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열이 엄마도, 스님도, 목사도 촛불 들었다

[현장] 시민 약 2만명 금남로 운집...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촛불 띠 잇기도

등록 2008.07.06 00:42수정 2008.07.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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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 앞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촛불을 끄겠다며 촛불시위 온상지인 인터넷을 탄압하는 현 정부를 물총을 마우스에 쏘는 희극적 상황으로 묘사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 이주빈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 앞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촛불을 끄겠다며 촛불시위 온상지인 인터넷을 탄압하는 현 정부를 물총을 마우스에 쏘는 희극적 상황으로 묘사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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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광주 촛불집회에는 스님, 목사,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이 약 2만 명의 시민과 함께 했다. ⓒ 이주빈

5일 열린 광주 촛불집회에는 스님, 목사,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이 약 2만 명의 시민과 함께 했다. ⓒ 이주빈

약 2만 명의 시민이 또다시 광주 금남로를 촛불로 가득 채웠다.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이한열 학생의 어머니도, 시국법회를 마치고 온 스님도, 기독교 목사님도, 원불교 교무님도 시민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을 높이 들었다.

 

5일 저녁 7시 30분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국민승리의 날'로 이름 지어진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다.

 

노동자들은 거리행진 후 촛불집회에 합류했고, 농민들 역시 차량시위를 벌인 뒤 합류했다. 원각사에서 시국법회를 마친 스님들도 촛불을 들고 함께 했다. 조선대와 전남대를 비롯한 대학교수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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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아들의 추모제를 마치고 온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다. ⓒ 이주빈

먼저 간 아들의 추모제를 마치고 온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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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촛불집회 참가자가, 광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형원씨가 '아침이슬'을 시민들과 함께 부르자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수 강씨 역시 '등대지기'를 부르기에 앞서 "50여일 동안 촛불집회를 계속하며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울컥해 하기도 했다. ⓒ 이주빈

한 촛불집회 참가자가, 광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형원씨가 '아침이슬'을 시민들과 함께 부르자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수 강씨 역시 '등대지기'를 부르기에 앞서 "50여일 동안 촛불집회를 계속하며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울컥해 하기도 했다. ⓒ 이주빈

 

특히 '고 이한열 열사 추모제'를 마치고 온 배은심(고 이한열 학생 어머니)씨를 비롯한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소속 회원 약 30명도 자리를 함께 해 주위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살렘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고오주 목사는 자유발언을 통해 쇠고기 수입업체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동네마다 미국 쇠고기 판매금지운동을 벌이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비상시국기독교대책위 소속 목사 5명도 자유발언에 나서 "1919년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종교인이 하나가 됐었는데 2008년엔 모든 종교인이 이명박 폭력정권을 향해 하나가 됐다"며 "촛불을 끄지 말고 제2의 자주독립을 이룰 때까지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행법 스님은 "귀한 생명을 경제 뒤로 세우려는 이명박 정권이 온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검사비 2만 원이 아까워서 온갖 쓰레기를 다 모아 대한민국에 수출하려는 이 망령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법 스님은 또 "촛불을 따라가다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면서 "촛불을 살리는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조선대·광주대·목포대·전남대 등 교수들과 함께 나온 나간채 전남대 교수는 "이 촛불의 행렬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면서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제자들이 싸워온 이 길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신을 "부산에서 온 아고리안"이라고 소개한 이는 "부산에서 38년을 살아왔다"며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은 너무 멀고 우리 국민이 나누는(것은) 이렇게 제가 친구 만나러 광주 온 것처럼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두 명도 연단에 올라가 "시험이 끝나서 왔다"며 "많이 놀아야 하는데 공부하느라 힘들다, 이명박 아저씨가 0교시 자습 빼고 수업한다고 하는데 죽고 싶다"고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금남로에 운집한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의 세기로 '광주시민이 뽑은 촛불집회 유행어'를 뽑았다. 시민들이 박수로 선정한 최고의 유행어는 "조중동이 신문이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가 팔만대장경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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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목사를 비롯한 시민 3000여명이 광주지방 검찰청을 항의방문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이주빈

스님과 목사를 비롯한 시민 3000여명이 광주지방 검찰청을 항의방문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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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에 도착한 시민 3000여명이 촛불로 청사를 에워싸고 있다. 평화집회를 계속 이어온 광주에서 느닷없이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 이주빈

광주지방검찰청에 도착한 시민 3000여명이 촛불로 청사를 에워싸고 있다. 평화집회를 계속 이어온 광주에서 느닷없이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 이주빈

 

한편 밤 9시 30분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 3000여명은 촛불을 들고 광주지방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촛불로 청사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 5월 29일 장난감 먹물총을 쏘았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시민들은 들고 간 촛불을 광주지방 검찰청사 앞과 벽 등에 나란히 놓은 뒤 밤 11시 무렵 지산동 네거리에서 자진해산했다. 경찰은 정복 경찰관 30여명만 현장에 배치해 시민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2008.07.06 00:42 ⓒ 2008 OhmyNews
#광주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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