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짝꿍, '독수리 오형제' 탄생

[더불어 함께 입학식-첫째날] 나홀로 입학생 35명, 어느새 하나 된 아이들

등록 2008.07.20 12:01수정 2008.07.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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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재단(박상증 대표)'과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오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다. 공식 입학식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서로 친해지기 위한 게임을 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아름다운재단(박상증 대표)'과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오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다. 공식 입학식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서로 친해지기 위한 게임을 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권우성

 '아름다운재단(박상증 대표)'과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오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다. 공식 입학식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조별로 모여 함께 그림그리기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박상증 대표)'과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오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다. 공식 입학식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조별로 모여 함께 그림그리기를 하고 있다.권우성

[3신 : 21일 아침 8시 15분]

이 애들이 부끄럼 타던 걔들 맞아?

나홀로 입학생 35명은 상견례를 한 첫날(20일) 밤 남산 서울유스호스텔을 전세 냈다. 레크리에이션 행사가 진행된 3층 중회의실 '밝음방'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 아이들이 6시간 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수줍어하고 낯가린다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아이들인가 싶다.

유달리 소극적이던 현석이(충북 보은 삼가분교)와 상진이(충북 괴산 화곡분교)는 '환상의 짝꿍'이 되었다. 강원 정선 운치분교의 스타, 경준이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쑥스러움을 많이 탔다. 이젠 친구들과 많이 친해져서 KBS <1박2일>의 '허당 승기'형을 능가하는 미소를 머금고 다닌다. 입을 꼭 다물고 대답도 잘 안하던 예진이(충북 단양 장정분교)는 어느새 가지런한 이 8개를 드러내고 씨익 웃는다.

이 모든 '공'은 레크리에이션 강사인 김수현씨와 백새미씨에게 있다. 두 강사는 서먹한 아이들을 금세 친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우선 '5초에 50번 박수치기' 게임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박수를 치고 난 아이들의 손바닥과 두 볼은 발그스름해졌다.

다음 게임은 짝을 바꾸어가며 춤을 추는 순서였다. 영화 <행복>에서 임수정과 황정민을 맺어준 바로 그 게임이다.

"안녕하세요. 인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둥근 해가 뜨면 다시 새로운 날을 시작해..."


일명 '안녕송'에 맞춰 아이들은 엉덩이를 흔들고 서로의 어깨를 안마하며 친해졌다. 이렇게 많은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통제 불능이 되어버렸다. 민재, 진우, 종원, 근형, 시원이는 마음이 잘 맞았는지 '독수리 오형제'처럼 온 방을 휘젓고 다녔다. 남자 아이들의 지도교사인 이덕만씨와 최재원씨는 독수리 오형제를 좇아 다니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환상의 짝꿍, '독수리 오형제' 탄생


 '아름다운재단(박상증 대표)'과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오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다. 공식 입학식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 중에서 하루로 지나지 않아 친해진 학생들이 장난을 치며 활짝 웃고 있다.
'아름다운재단(박상증 대표)'과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오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다. 공식 입학식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 중에서 하루로 지나지 않아 친해진 학생들이 장난을 치며 활짝 웃고 있다.권우성

또래와 놀다보면 친하게 지내다가도 작은 일로 토라지고 싸우게 마련이다. 나홀로 입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싸우고 울다가도 금세 화가 풀려서 다시 어울려 논다. 천상 초등학교 1학년이다.

독수리 오형제를 비롯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을 괴롭히느라 여념이 없다. 여학생들이 강강술래 대형으로 빙빙 돌며 노는데, 남학생들이 나타나 여학생들이 맞잡은 손을 억지로 떼어 놓는다. 결국엔 상은이(경북 안동 일직남부초)가 울음을 터뜨렸다. 남자 녀석들 심술이 내 어릴 적 고무줄놀이를 방해하는 남자애들과 꼭 닮았다.

