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앰네스티 조사 전 이미 한국은 국제망신 당했다

인권 침해사례 여러 차례 경고, 각국 한국대사관에 항의서한 이어져

등록 2008.07.20 12:12수정 2008.07.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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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관련 인권 침해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 엠네스티가 파견한 노마 강 무이코씨가 4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를 지켜본 뒤 단식농성중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 문정현 신부와 얘기를 나눈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국제 앰네스티가 어떤 단체인지는 아시는가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촛불'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분개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긴 설명을 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홈페이지 주소(http://www.amnesty.or.kr/)를 링크할 테니, 스스로 정보를 얻길 바란다. 나는 그들의 약사 중 특히 눈여겨 봐야 할 부분만 언급할 생각이다. 사실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 유럽의회와 유엔이 앰네스티에 자문지위 부여(1965)
· UNESCO가 앰네스티에 자문지위 부여(1969)
· 앰네스티에 의해 이스라엘의 아랍계 수인 대상 가혹행위에 대한 국제적 논쟁 촉발(1970)
· 최초로 전세계적 차원의 고문철폐캠페인 시작(1972), 이후 1975년에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고문반대선언문 채택.
· 국제집행위원장인 션 맥브라이드가 전 생애를 인권에 바친 것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수상(1974)
· 자유와 정의, 세계 평화를 위한 공로로 노벨평화상 수상(1977)
· 인권분야에서의 혁혁한 공로로 유엔인권상 수상(1978)
· 제2차 고문반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고문종식을 위한 12가지 계획을 제시, 12월 10일 유엔 고문방지협약 채택(1984)
· 상설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한 캠페인 전개(1996), 이후 1998년 7월에 유엔 총회에서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안 채택

'촛불'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모욕하고 쉽게 비판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할 일 없이, 그리고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촛불'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낼 만한 단체도 아니다. 유엔과 유네스코, 그리고 유럽의회가 할 일이 없어서 '자문지위'까지 부여했으며 그들의 캠페인을 계기로 선언문까지 채택했을까? 아닐 것이다.

비정기 조사관 급파 전, 한국 경찰은 이미 '국제망신'

'국제 앰네스티'가 '촛불집회'라는 특정한 사안의 인권침해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을 파견했다는 사실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 파견된 조사관은 노마 강 무이코(Norma Kang Muico)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 그의 신분은 '비정기 조사관'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긴급조사를 목적으로 한국에 조사관을 파견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촛불집회' 속 인권침해사례를 눈여겨 봤다는 의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비정기 조사관이 급파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국제 앰네스티'가 우리의 상황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한국이 '인권지도국'의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5월 28일 이미 '국제 앰네스티'는 한국의 촛불집회에 대해 '집회나 시위 등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연례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이후에는 한국 경찰의 과잉진압에 우려를 표하며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각각 2번씩, 그것도 국제사회에 배포했다.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은 이미 국제망신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앰네스티 한국지부 고은태 이사장이 촛불집회의 현장증거물과 구체적 인권침해사례 등을 근거로 국제 앰네스티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그 다음 상황도 중요하다. 그 이후 국제사무국을 통해 한국에서의 상황을 전달받은 네팔·인도·일본·몽골·칠레·벨기에·버뮤다·말리 등의 앰네스티 가입 회원국가 지부가 각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촛불과 관련된 인권침해에 대한 항의서한과 개선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무슨 의미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 경찰은 '국제망신감'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다.

국제 앰네스티의 아이린 칸 사무총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비공개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물론, 답신은 못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국제 앰네스티는 "한국 정부가 계속된 권고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에 대한 개선 의지와 노력이 부족해 보이고 적극적이지 않다"는 판단 속에서 비정기 조사관을 급파한 것이다. 결론은 비정기 조사관이 급파된 것 자체가 이미 '국제망신'이라는 이야기다.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의 '균형잡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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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 범국민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청계광장~서울광장~종각을 거쳐 대책회의 수배자들이 농성중인 조계사앞에 집결해 있다. ⓒ 권우성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은 2주간의 조사활동을 통해 18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사 결론은 "촛불집회가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음에도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활용하며 진압에 임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지적된 것은 역시나 '물대포'와 '소화기' 등을 남용하면서, 경찰 병력이 도로든 인도든 가리지 않고 시민들에게 진격해 집단구타와 같은 폭력을 행사한 사실, 그리고 중학생의 뒷머리를 방패로 가격해 기절 시킨 것 등이다. 나는 거기에 '초등학생 연행'이라는 대한민국 경찰의 '자랑스런 위업'도 추가하고 싶다.

그의 결론은 평화시위를 진행하거나 구경하던 시민, 심지어 인도를 지나가던 시민들까지 구속한 것은 '자의적 구금'이라는 것. 그외에도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수배자들의 현실이 보여주는 '표적수사 및 탄압'과 구금 당시 의료 조치 미비와 함께 가해자의 면책-불처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지적됐다.

