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의 '살인적 고금리'에 대한 국회 답변을 보고

[주장]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을 '관광객 잘못'으로 몰아가는 작태와 같다

등록 2008.07.23 13:43수정 2008.07.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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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금리가 100%라도 돈을 빌려주는 곳이 있는 게 더 중요한 사람도 있다"며 대부업체의 살인적 고금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걸 쓰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부모, 형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이유로,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정부관료로서 한 국회의원의 ‘긴급 현안’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했다고 한다.(기사참조: [뷰스앤뉴스] 강만수, 이번엔 '고리대 옹호' 파문)

 

의원들이 국민들이 소리를 높이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니 국회가 열리지 못한다면서 ‘대의(代議)민주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집권여당의 아우성에 어렵사리 열린 국회에서, 국민을 대표하여 발언하는 국회의원의 ‘긴급’한 현안 질문에 정부관료의 이런 식의 답변이라면 ‘무엇 때문에’ ‘왜’ 국회를 열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만수 장관의 논리라면, 재정부에서 ‘52개품목의 생필품이라고 하여 관리’할 필요가 무엇인가? 비싸면 사지 않으면 되는데, 비싸도 사는 사람이 있는데 말이다. 그런 생각이라면, 재정부에서 발표하고 시행하거나 하려는 수많은 ‘규제’와 ‘관리’하는 정책은 왜 필요한가. 무엇 때문에 정부기관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말이다. 환갑 넘은 할아버지들의 일자리를 위해서란 말인가?

 

필요할 때는 국민들을 향해 선진 제(諸)국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왜 이러한 ‘살인적 고금리’에 대해서는 이리도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인가? 장관 본인이 고금리로 돈 버는 딴주머니를 찼거나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 그러한 일을 하는 것으론 믿고 싶지 않다.

 

사채업자들의 ‘살인적 고금리’로 인해 결과적으로 목숨을 끊은 수많은 사례를 우리 국민들은 접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정잡배(市井雜輩)가 아닌,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할 정부의 고위관리로서 대의(代議)민주정치의 장(場)인 국회에서 국민을 대신하여 국회의원이 긴급한 현안 질의라는 생각에 한 질의에 이러한 답변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국민들의 분노에 찬 욕설을 들어도 당연한 일이다. 그 국민이 고리대금업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지금 금강산 관광객이었던 ‘박왕자’씨를 북한 초병이 사격을 가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그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또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일일 것이다. 한 관광객의 실수나 잘못으로만 판단한다면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필요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고리대금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목숨을 끊은 많은 사례의 보도들을 보고도 강만수 장관이 이러한 발언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천연스레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북한초병의 행위를 ‘관광객이 넘어가는 행위가 잘못되었다’고만 얘기하면서 이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강구하는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거나 ‘소극적 또는 피동적으로 임하려는’ 작태와 같은 것이다.

 

강만수 장관의 국회 답변은 “‘죽음을 사실상 배후조종’하는 작태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하여도 할 말이 없는, 그러한 속내를 나타낸 답변이다. 그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관계된 일에 대책을 세우고 처리할 것을 명(命)받은 자연인이 아닌 공무원, 즉 요새말로 ‘머슴’이기 때문이다. 

 

옛부터 우리는 환갑(還甲)이 되면 축하잔치를 해 주었다. 그것은 그만큼 오래 살았다는 할아버지로서의 장수(長壽)뿐만 아니라, 그만한 ‘경륜과 인생의 지혜를 갖춘 인생의 선배로서 진중(鎭重)하고 존경할 만한’ 것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체력의 힘으로 따지는 동물의 세계처럼 힘센 젊은 사람에게 항상 쥐어 터져 죽을 날만 바라보고 있어도 하등 이상할 것도 없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올 법하다.

 

45년생이면 지금 ‘예순넷’인데, 염색약이 발달한 세상이 되어 머리색을 검게 유지할 수 있으니 환갑잔치가 사라지는 추세로 인해 스스로 할아버지가 아닌 젊은 사람으로 생각되어, ‘진중(鎭重)하고 존경할 만한 것’과는 아예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MB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진중(鎭重)하고 존경할 만한’ 할아버지들이 아닌 노망(老妄) 비슷한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목격되어, 이것이 더욱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2008.07.23 13:43 ⓒ 2008 OhmyNews
#강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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