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 과연 타당한가

등록 2008.07.17 11:47수정 2008.07.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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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비록 민간과 공공분야가 혼재되어 있고, 실제로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민간이 주도를 하지만, 그 성격이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여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를 받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되고, 의료서비스를 한 사람이 받으면, 다른 사람은 받을 수 없는 경합이 발생해서도 안된다는 기조하에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공공분야이다.

그러한 사유로 저소득층에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주요질환에 대하여 거액의 의료비를 보조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건의료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환자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 역시 고가장비 사용에 대한 비급여율이 높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는 있으나, 생명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암등 중증질환, 희귀난치질환, 영유아질환등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높은 수준의 보험보장이 되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기본법에서 민간영역, 공공영역을 가리지 않고 의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키고 있는 입법 목적 역시 이의 연장선이다. 결국 의료서비스는 사실상 공공영역으로 귀속되어 세부적인 통제와 관리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의료공공성의 확보 덕분에 현재 국민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건강관리체계와 의료서비스 접근성 등은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우수한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자칫하다가는 이러한 의료체계에 균열을 가져올 만한 일이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제주도정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영리법인 허용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서민들의 부담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가 의료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에서 최초로 외국영리법인과 개인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도 적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으나, 현재까지 외국법인이나 개인이 참여하지 않는데도, 이제는 주식회사형 국내영리법인에게 의료기관개설 허용을 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이런 식으로 계속 실속 없이 국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인 규제만 풀어놓는 빗장풀기 관문돌파용으로 정부로부터 악용 당해가는 것은 매우 문제가 크다. 영리법인 허용의 문제는 단순히 제주가 독점적 지위에 따른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전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시스템의 근간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전국민에게 큰 죄가 되고, 최종적으로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

제주도정은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이 인정되지 않는 국내영리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에 추가하겠다고 한다. 다만, 국내영리법인에게 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의 요양기관으로 유지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환자 유치 및 알선 행위중단, 의료수가, 진료과목명같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 많은 통제를 과연 우후죽순같이 생겨날지 모르는 영리법인들이 묵묵히 견뎌낼까? 영리법인이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청구등을 통해서 주식회사의 권리를 요구할 것은 뻔한 결말 아닌가?

결국 영리법인의 주인들인 주주로서의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이 되면 될수록 정부 통제 하의 의료 공공성은 깨져 나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판단착오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민영보험이 활성화되었다고 하고 있으나, 실상 병력이 있는 경우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들이 많아서, 건강보험 같이 전국민에게 혜택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없다. 건강보험 내에서도 건강보험 수가를 높여버리면 그만인데, 현행법상 건강보험 수가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료계 대표가 계약을 통해서 결정하게 되어 있다.

막강한 자본력과 경제, 정치에 대한 영향력으로 중무장한 영리법인이 의료계의 한 축을 구성하게 되는 경우 건강보험 수가체제나 개인부담률이 현행대로 국민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되리라 생각하는가?

전쟁을 보면서, 쓰촨성 지진을 보면서 토목건축주가 올라갈까 표정관리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것이 주주들이며, 노조에서 파업을 하면 이를 갈게 되는 것, 구조조정을 한다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것, 즉 모든 초점을 이윤극대화에 맞추게 되는 것이, 금융자본가들, 즉 주주들 본연의 특성이다.

주주가 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의료공공성이라는 대의가 영리법인 주주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그리고, 영세할 수 밖에 없는 개인영리법인과 고가장비들로 중무장한 대규모의료영리법인은 의료서비스 가격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데 개인영리법인이 이미 허용되어 있다는 식의 홍보는 대규모의료영리법인이 들어서게 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너무 축소하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들이 제주에만 영리법인이 생기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문 투자자들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순진해서, 제주가 선점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가? 결국은 제주 자체가 3차 진료기관 역할을 할 정도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만한 영리법인으로서의 이점이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항공료와 접근의 용이성, 대기시간등 많은 것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종합병원 성격의 3차 진료기관이 들어오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주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3차 진료기관은 영리법인 규정을 풀어봐야 들어오지 않고, 다른 돈벌이가 될 만한 지역에 3차진료기관인 영리법인이 들어설 수 있는 구실만 제공할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전체 시스템과 같이 결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국민보다는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규제를 풀기 위해서 제주를 활용하고, 규제가 풀리고 나서는 시장의 원리, 형평의 원리라며 다른 지역에 같은 내용이 적용되는 것을 모른 척하는 정부의 모습을 또 한번 경험하게 될 확률이 크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파악과 결과에 대한 확신 없이 소속 공직자들을 통해 관제 반상회에서 찬성논리를 주민들에게 전파하도록 강요하는 행태가 전국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답답함만 가득하다.

덧붙이는 글 | 문현식 기자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문현식 기자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장입니다.
#영리법인 #제주 #공무원노조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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