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도 무대도 없지만 "100일동안 촛불 켤수도 있다"

경찰, 버스 30여대로 광장 주변 둘러싸... 일부 시민들 항의

등록 2008.07.07 20:05수정 2008.07.0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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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7일 저녁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앞 광장을 봉쇄한 가운데, 광장에 미리 들어와 있던 시민들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7일 저녁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앞 광장을 봉쇄한 가운데, 광장에 미리 들어와 있던 시민들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 권우성



a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촛불을 든 한 시민이 광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경찰방패앞에 앉아 있다.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촛불을 든 한 시민이 광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경찰방패앞에 앉아 있다. ⓒ 권우성


[최종신 : 밤 11시 30분]

언제까지 촛불을 들까... "100일도 넘길 수 있다"

7일 서울광장을 밝힌 300여개의 촛불. 그동안의 수많은 인파에 비교하면 지리멸렬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밤 11시가 넘었지만 수십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지키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끊임없이 시청 앞 광장으로 불러내고 또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까? 또 이들은 언제까지 촛불을 들 생각일까.

지금까지 40일이 넘게 촛불을 들어왔고, 그중 30일 정도는 길거리에서 밤을 샜다고 하는 40대 'ZEN'(별명)씨는 "아마도 이 촛불은 100일은 충분히 넘길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주를 막아야만 촛불들이 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쇠고기 문제는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 이번 촛불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기본적인 자세를 고치는 데에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 정부가 민주주의적 절차로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맘대로 권력을 휘둘러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민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할 때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촛불을 들고 남아있는 시민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57번 참석한 신현호(40)씨. 전문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는 그는 9월에 2차 시험을 앞두고 있지만 열심히 촛불을 들고 있다.


- 시험준비하느라 힘들텐데.
"2차 시험 전에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으면 한다."

- 요즘 촛불 꺼야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많이 희석된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청와대가 변화할 것 같지 않다. 촛불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들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두달이나 됐으니깐', '경제가 어려우니깐' '여론조사가 낮게 나왔으니깐' 촛불을 꺼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직접 이 광장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다. 경청할 만한 가치가 없다. 촛불을 끄느냐 마느냐의 판단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촛불을 들 때도 자발적이었듯 끌 때도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도 어떤 이는 쇠고기 협상 때부터 나왔고, 어떤 이들은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해서 나왔다. 또 최근에는 종교인들이 결합하면서부터 나온 이들도 있다. 물론 이미 끈 사람도 있다. 그렇게 개개인의 판단이 모이다 보면 촛불을 놓는 시기도 결정될 것이라 본다."

- 이제부터는 정부가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고 했다.
"여러 곳에서 촛불을 드는 것도 좋지만 서울광장이 완전히 막히지 않는 이상 광장을 사수해야 할 필요 있다. 여기가 상징성도 있고 경찰의 원천봉쇄에 항의하며 시민들의 통행권과 집회의 자유를 계속 주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은 태평로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백 아무개(39)씨.

- 요즘 촛불을 꺼야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미 끝난 게 아닐까 우려된다. 미국산 쇠고기가 벌써 들어오지 않았나. 결국 대세를 따라야 할 것 같다. 물론 시민들이 이렇게 뜻을 모았고 그 힘을 보여줬다. 그에 대한 승리감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쇠고기가 들어오고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열패감?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냥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도 시민의 무서움을 알았을 것이다. 이제 개인별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쳐도 된다고 생각한다."

[3신 : 밤 10시10분]

오늘도 '여리고 행진'... 해산하기 아쉬운 시민들

경찰의 행진 불허로 전날 시작된 '여리고 행진'을 벌였다.

'여리고 행진'이란 구약성서에 나오는 사건을 모방한 것. 모세가 이끄는 유대민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인 여리고성을 함락시켜야 했는데,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기적으로 빼앗은 사건이 여리고 행진이다.

성서에는 하나님이 지시하는대로 온 백성이 7일 동안 하루에 한 바퀴씩 여리고성 주변을 걸어서 도는 것을 반복하다가 마지막날에는 일곱 바퀴를 돌고난 뒤 다같이 큰 함성을 질렀더니 멀쩡한 성벽이 무너져내리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나온다.(여리고는 현재 이스라엘 점령지인 예리코다)

경찰의 차벽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스런 마음이 무너져내리기를 기원하는 여리고 행진이 서울한복판 시청 앞 광장에서 이틀 연속 벌어진 것. 시민들은 나무 십자가를 앞세우고 촛불을 든 채 천천히 시청 앞 광장을 행진했다.

시민들은 '헌법1조'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재협상을 실시하라', ' 구속자를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15분 가량 3바퀴를 돌고 나서 행진했다. 시민들은 다음날도 시청 앞 광장의 촛불을 끄지 말자고 다짐하며 밤 9시 30분쯤 해산하자고 제안했고 경찰도 봉쇄를 잠시 풀었다.

