사자(當事者)인 주민(住民)들”은 “공해 피해를 곧바로 받는 사람들”이나 “공해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로 고쳐 줍니다. “모르는 상황(狀況)에서”는 “모르는 가운데”로 손보고, ‘진행(進行)되는’은 ‘이루어지는’으로 손보며, ‘막후교섭(幕後交涉)에서는’은 ‘뒷이야기’나 ‘몰래 이야기’로 손봅니다. “설득력(說得力)이 있는 결론(結論)이”는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이야기”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로 손질하고, “개인적(個人的)인 이해관계(利害關係)에 좌우(左右)되기 쉬우며”는 “몇몇 사람 잇속에 흔들리기 쉬우며”나 “몇몇 사람한테 도움되는 쪽으로 흔들리기 쉬우며”로 손질해 줍니다.

 

 ┌ 보편적(普遍的)

 │  (1) 두루 널리 미치는

 │   - 보편적 추세 / 보편적으로 쓰는 말

 │  (2) 모든 것에 공통되거나 들어맞는

 │   - 보편적 가치 / 보편적 성격 / 보편적이고 예외 없는 규칙

 │  (3) = 일반적

 ├ 보편(普遍)

 │  (1) 두루 널리 미침

 │  (2) 모든 것에 공통되거나 들어맞음. 또는 그런 것

 │   - 보편의 원리

 │  (3) 개별적인 사물과는 달리 ‘책상’, ‘사람’, ‘아름다움’과 같은 일반

 │      적인 명사에 의하여 지칭되는 대상

 │  (4) 우주나 존재의 전체에 관계됨

 │

 ├ 보편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 두루 설득할 만한

 │→ 고루 받아들일 만한

 │→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 …

 

“모든 주민들한테 설득력이 있는 결론”이라는 글월 사이에 ‘보편적으로’가 들어갔습니다. 이 자리에 쓰인 ‘보편적으로’라 한다면, ‘두루’나 ‘고루’나 ‘골고루’나 ‘넉넉히’를 뜻하는구나 싶어요.

 

 ┌ 보편적 추세 → 요즘 흐름

 ├ 보편적으로 쓰는 말 → 흔히 쓰는 말

 └ 보편적이고 예외 없는 규칙 → 누구한테나 예외 없는 규칙

 

그러면 “보편적 가치”나 “보편적 성격”이라고 할 때에는 무엇을 뜻할까요. 국어사전 말풀이를 보면 ‘모든 것에 공통되거나 들어맞는’이라고 합니다. ‘공통(共通)’은 “두루 통함”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모든 것에 두루 들어맞는”이 ‘보편적’이라는 소리인데, 이 뜻을 헤아린다면 ‘똑같은’이나 ‘마찬가지’가 ‘보편적’이구나 싶어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똑같은 값어치”나 “똑같은 성격”이라고 말할 만한 자리에 ‘보편적’을 넣은 셈입니다.

 

ㄴ. 서울의 시각이 보편적일 수는 없다

 

.. 신문사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서울의 시각이 보편적일 수는 없다 ..  <글 그래도 쓴다>(조선일보사, 2005) 183쪽

 

‘시각(視角)’은 ‘보는 눈’이나 ‘눈길’로 다듬은 다음, “서울의 시각“은 “서울사람 눈길”이나 “서울에서 보는 눈”이나 “서울사람 눈”이나 “서울사람 생각”으로 다듬어 줍니다.

 

 ┌ 서울의 시각이 보편적일 수는 없다

 │

 │→ 서울사람 눈이 보편일 수는 없다

 │→ 서울사람 눈에만 맞출 수는 없다

 │→ 서울사람 눈으로만 볼 수는 없다

 └ …

 

두루두루 보는 사람이 있지만, 좁게만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널리 살필 줄 아는 사람이 있으나, 얕은 우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찬찬히 헤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후다닥 뒤지느라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쓰고 있는 우리 말이나 글은 어떠할는지요. 우리들은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두루두루 살피고 있는가요.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널리 헤아리거나 껴안고 있는지요.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추스르고 있습니까.

 

 ┌ 신문사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서울 이야기만 실을 수는 없다

 ├ 신문사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서울사람 생각만 실을 수는 없다

 ├ 신문사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서울사람 생각으로만 쓸 수는 없다

 └ …

 

보기글 한 마디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여러모로 헤아려 봅니다. “서울사람 눈이 보편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란 무엇을 말하는지 찬찬히 곱씹어 봅니다. 그냥, 이렇게만 말할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이 말을 발판으로 삼아서 다른 이야기로 옮겨가려고 했는지 조금 더 굽어살펴서 알맞게 풀어내야겠습니다.

 

ㄷ.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 냉장고 등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살림 도구의 수용에 따른 가옥 구조의 변화도 찾아볼 수 있다 .. <삼송, 사라지는 마을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강희정·김선주·김한담, 높빛, 2007) 13쪽

 

“냉장고 등(等)”은 “냉장고처럼”이나 “냉장고 같은”으로 다듬습니다. “살림 도구(道具)의 수용(受容)에 따른”은 “살림살이를 받아들이면서”로 손보고, “가옥(家屋) 구조(構造)의 변화(變化)도”는 “집안 살림이 달라지는 모습도”나 “집 얼거리가 바뀌는 모습도”로 손봅니다.

 

 ┌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살림 도구

 │

 │→ 흔히 쓰이게 된 살림살이

 │→ 어디서나 쓰이게 된 살림살이

 │→ 누구나 쓰게 된 살림살이

 └ …

 

이 자리에서는 “보편으로 쓰이게 된 살림살이”처럼 적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자말 ‘보편’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적어 줍니다. 그렇지만, 우리 말 ‘흔히’가 한결 낫다고 생각한다면, ‘보편적’에서 ‘-적’만 덜어낸 ‘보편’까지 털어내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03 15:3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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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보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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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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