백새미씨는 통제불능의 아이들을 단 한마디로 잠재운다. 그녀가 "1학년을 부르면!"이라고 소리치면, 아이들은 "네, 네, 선생님 아잉~"하고 애교까지 붙여 대답한다. 진수(전북 장수 동화분교)는 대답을 제일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아이들은 다시 8~9명으로 4개의 조를 만들어 모여 앉았다. 전지와 펜이 준비되고, 백새미씨는 조의 이름을 정하고, 오늘 서울 탐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려보라고 했다. 이덕만씨가 지도교사인 A조는 '동그라미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장난꾸러기 남학생이 다수인 A조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낙서로 전지를 뒤덮었다. 언뜻 보면 추상화 같기도 하다.

조 이름이 '사랑하는 가족'인 B조는 구현정 교사의 지도 아래 청와대, N서울타워 등을 그렸다. 최재원 교사의 C조는 '강아지'라는 귀여운 이름을 정하고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이유하 교사가 지도한 D조는 '별가족'이라는 이름을 짓고 그림일기를 그렸다.

아이들은 두 시간 가량 진행된 레크레이션 시간을 즐겁게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이동했다. 친해진 아이들은 씻겨 주겠다는 엄마의 제안도 뿌리치고 2~3명씩 짝을 지어 함께 샤워를 했다. 수정이(충북 청원 도원분교)는 "집에서는 혼자 목욕하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씻으니까 너무 재밌어요"라고 답하며 혀를 쏙 내민다. 각 방에선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밤 10시 30분, 잠자리에 들기를 거부하던 아이들은 각 방 지도교사의 달램과 엄포에 못 이겨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나홀로 입학생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새로 사귄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서 첫날 밤의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권우성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권우성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남산유스호스텔에 모인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권우성

[2신 수정: 저녁 8시 40분]

우중 서울 나들이는 즐거웠다 
환영행사와 덕수궁 나들이에 금세 친해진 아이들 

이따금 비가 내리는 무더운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나홀로 입학생'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일찍 도착한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나머지 일행을 기다렸다.

벌써 친해진 아이들은 대한문 입구에서 뛰놀았다. 낯을 가린다는 예진이(충북 단양 장정분교)도 호기심어린 눈망울을 굴리며 대한문 천장을 둘러보았다.

시원이(전남 신안 어의분교)는 화장실에서 서울 상경 신고식을 치렀다. 시원이 아버지 박규환씨는 "시원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역에 내려갔다가 화장실도 못 찾고 역 출입구 찾아 올라오는 데 20분이나 걸렸다"면서 주최측이 일찍 나와 참가자들을 인솔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인 35명의 나홀로 입학생들은 서울의 역사 문화 명소들을 돌아보았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1일교사' 박상원 서울시 홍보대사의 환영인사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경복궁, 청와대, 청계천, 남산타워를 견학했다.

탤런트 박상원 본 아이들 "아저씨 누구예요?"

 20일 오후 서울에 모인 전국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서울시청 별관에서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박상원씨의 특별수업을 들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에 모인 전국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서울시청 별관에서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박상원씨의 특별수업을 들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권우성


 20일 오후 서울시청 별관에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모인 가운데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박상원씨의 특별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시청 별관에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모인 가운데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박상원씨의 특별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권우성

서울시 홍보대사 박상원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나홀로 입학생들을 환영했다. 그는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리는 '더불어 함께 입학식'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많은 친구를 사귀고 집으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하며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솔직하고 엉뚱한 질문에 진땀을 뺐다. 상은이(경북 안동 일직남부초)는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물어서 박씨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지오(전남 신안 가거도초)는 진지하게 "도랑에 왜 물고기가 살아요? 아저씨, 민물고기로 매운탕 끓일 수 있어요?"라고 물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씨는 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꿈을 일일이 물어보면서, "커다란 꿈을 갖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박씨와 아이들은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서울에서의 첫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복궁 찾은 아이들, "진짜 칼이에요?"