하지만 150여명의 시민들은 아직도 광장 잔디밭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중 일부 시민들은 종각쪽으로 가서 시위를 계속하자며 광장 바깥으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다.

a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경찰에 가로막혀 광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경찰에 가로막혀 광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 권우성



a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경찰에 가로막혀 광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경찰에 가로막혀 광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 권우성



a  7일 저녁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광장을 경찰이 봉쇄한 가운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가두로 나가지 못한 채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광장을 돌고 있다.

7일 저녁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광장을 경찰이 봉쇄한 가운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가두로 나가지 못한 채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광장을 돌고 있다. ⓒ 권우성


[2신 대체 : 밤 9시 30분]

광장 안과 광장 바깥, 그리고 지하철역에 '갇힌 촛불'

시청 앞에는 광장 안의 시민들과 광장 바깥의 시민들이 있다. 그리고 지하도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시민들도 있다.

경찰 차벽에 막혀 진입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면 광장 안에 있는 시민들도 함성으로 화답하고 있다. 시청 1호선 역 4·5번 출구에는 경찰이 막아서서 시민들을 막고 있다. 이들은 경찰에게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통행권을 달라"고.

광장 밖의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촛불을 들고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부르며 자체적으로 즉석 집회를 열고 있다.

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김경호 목사는 경찰의 '원천봉쇄'에 대해 "광장에 사람이 없다면 원천봉쇄겠지만 사람들이 있는데도 행진을 막으면 불법 감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남대문까지 평화행진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경찰은 들어주지 않았다"며 "이것은 불법 감금이며 공권력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 "비록 천막은 철거됐지만 촛불 시민과 함께하는 걸음을 계속할 것"이라며 "천막이 없으면 깃발로, 깃발이 없으면 몸으로, 몸이 없으면 영혼으로 이 자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하자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이날의 성경구절은 '정의를 위해 핍박받는 이는 복이 있다'는 내용이 있는 마태복음 5장 3~10절. '성서한국'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구교형 목사는 설교에서 "촛불은 그저 지켜지지 않는다, 누가 대신 밝혀주지 않는다"며 "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평화롭고 온전하게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믿자"고 말했다.

기도회 뒤에는 촛불집회가 시작됐던 때처럼 시민자유발언대가 이어지고 있다.

시청 1호선 역 4·5번 출구에는 각각 전경 20여명이 배치됐다. 물론 이들은 서울광장으로 나가려는 시민들을 막고 있다. 특히 5번 출구의 경우 경찰은 지하철역 계단까지 내려와서 막고 있다.

30여명의 시민들은 "통행권을 막고 있다"며 "길을 열어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전경은 요지부동이다. 전경 대열 뒤쪽에서는 프린트물과 시민들을 번갈아 보면서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에 시위에서 채증한 인물과 비교하는 작업이다.

유 아무개(39)씨는 "지휘관에게 항의하자 '불허된 집회'라는 말만 했다"며 "서울광장은 시민의 것인데 국가가 막을 권리는 없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토로하는 것조차 듣기 싫다고 여기를 막아놓은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가인권위원회 앞쪽도 전경에 막혀 있다. 100여명의 시민들은 이 곳에서 전경들에 막혀지만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100여명의 전경을 사이에 두고 광장 안쪽의 시위대가 "이명박은 회개하라"고 외치면 "평화시위 보장하라"라는 구호로 화답하고 있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방인성 목사다.

방 목사는 "이게 무슨 법이냐"면서 "시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게, 시민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 법이냐"고 외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종교인까지 사법처리한다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더라, 하지만 목사가 맞을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맞을 준비도 되어 있고, 끝까지 할 것"이라며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방 목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자리에 앉아 차벽 안쪽의 촛불집회에서 흘러나오는 구호 소리를 들으며 자유발언을 진행 중이다.

[1신 : 7일 저녁 8시 5분]

'불법' 위협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a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청역 구내에 경찰이 진입해서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단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청역 구내에 경찰이 진입해서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단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a  경찰이 버스와 병력을 동원해서 7일 저녁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서울시청앞 광장을 봉쇄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경찰이 버스와 병력을 동원해서 7일 저녁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서울시청앞 광장을 봉쇄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a  경찰버스 바리케이트와 병력이 시민들의 출입을 봉쇄한 가운데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제61차 촛불문화제가 기독교 단체 주최로 열리고 있다.

경찰버스 바리케이트와 병력이 시민들의 출입을 봉쇄한 가운데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제61차 촛불문화제가 기독교 단체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7일 저녁에도 여느때와 같이 촛불들은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여있다.

시청 앞 광장에는 더 이상 천막도 없고 무대차도 없다. 다만 발전기 1대와 스피커와 마이크가 집회와 관련된 용품 전부다.

촛불교회를 철거당한 개신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목회자 10여명들과 신문지나 돗자리를 깔고 앉은 300여명의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미국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경찰버스 30여대를 동원해 광장 주변을 둘러쌌다. 경찰은 경찰병력을 세워 국가인권위원회 방향과 반대편 2군데만 길을 터놓고 시민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했지만 기도회가 시작된 저녁 7시 25분부터는 광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저녁 7시 55분께 60여명의 시민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계속 길을 열라고 항의하고 있다.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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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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