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언제나 즐거운 걸까?

[서평] 박 준의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등록 2008.07.21 10:45수정 2008.07.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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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른 여행작가 '박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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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웅진윙스


모두가 똑같은 걸 고집할 때,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의미가 있다면, 그가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행책에서는 '박 준'이 그렇다.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박 준은 <온 더 로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이 나올 당시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자신들이 다녀온 여행지가 좋은 이유를 주장하던 때였다.

<온 더 로드>는 주장하지 않았다. 장기배낭여행자들의 삶과 인생을 담아내려고 했을 따름이다. '장기'라는 것이 주는 두려움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이렇게 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등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은 비슷한 주제의 책들과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유명해졌다. 시인 이병률의 <끌림>과 함께 여행책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의 두 번째 책 <네 멋대로 행복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요커들의 열정적인 삶을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이때부터였던가. 박 준의 글은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기 시작했다.

이번에 나온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어떨까?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캄보디아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또한 다르다. 요즘의 흐름을 비껴난 것은 물론 <네 멋대로 행복하라>보다 좀 더 분명해진 다큐멘터리적인 글쓰기로 읽는 이들의 가슴을 흔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 '캄보디아에 와서 즐겁다'

박 준이 만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일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적응을 못해 고생하던 중이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단란주점 주방장, 티켓다방 꼬마사장 등을 하며 조폭처럼 살았고 누군가는 25년 동안 자동차부품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했다. 이렇듯 그들이 했던 일은 다 달랐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캄보디아에 와서 즐겁다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던 백지윤씨. 그녀는 박 준에게 자신이 돈 버는 기계로 느껴지던 어느 날, 캄보디아로 '도망'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 캄보디아에서 웃고 있다. 한국에서의 그 '틀'을 벗어났기에 그런 것인가? 아니다. 그보다 그녀는 캄보이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일 테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에, 비로소 하늘을 보며 살 수 있는 자신의 생활에 뿌듯해하는 것이다.

공고를 졸업하고 술집 기도, 단란주점 주방장 등을 거치며 거친 삶을 살았던 이기원씨. 그가 캄보디아에 온 것은 '무작정'이었다. 딱히 어떤 필연적인 이유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캄보디아의 친구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됐다. 그가 아이들에게 밥을 주기 때문이다. 가난 때문에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그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것이다.

남들이야 그렇다 치고 스스로는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매일 하는 일이 똑같으니까 지루할 것도 같은데, 마음이 매일 달라요. 어제 밥 풀 때와 오늘 밥 풀 때 느낌이 달라요. 그게 참 사람 미치게 해요. 늘 새로운 일을 하는 기분이니까"라고 말한다. 그걸 보면 그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한국에서의 그 생활과 다르게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리라.

이들 외에도 박준이 만난 그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다. 캄보디아어 "써바이 써바이"가 '행복하다, 즐겁다'를 의미하는데 그들은 책 제목처럼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하다. 한국에서 어느 나이가 되면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 예컨대 결혼 문제나 아파트 문제 혹은 자동차 문제 같은 것들을 그들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을 따름이었고 박 준은 그것을 다큐멘터리처럼 이 책에 담아낸 것이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는 많은 웃음이 있다. 또한 그처럼 환하게 웃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려주고 있다. 그들처럼 그곳으로 떠나 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던 박 준의 새롭고도 신선한 여행책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그 속에 담긴 해맑은 웃음과 건강함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웅진윙스, 2008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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