 20일 오후 서울에 모인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에 모인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권우성

오후 3시쯤 나홀로 입학생들이 경복궁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굵어졌다. 아이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하얀색 비닐 우의를 서둘러 입고, 서울시에서 기념품으로 준 노랑, 분홍, 파랑 우산을 손에 들었다.

4개 팀으로 나뉜 일행은 비를 맞는 가운데서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경복궁의 주요 건물인 근정전, 사정전, 교태전과 경회루를 둘러봤다.

아이들은 입구에서부터 들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지오는 근엄한 표정으로 경복궁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들을 보면서 "마네킹이야, 사람이야?"라고 물었다. <주몽> <이산> <세종대왕>을 좋아하는 열혈 사극팬인 재응이(강원 고성 흘리분교)는 경복궁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산에서 본 수문장들이랑 똑같아요. 진짜 칼이에요? 우와 방패 봐!"

학부모들은 교육열 높은 한국 엄마, 아빠답게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가르쳐 주려고 열심이었다. 현석이(충북 보은 삼가분교) 어머니는 경복궁 안내서를 챙겨 현석이에게 읽어 보라고 권했다. 부모들은 경복궁 곳곳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걷는 것이 힘들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렸다. 젖은 몸으로 넓은 경복궁 안을 걷느라 지친 아이들은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개구쟁이 진우(경남 밀양 단산초)는 지렁이를 손에 들고 친구들에게 장난을 쳤다. 몇 명의 아이들이 물이 떨어지는 처마 밑으로 달려가 두 손 가득 물을 받으며 물장난을 했다.

서울타워에 선 아이들,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혔다

 20일 오후 서울에 모여 시내 관광을 마친 나홀로 입학생들이 숙소인 남산 유스호스텔에서 함께 방을 쓸 친구들과 모여 있다.
20일 오후 서울에 모여 시내 관광을 마친 나홀로 입학생들이 숙소인 남산 유스호스텔에서 함께 방을 쓸 친구들과 모여 있다.권우성


오후 5시 경복궁 관람을 마친 일행은 버스를 타고 삼청동 길을 따라 청와대로 향했다. 서울시의 청계천 자원봉사 가이드인 김성자씨와 박상용씨는 각각 1, 2호차 버스에 올라 청와대와 청계천을 안내했다.

청와대는 사전예약을 하면 자유관람이 가능하지만 일·월요일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일행은 버스 안에서 청와대 안의 건물과 분수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버스에 탄 일행은 종로 4가에서 청계천 문화관으로 이어지는 청계천을 관람했다. 김성자씨는 청계천 복원에 얽힌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냈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나무와 풀로 청계천을 꾸몄고, 수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269개의 수문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1호차에 탄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청계천이 눈앞에 나타나자 코를 차창에 붙이고 바깥을 쳐다봤다. 반대편 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목을 길게 빼고, 싯누런 빗물이 흐르는 청계천을 바라보았다.

 20일 오후 서울에 모여 시내 관광을 마친 나홀로 입학생들이 숙소인 남산 유스호스텔에 도착해서 친구와 손을 잡고 방으로 올라가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에 모여 시내 관광을 마친 나홀로 입학생들이 숙소인 남산 유스호스텔에 도착해서 친구와 손을 잡고 방으로 올라가고 있다.권우성

동대문과 황학동, 상왕십리동을 거쳐 청계 천문화관 앞에서 관람을 마쳤다. 일행은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청계천을 걸을 예정이었으나, 비가 와서 도보 관람이 통제된 탓으로 청계천에 발을 내리지 못했다.

저녁 6시쯤 나홀로 입학생들은 서울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남산의 N서울타워로 발길을 돌렸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 서울 하늘에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서 시내 관람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나홀로 입학생들이 전망대에 오르자 구름이 걷혀 서울 곳곳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도 덩달아 신나 여기저기에서 플래시를 터뜨렸다. 아이들은 전망대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찔한 높이에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아빠에게 동전을 달라고 졸라서 망원경으로 서울 시내를 관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서울 탐방을 마친 일행은 저녁 6시 30분에 숙소인 남산 서울유스호스텔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하고 방 배정을 받았다. 남녀를 구분해 8~9명씩 한 방을 쓰게 된 개구쟁이 아이들은 침대에서 장난을 치면서 벌써부터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은 저녁 8시 10분부터 2시간 동안 서로를 소개하고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친교를 맺는 시간을 갖는다.