거기에 수감 중인 시민과 현역병으로의 전환복무를 신청한 전경에 대한 접견을 막은 법무부와 경찰에 대한 '강한 유감 표명'도 덧붙여졌다. 대한민국 사법기관이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의 접견 금지'의 첫 테이프를 끊다는 상징성도 중요하다.

물론, 그는 "경찰에 대항해 폭언과 폭력을 사용한 일부 시위대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인식했다. 우리는 어떠한 관점에서도 이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거론도 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니까.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것은,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이 한국의 '전·의경 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전·의경 제도 폐지론'에 명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언급은 다음과 같았다.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20~21살의 젊은이들이 징집돼 시위 최전선에서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와 억압적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국제 앰네스티는 조사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조사 단계를 거쳐 영문보고서를 최종 작성해 '전 세계 국가에 동시 배포'할 예정이다. 유엔으로부터 자문 지위까지 인정받은 국제 앰네스티다. 게다가, 촛불집회 당시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국제인권기구들과 연합해 국제여론을 형성하는 캠페인도 진행한다고 한다. '국제망신'은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법무부·경찰청 해명은 오히려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시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경찰은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오히려 강하게 반발하면서 "촛불 진압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으며, 경찰청은 "한국의 실정법과 폭력시위 실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면서 불평했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제기했지만, 그 안에는 공통의 키워드가 있다.

법무부는 "특히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국민대책회의 관련자들은 '현행법 위반자'로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중인데 국제 앰네스티가 이를 '표적 탄압'의 예로 언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청은 '실정법에 대한 이해 부족'을 거론했다. '현행법'과 '실정법'을 근거로 내세워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법에 대해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내세운 것 자체가 황당하다. 우리 헌법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헌법 제 37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존중·제한'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공권력, 그리고 실정법과 현행법 등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사례에 부합한다. 이들이 애지중지하는 '집시법'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집시법'이 위헌인 이유가 곧바로 발견된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까지 사실상 침해하는 '집시법'은 사실상 위헌에 해당한다.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위헌이 되는 '과응금지의 원칙'을 판단해 봐야 한다. 헌법과 어긋나는 실정법 및 현행법을 근거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 폭력적인 과잉진압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금지원칙의 위반'이다.

게다가, 나로선 이들이 왜 굳이 다른 성명을 발표했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어차피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심야에 수많은 시위자가 단지 청와대로 가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경찰과 경찰버스에 쇠파이프 등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살수차, 소화기 등을 사용한 것은 최소한의 공권력 행사이며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한다." - 법무부

"밤마다 도심교통을 마비시키고 쇠파이프를 사용하는 불법폭력시위를 '평화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공감할 수 없다."- 경찰

5월 24일 첫 가두시위 현장을 기억하는 시민이라면, 법무부와 경찰의 이 해명이 얼마나 기만적인 해명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일부가 갖고 와 휘두르다가 같은 시위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쇠파이프', 혹시 이 물건이 5월 24일에도 있었나? 없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했다.

이런 것을 보고 '과잉금지의 원칙'이라고 한다. 단지,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진압수단을 활용하며 '최소한의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정권의 방식이다. 법무부와 경찰은 헌법 37조 2항을 다시 살펴보도록 하라. 명백한 '과잉금지원칙의 위반'이다.

미사일 탑재한 폭주기관차의 질주

법무부와 경찰은 '폭주기관차'라 할 만하다. 도처에서 근거에도 없는 월권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창피한 것을 모르고 '현행법'이니 '실정법'이니 하는 것을 내세우며 스스로 '과잉금지원칙의 위반'까지 시인하고 나섰다. 도로교통의 원활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탄압하는 경찰의 행위 자체가 '과잉금지원칙의 위반'이었다.

이 폭주기관차들이 무서운 것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창피함을 느낄 줄 모른다는 점에서 이들은 '미사일'까지 탑재한 것 같다. 무서운 일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세계인권선언> 제19조와 제20조, 그리고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자유권 조약) 제9조 조항을 남긴다. 5월 24일의 '살수차 동원'과 경찰의 빛나는 위업 '초등학생 연행'을 떠올리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제20조
1. 모든 사람은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2. 어느 누구도 어떤 결사에 소속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자유권 조약)] 제9조(신체의 자유)
1. 사람은 누구나 신체의 자유 및 안전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아무도 함부로 체포 또는 구금당하지 않는다. 법률에 의한 정해진 이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아무도 그 자유를 빼앗기지 않는다.
2. 체포당하는 사람은 체포당할 때 그가 체포당하는 이유에 대해 통고받고, 또 자기의 혐의 사실에 대해 신속하게 통고받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촛불 #앰네스티 #전의경 #폭력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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