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없애고 고유가 에너지시대의 '생존법'

플러그 뽑기, 지하 주차장 전등 교체, 자전거 이용으로 고유가 파고 넘어

등록 2008.07.19 12:06수정 2008.07.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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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야 잘 산다."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18년의 유배생활로 가문은 폐족이 되고 가족은 생계난에 직면했을 때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아들에게 내놓은 해법도 결국 "아껴야 잘 산다"였다.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글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고 하지 말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전쟁에 비견되는 초고유가 시대. 근검의 정신과 행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코 가정' 강경희씨의 전기에너지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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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주부 강경희씨. ⓒ 윤평호

에코 주부 강경희씨. ⓒ 윤평호

결혼 9년차의 주부 강경희(37)씨. 천안시 두정동 계룡리슈빌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최근 두 달동안 강경희씨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전기 에너지를 두 자리 수 이상 절감했다. 지난 5월의 전기 사용량은 234㎾로 2007년 5월 대비 10.26%(24㎾) 감소했다. 6월에는 263㎾를 사용해 절감 폭이 전년 동월 대비 11.03%(29㎾)를 기록했다.

 

강경희씨의 전기에너지 절감 방법은 새롭지 않다. 안 쓰는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전기제품 사용 억제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절약법. 다른 점은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에어컨을 한번도 안 켰어요. TV시청은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 보고 나머지 시간은 플러그를 뽑아 놓죠.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시간도 하루 30~40분으로 제한했죠. 세탁기에 의존않고 작은 빨래들은 손 빨래 합니다."

 

계룡리슈빌에는 강경희씨같은 '에코 가정'이 수두룩하다. 계룡리슈빌 386세대는 천안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와 '전기에너지 20% 절약 협약'을 맺고 지난 4월부터 전 세대가 전기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다.

 

10여 세대는 녹소연과 함께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이라는 소모임도 만들었다.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은 탄소배출량을 알아보는 탄소발자국 활동, 밀납초 만들기, 태양열 바람개비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에너지절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경희씨도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회원 가운데 한 명.

 

"플러그를 뽑으니 집안 분위기가 달라져요. 아이들과 책을 보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등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죠. 에너지 절약 보다 더 귀한 걸 얻은 셈이죠."

 

시민단체와 손 잡고 아파트 전기에너지 절감 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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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모든 형광등을 LED조명으로 교체한 천안시 쌍용동 주공9단지 1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모습. ⓒ 윤평호

주차장 모든 형광등을 LED조명으로 교체한 천안시 쌍용동 주공9단지 1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모습. ⓒ 윤평호

아파트는 다르지만 천안시 백석동 주공 11단지에 살고 있는 김성자(51)씨도 에코 주부이다. 김씨는 천안YMCA가 주공 11단지와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전기에너지 20% 절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김성자씨는 얼마전 에어컨을 아예 집 밖으로 방출했다. 있으면 사용하고 싶은 마음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무의미하게 꽂혀 있는 전기 플러그를 용납 않는 김씨의 모습은 어느새 자녀들에게 전이되어 대학생 딸도 플러그를 뽑는 습관이 생겼다.

 

천안은 시민단체와 협력해 전기에너지 절감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파트가 여러 곳이다. 천안KYC는 월봉청솔2차아파트(1335세대),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백석현대아파트(975세대)와 올해 각각 협약을 맺고 에너지 절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절감운동의 효과는 통계로 입증된다. 천안KYC에 따르면 월봉청솔2차의 지난 6월 총 전기사용량은 30만5100㎾. 2007년 6월 총 전기사용량 31만590㎾ 보다 무려 5490㎾가 줄었다.

 

아파트 단지의 공용전기 사용량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천안시 쌍용동의 주공9단지 1차 아파트(1080세대)는 최근 지하주차장 조명을 기존 형광등(826개)에서 모두 LED조명(419개)으로 바꿨다. 교체비용으로 5000만원이 투자됐지만 입주민들의 경비 부담은 전혀 없었다. 민간사업자가 에스코 사업으로 투자비 전액을 부담해 2~3년동안 전력요금 절감액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태섭 9단지 1차 관리소장은 "LED조명 교체로 매달 351만원의 전기요금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9단지 1차의 LED조명 교체를 필두로 9단지 2차와 신방동 향촌현대아파트도 형광등의 LED조명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초고유가시대,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선택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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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자전거 타는 사람들' 회원들 ⓒ 윤평호

'천안 자전거 타는 사람들' 회원들 ⓒ 윤평호

 

천안시 쌍용동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준회(37)씨의 출퇴근 교통수단은 자가용이 아니라 자전거. 3년전부터 김씨는 집과 병원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해서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죠. 비 오는 날과 겨울철 기온이 영하 10도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자전거로 출퇴근 합니다. 자전거 매력에 빠져 작년 5월부터는 산악자전거도 즐기고 있습니다."

 

출퇴근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틈만 나면 복장을 갖춰 성환, 광덕 등 시 외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헬멧 등 안전장구와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나서야 자동차 운전자들이 그나마 자전거를 덜 위협한다는 김준회씨. 천안 도심은 제대로 조성된 자전거도로가 크게 부족하다는 불만도 털어놨다.

 

지난 6월말 기준 천안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만3438대. 세대당 1.01대 꼴로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됐지만 자동차를 없애고 자전거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 북일여고에서 사회를 담당하고 있는 유환성(43·천안시 두정동) 교사는 2006년 10월 20일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팔았다. 자동차와 결별 뒤 차를 판 돈 100만원 가운데 30만원으로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제 자전거는 유씨의 가장 믿음직한 교통수단이자 동반자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니 대중교통 이용도 많아져요. 친구를 만나거나 일이 있어도 도심에서는 자전거를 타기 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도심의 공공장소나 다중이용시설에 잘 정비된 자전거 보관대가 절대 부족해 고가의 자전거를 도난당할 위험이 높은 탓이죠."

 

유환성씨의 권유에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신미령(31·여)씨도 작년 10월부터 자전거 생활자에 합류했다. 예전에는 주말마다 자동차를 타고 나들이를 갔지만 요즘은 자전거로 이동한다. 자동차보다 자전거 이용이 많아지며 생활비 절약은 물론 체형이 탄탄하게 잡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미령씨나 유환성씨, 김준회씨처럼 자전거를 선택한 사람들로 이뤄진 인터넷 카페 '천안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늘며 최근 신규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8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8.07.19 12:0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8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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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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