[1신: 20일 낮 12시]

섬마을·두메산골 아이들, 태풍 뚫고 서울 오다

전국의 '나홀로 입학생' 35명이 제1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올해로 여덟살이 된 아름다운재단과 오마이뉴스는 창립(창간) 기념사업으로 올해 혼자 입학한 전국의 농산어촌 초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캠페인을 공동 기획했다.

'더불어 함께 입학식'은 그 캠페인의 하나로 올 초 1학년 입학생이 자기 혼자밖에 없어 '나홀로 입학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농산어촌 벽지 초등학교의 1학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갖는다.

이 뒤늦은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토의 최서남단 학교에서부터 최북단과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의 학교에 이르기까지 농산어촌 벽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다 모였다. 섬마을과 두메산골에서 온 참가자들은 한결 같이 태풍과 폭우 때문에 가슴을 졸였지만 서울에 도착하니 날씨가 그림 같이 맑게 갰다며 좋아했다.

서울 오니 하늘 말짱, 나홀로 입학생들의 축복

 머리에 물을 끼얹은 지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머리에 물을 끼얹은 지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이돈삼

그중에서도 가장 먼 곳에서 온 나홀로 입학생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초교의 문지오군. 중국의 새벽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 뱃길로는 233㎞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 국토의 최서남단에 자리잡고 있다.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 '갈매기'도 지오의 입학식 참석을 막지는 못했다. 지오는 18일 엄마 한희숙씨와 함께 쾌속선을 타고도 5시간 15분 만에 목포에 도착해 하룻밤을 잔 뒤에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지오네는 하루만 출발이 늦었어도 섬에 갇힐 뻔했다.

지오 외에도 신안에서는 도초초교 서리분교의 김민재군과 지도초교 어의분교의 박시원군도 태풍을 뚫고 올라왔다.

우리나라 최북단 나홀로 입학생 - 흘리분교 서재응 읽기수업중인 재응이와 '같은반 누나' 김나원.
우리나라 최북단 나홀로 입학생 - 흘리분교 서재응읽기수업중인 재응이와 '같은반 누나' 김나원.김당

우리나라 최북단의 '나홀로 입학생'이 다니는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광산초교 흘리분교의 신재응군도 엄마 신승희씨'와 함께 빗속을 뚫고 버스와 기차를 타고 왔다.

흘리분교는 알프스 스키장으로 유명한 진부령 끝자락에 자리잡은 두메산골 학교이지만 강원도가 지정한 '동계스포츠종목 꿈나무선수 육성지정학교'다. 대부분의 국가대표 스키선수를 배출했고 전교생이 스키 특기생인 '스키 명문교.

서울에 일치감치 도착했다는 신승희씨는 "강원도에서는 비가 많이 왔는데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쳤다"며 "재응이 동생은 일이 있어 오지 못한 재응이 아빠에게 맡기고 왔는데 재응이는 마냥 신나서 좋아한다"고 소식을 전했다.

거리나 위도상으로는 흘리분교보다 훨씬 더 서울에서 가깝지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민통선 내에 있어 출입이 까다로운 파주군 군내면 군내초교의 나홀로 입학생 최한군은 아빠 최병대씨의 손을 꼬옥 붙잡고 왔다.

최병대씨는 "오전 10시 50분경에 임진각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를 막 탔다"며 "비는 아직 조금 오지만 한이는 친구들 만날 생각에 좋아하기만 한다"고 날씨와 한이의 소식을 전했다.

그밖에 충북 청원 문의초교 도원분교의 김수정양은 담임 선생님 이정민씨의 손을 꼬옥 잡고 왔으며,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수정초교 삼가분교의 양현석군은 학교 기사인 아버지 양재붕씨의 손을 잡고 왔다.

