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두엄마를 읽고

등록 2008.07.12 11:48수정 2008.07.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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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엄마 <겉표지>
두 엄마 <겉표지>양지영
두 엄마 <겉표지> ⓒ 양지영

오마이뉴스 명함과 함께 도착한 <두엄마>라는 책. 처음 <두엄마>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내 사고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둘이라, 낳아준 엄마,  키워준 엄마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다. 헌데,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야기는 2005년, 두 엄마 마리아와 누리아가 합법적으로 결혼한 순간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자는, '이성애를 바탕으로 한 혈연위주의 가부장적 가족만이 정상적인 가족일까?'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2005년 동성간의 결혼과 입양이 합법화된 스페인에서 동성애 두 엄마 밑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가족소설이다.

 

마리아는 딸 카를라를 낳은 후 남편과 이혼을 한다. 그 후, 카를라의 아빠는 재혼을 해서 남동생을 낳는다. 엄마 마리아는 딸 카를라를 데리고 동성인 누리아와 함께 산다. 그 후, 카를라에게는 입양한 동생이 생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허나, 이미 우리나라도 국제결혼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 부모 가정, 동성커플 등 이미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작자는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이 단지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일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썼다.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 과연 동성간의 결혼과 입양을 법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 사회적으로 그리 바람직한 형태라고 할 수는 없기에 좋아서 살더라도 법적인 허용까지는 필요치 않다고 여겼다. 여기에 작가는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레즈비언의 딸로서 살면서 겪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첫 번째 사례 - 마리아 엄마가 병원에 가다

 

"환자는 의식이 없고, 그러니 가장 가까운 가족이 수술에 동의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누리아 엄마가 머뭇거린다.

"몇 살이죠?" 의사가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열일곱이요." 난 조금 침착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누군가 다른 분을 불러야겠군요. 환자의 부모님이 살아계시나요?"

"네, 어머님이요."

"그러면 연락해보세요." (본문 89~90쪽)

 

두 번째 사례 - 학교생활에 곤란을 겪다

 

식사 시간에 누리아 엄마가 마리아 엄마한테 화가 나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고, 그래서 나는 지금 가족 없이 혼자 남게 될까 봐 무섭다고 말하기 전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우리 엄마가 레즈비언이라고? 나한테는 엄마가 둘이 있다고? 설명할 수 없는 그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테니 절대로 말하지 말라던 그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본문 97~98쪽)

 

세 번째 사례 - 입양이 어렵다

 

"오긴 뭘 와요! 두 달을 기다리다가 다시 사회복지 팀 담당자를 만나러 갔죠.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미혼이라서 거절당했을 수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그렇군요'라고 대답했죠. 힘이 쭉 빠졌어요. 저는 미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결혼을 안 한 건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다른 여성과 함께 딸을 키우고 있는데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요." (본문 120쪽)

 

엄마 마리아와 네 살 된 카를라가 대화를 나눈다.

 

"엄마는 누리아가 참 좋아."

"알아."

"그리고 누리아도 엄마를 사랑해..."

말해야 할 순간이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 알겠니?"

"사랑하는 사이?"

"응"

"남자랑 여자처럼?"

"응"

"아~알겠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자는구나." (본문 138쪽)

 

작년인가 트렌스젠더 연예인이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을 수 없으므로 입양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혈연이 아닌 그렇게 형성된 가족도 사랑을 나눈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사회적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 문화는 다수에 의해 소수가 존중받지 못했다. 그 소수에 속한 사람도 행복을 누리며 살 권리가 있다. 사회는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긴 세월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아온 성소수자들에게 따뜻한 사회적 시선이 필요함을 잔잔하게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두엄마'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낭기열라 펴냄. 8000원

2008.07.12 11:4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두엄마'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낭기열라 펴냄. 8000원

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낭기열라, 2008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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