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8)

― ‘걸맞는 수준의 소설’, ‘유치한 수준의 모임’, ‘그만그만한 수준의 대학’ 다듬기

등록 2008.07.04 22:14수정 2008.07.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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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걸맞는 수준의 소설

 

.. 딱 하이틴들이 읽기에 걸맞는 수준의 소설이기 때문에, 그 연배들에게는 '킬링타임' 용으로 적당한 작품이다 ..  《이명원-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새움,2004) 13쪽

 

'알맞다'고 하면 될 말을 '적당(適當)하다'고 쓸 까닭이 없습니다. '용(用)'은 '쓰임'으로 다듬습니다. '킬링 타임(killing time)'보다는 '시간 죽이기'로 쓰고, '하이틴(high teen)'이라 하지 말고 '십대'로 적어 줍니다.

 

 ┌ 수준(水準) : 사물의 가치나 질 따위의 기준이 되는 일정한 표준이나 정도

 │   - 수준 이하 / 수준 높은 예술 작품 / 수준이 같다 /

 │     그녀의 피아노 솜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

 ├ 하이틴들이 읽기에 걸맞는 수준의 소설

 │→ 십대들이 읽기에 걸맞은 수준이

 │→ 십대들이 읽기에 걸맞은 눈높이

 │→ 십대들이 읽기에 걸맞은 소설

 └ …

 

'수준'이라는 낱말을 넣고 싶다면, "걸맞은 수준이기 때문에"라고 적든지, "걸맞은 수준인 소설이기 때문에"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보기글에서는 아예 '수준'을 덜고, "걸맞은 소설이기 때문에"라고 적어도 됩니다.

 

수준이라.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리 말을 알맞게 쓸 만한 '눈높이'가 아직 덜 되었는지 모릅니다. 초등학교를 나오고 중고등학교를 다녀도 제대로 우리 말을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이 나라 어버이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쓰면서 자기 딸아들한테 바르고 깨끗한 말과 글을 물려주는 사람이 매우 드무니까요.

 

ㄴ. 유치한 수준의 모임

 

.. 하지만 이런 모임들은 그저 사교적 모임에 불과합니다. 유치한 수준의 모임이라 할까요? ..  《드니 로베르ㆍ베로니카 자라쇼비치(만나보기)-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시대의창,2002) 65쪽

 

 “사교적(社交的) 모임”은 “사교 모임”으로 고치거나 “만남 모임”으로 고쳐 줍니다. ‘불과(不過)합니다’는 ‘지나지 않습니다’나 ‘-일 뿐입니다’로 고치고요.

 

 ┌ 수준(水準)

 │  (1) 사물의 가치나 질 따위의 기준이 되는 일정한 표준이나 정도

 │   - 수준 이하 / 수준 높은 예술 작품 / 수준이 같다 /

 │     그녀의 피아노 솜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

 │     그는 판소리를 감상하는 수준이 꽤 높았다 /

 │     올해의 쌀 생산량은 여전히 평년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2) 수면(水面)의 위치. 주로 육지의 높이를 재는 기준이 된다

 │

 ├ 유치한 수준의 모임

 │→ 유치한 모임

 │→ 수준이 유치한 모임

 │→ 어리숙한 모임

 │→ 덜 떨어진 모임

 └ …

 

 “(어떠한) 수준의 (무엇)”으로 쓰는 말은 “(어떠한) 무엇”으로 다듬으면 그만입니다. 또는 글차례를 바꾸어, “높은 수준의 경기”는 “수준이 높은 경기”로 다듬어 봅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수준 이하”는 “눈이 낮음”이나 “재주가 모자람”쯤으로,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은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수준이 같다”는 “눈높이가 같다”로, “판소리를 감상하는 수준”은 “판소리를 듣는 귀”나 “판소리를 듣는 매무새”로, “평년 수준에 그칠”은 “평년에 그칠”로 손질합니다.

 

ㄷ. 그만그만한 수준의 대학

 

.. 이 상태로 가면, 2년 후에는 그만그만한 수준의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허수아비의 여름휴가》(양철북,2006) 31쪽

 

 “이 상태(狀態)로”는 “이대로”나 “이 모양대로”로 손질합니다. “2년(二年) 후(後)”는 “두 해 뒤”나 “이태 뒤”로 다듬고, “들어갈 것이다”는 “들어갈 터이다”나 “들어가겠지”로 다듬어 줍니다.

 

 ┌ 그만그만한 수준의 대학

 │

 │→ 그만그만한 대학

 │→ 그만그만하다고 하는 대학

 └ …

 

 “그만그만한 수준의 대학”이라는 말투도 “한 잔의 차”처럼 말짜임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말짜임을 느끼거나 알아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잘못된 말짜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고, 잘못된 말짜임을 알아챌 생각조차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차 한 잔

 └ 수준이 그만그만한 대학

 

 ‘눈높이’나 ‘높낮이’로 다듬어 주면 한결 나은 ‘수준(水準)’이지만, 이 한자말을 쓰고 싶으면 쓸 일입니다. 그렇지만 알맞게 추스른 말투로 써야지요. 올바르게 가다듬은 말씨로 펼쳐야지요. 대충대충이 아닌 땀을 들인 말투가 되도록 조금 더 생각을 하면 고맙겠습니다. 어영부영이 아닌 꽉 짜여진 말씨가 되도록 조금 더 생각을 하면 반갑겠습니다. 그렁저렁이 아닌 아름답고 싱그러운 낱말이 되도록 조금 힘을 바쳐 주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04 22:1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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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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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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