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일 오전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변 소속 변호사들과 민변에 대해 악의적인 사실왜곡 음해 보도를 한 언론들에 대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경태
<중앙>과 박성우 기자, 변호사 일반적 진술을 마치 신념인양 보도
쟁점 두 번째는 다음과 같다. <중앙일보>의 편집자는 위 기사의 제목으로 <시위 구속자 무료 변론 민변 변호사 "시위할 때 쇠파이프 들 수도 있어">라고 뽑았다. 이것이 과연 본문의 내용을 압축하여 전달할 제목으로써 적합한 것이냐, 나아가 이 제목을 선정함에 있어 편집자의 어떤 악의적 의도는 없었던 것이냐를 살펴보아야 한다. "시위할 때 쇠파이프 들 수도 있어"라는 제목은 본문의 내용 즉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보면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라는 부분과 결합되어 마치 변호인이 변론과정에서 변호인 자신의 신념을 진술한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실제 그 기사 보도 이후의 7월 2일자 <세계일보> 사설과 인터넷상에 달린 댓글들 거의 대다수는 내가 그러한 신념을 법정에서 표출했다고 전제하고 변호사로서의 나의 자질과 양식을 비난하는 글들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내가 당시 법정에서 한 변론의 전부를 확인하는 문제로 귀착한다. 변론의 전모를 확인해 본다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보면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라는 발언이 있었는지, 나아가 당일 나의 변론의 전체의 취지가 과연 <중앙일보> 편집자가 널리 세상에 퍼뜨린 대로 "시위할 때 쇠파이프 들 수도 있어"라면서 폭력시위를 옹호한 것인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최초 보도도 문제투성이지만, 그 이후 후속보도와 박성우 기자의 7월 4일 '취재일기'는 더 문제다. 앞서 본대로 이 사안의 쟁점은 내가 문제의 쇠파이프 발언을 했는지도 문제이지만, 문제의 발언 앞뒤 맥락을 다 거세하고 오직 특정한 부분만을 제목으로 부각시켜 마치 민변 변호사가 쇠파이프를 동원한 폭력시위를 정당화한 것처럼 독자들에게 오인시킨 <중앙일보>의 저의가 더 큰 문제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이러한 제목선정의 저의를 지적하는 나와 민변의 문제제기에는 한마디도 해명을 내 놓지 못하면서 내가 법정에서 "비폭력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고 폭력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보면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는 것"이라며 변론했다고 보도해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몰고 가면서 두 번째 쟁점은 자연스럽게 묻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중앙일보> 후속보도의 큰 문제는 <중앙일보>가 문제의 쇠파이프 발언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단정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박성우 기자는 "법원의 재판기록을 통해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법원을 통해 재판 당일 녹음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 변호사는 '쇠파이프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중앙일보>가 재판 당일 녹음 내용을 확인한 것이 아니다. 확인해 보니 박성우 기자가 녹음 내용의 청취를 법원 쪽에 요청하자 법원 측은 소송당사자도 아닌 언론기관에 녹음자료를 들려줄 수 없다고 한 것이고, 이에 대하여 박 기자가 문제의 쇠파이프 발언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요청을 하자 법원 쪽이 이에 대하여 그런 발언이 있기는 하다라고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
법원이 그런 확인요청에 대하여 그런 식으로 확인을 해 준 것도 문제는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식으로 불명확하게, 혹은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을 "법원의 재판기록을 통해서도"라느니 "재판 당일 녹음 내용을 확인했다"느니 하면서 마치 나의 발언 전부를 직접 청취한 것처럼 하여 내가 문제의 쇠파이프 발언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시켜 놓았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내게 입장을 물었더니 "노코멘트"라고 했다고 하니 참 말이라는 게 이렇게도 할 수 있는구나, 참 무섭다는 느낌이 엄습해 왔다.
박 기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이 변호사는 기자회견 직후 일부 기자들에게 '솔직히 그런 발언을 한 것도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썼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몇몇 기자에게 내가 한 발언은 이랬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촛불집회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촛불집회에 나오지만, '그간 평화적인 의사표시로 얻은 것이 무어냐, 이제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정부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피고인은 쇠파이프를 든 사람도 아니고 피고인이 폭력적인 촛불집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닌데 쇠파이프를 들고 폭력적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된다면 이것은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는게 법정에서의 나의 변론요지였다. '이제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정부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라는 발언과정에서 '쇠파이프'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이것을 전문(傳聞)형식으로 처리하여 책임을 회피할 수단을 마련해 놓으면서도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논지에 대한 결정적 증거로 활용하는 수법이 참으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