따로 또 같이, 우리는 외롭지 않다

이번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는 예외적으로 2명의 학생이 참가한 학교가 딱 한 군데 있다. 밀양시 산외면의 단산초교에서 온 최종원군과 백진석(가명)군이 그들이다.

그렇게 된 데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이 학교의 나홀로 입학생은 종원이 혼자뿐이었다. 그런데 진석이가 전학을 왔다. 진석이는 부모가 이혼을 하는 바람에 밀양의 할머니댁에 맡겨지면서 갑작스레 전학을 오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중순 담임인 김여옥 교사가 이런 딱한 사정을 전하며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규정상 어렵겠지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종원이만 참석하면 혼자 남을 진석이가 안쓰럽다며 방법이 없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외적으로 단산초교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예외를 인정해 두 학생의 입학식과 여름캠프 참가를 받아들였다.

올해 단 1명의 동기생도 없이 혼자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2박 3일 동안 열리는 이번 여름 캠프에는 전국의 '나홀로 입학생' 35명과 보호자 40여 명(학부모 또는 교사)이 참석했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전국 농산어촌의 '나홀로 입학생' 110명 가운데 캠프 참석 희망자들의 신청을 받아 35명을 선정했다.

'더불어 함께 입학식'은 전국의 '나홀로 입학생'을 보호자(학부모나 교사)와 함께 서울로 초청해 서울 문화탐방 시간을 제공하고 강화도에 소재한 '오마이스쿨'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동기생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는 2박3일(7월 20~22일)간의 여름캠프다. 교통비와 숙박비 등 캠프 참가에 드는 제반 경비는 '아름다운재단'과 <오마이뉴스>가 공동 부담한다.

구체 일정은 다음과 같다.

☞ '더불어 함께 입학식' 세부 일정

◆ 7월 20일(일요일- 첫째날) "서울 가는 날"

낮 1:00 고속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 이용자는 대기중인 버스에 탑승
1:30 열차(서울·용산·청량리역) 이용자는 덕수궁 정문(대한문)에 집결(덕수궁정문)
2:00~2:30 '1일교사' 박상원 서울시 홍보대사(탤런트) 특별수업 및 기념사진(시청별관)
2:30~6:00 버스 탑승 및 서울 문화탐방(남대문, 청와대, 경복궁, 청계천, 남산타워) 
6:10~7:30 남산 서울유스호스텔 도착 후 방 배정 및 저녁 식사
8:00~10:00 친교 시간 및 입학식 안내
10:00 취침

◆ 7월 21일(월요일- 둘째날) "강화도 가는 날"(더불어 함께 입학식)

7:00~8:20  기상 및 세면, 아침식사
8:30~9:50 버스 탑승 및 이동(강화 오마이스쿨 도착후 방 배정 및 휴식)
10:10~10:50 '더불어 함께 입학식(오마이스쿨 강당)
11:00~11:30 '나를 소개합니다' 프로그램
11:30~12:00 '1일교사' 한혜진 월드비전 홍보대사(탤런트) 특별수업 및 기념촬영
12:10~2:00  점심 및 자유시간
2:00~6:00 버스 탑승 및 이동(강화 갯벌체험 및 역사탐방)
6:00~8:0 휴식 및 세면, 저녁식사
8:00~10:00 친교시간(별 보기 체험 및 천체 관측 실습/캠프 파이어)
10:00 취침

◆ 7월 22일(화요일- 셋째날) "집에 돌아가는 날"

7:00~8:55  기상 및 세면, 아침식사 및 휴식
9:00~10:20 서울-강화 탐방 소감 글쓰기와 소감문 바꿔읽기
10:30~11:20 캠프 참가 및 '짝꿍' 만난 소감 발표와 '팀블로그' 사용 안내
11:30~12:30  선물 증정 및 각 방향별 버스 배정, 도시락 제공 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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