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교실의 모습모두들 손뼉을 치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노래를 배우는 데 열중입니다
김영경
회식이 끝난 자리에서 한 번쯤 "2차는 노래방으로!"라고 외쳐보지 않았나요? 혹, '노래방'이란 말에 속으로 '아뿔싸' 하고 한숨을 내쉰 적은 없나요? 사실, 후자의 경우는 딱 제 이야기였지요. 음정, 박자 무시하며 노래를 불러서가 아닙니다. 음정이며, 박자며 정확하게 부르는데 분위기에 맞는 노래에 맞춰 움직이지 못하는 단점이라면 단점이 제게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몸치'는 아닙니다. 뻣뻣하게 똑바로 선 자세로 노래 부르기가 일쑤라서 문제이지요.
그리하여, 아니 지인의 권유로 문화센터의 노래교실에 등록을 하면서 조금은 망설였습니다. 공연히 다른 사람의 흥까지 깨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지요. 언제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다함께 일어나 몸을 흔들라고 했는데 사회자가 "안 일어나면 바보"라는 극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앉아있던 대여섯 명 중에 나도 끼어 있었다고 하면 제 태도가 이해가 되시나요?
노래교실이라고 하면 왠지 행복만을 노래해 즐거워질 것만 같은 기분을 밀칠 수 없었기에 망설임도 잠시 저는 등록을 하고 말았습니다. 바쁜 일상을 쪼개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을 내기 어렵기도 하지만 마음 깊숙이 익숙하지 못한 분위기에 적응할까 걱정이 더 많았던 듯싶습니다.
노래 부르기보다 노랫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요즈음의 제게 딱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지나고 보니 여기 안 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책을 보면서도 흥얼흥얼, 설거지를 하면서도 흥얼흥얼. 길을 가면서도 노래가 끊이지 않으니 '그 많은 노랫말 덕분에 치매는 안 걸리겠다'는 생각까지 들곤 합니다.
도대체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단 말인가요. 무슨 이야기냐구요? 노랫말에 담겨진 사랑이야기, 이별이야기, 친구이야기 등등 수많은 사연들을 말하는 겁니다. 친구이야기 노래를 할 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 생각도 했고,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면 울컥하니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슬프고 기쁜 인생 이야기가 다 들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