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감사원 지적받은 비위간부 영전 말썽

감사원, '엄중한 인사조치' 통보.. 평택시, '훈계 뒤 영전'

등록 2008.07.24 18:18수정 2008.07.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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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택시 소사벌택지개발지구 안에 개설된 도시계획도로(대로3-29호선). 감사원의 감사결과, 2006년 6월 완공된 이 도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며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곳에 6만여㎡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송명호 평택시장과 그의 형제들이 180억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아 '불법도로 개설 묵인 의혹'을 받았다.

평택시 소사벌택지개발지구 안에 개설된 도시계획도로(대로3-29호선). 감사원의 감사결과, 2006년 6월 완공된 이 도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며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곳에 6만여㎡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송명호 평택시장과 그의 형제들이 180억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아 '불법도로 개설 묵인 의혹'을 받았다. ⓒ 평택시

평택시 소사벌택지개발지구 안에 개설된 도시계획도로(대로3-29호선). 감사원의 감사결과, 2006년 6월 완공된 이 도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며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곳에 6만여㎡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송명호 평택시장과 그의 형제들이 180억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아 '불법도로 개설 묵인 의혹'을 받았다. ⓒ 평택시

평택시가 택지개발예정지구에 불법으로 도로를 개설해 400여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한 비위 간부를 영전시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는 감사원으로부터 '소사벌 택지개발지구내 도시계획도로 불법 개설'에 깊숙이 개입한 한아무개 과장(5급)에게 '엄중한 인사조치'를 하라고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4일 그를 건설도시과장으로 영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감사원으로부터 '택지개발지구내 도시계획도로 개설 업무 등 처리 부적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김아무개 과장은 국장으로 승진했다.

 

국가감사기관인 감사원의 통보를 무시하고 '징계사유 소멸'을 이유로 비위에 연루된 간부를 영전·승진시키는 '인사잔치'를 벌인 셈이다. 이로인해 송명호(53) 평택시장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법 위반하며 '불법도로' 착공...한 과장, 사실누락-허위진술 등 깊숙이 개입

 

평택시는 지난 2005년 6월 '평택 소사벌 택지개발예정지구'에 111억여원(공사비 39억과 토지보상비 72억)을 들여 도시계획도로를 착공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어제(23일) 발표한 감사 결과, 평택시가 개설한 도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법률 제43조와 제141조 등에 따르면, 도로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종류·위치·규모 등을 미리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를 '도시계획시설 결정'이라고 부른다. 만약 이러한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 등을 개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평택시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2004년 5월)한 이후인 2004년 7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같은해 11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한 뒤 바로 택지 안에 폭 25m에 길이 1.03km의 우회도로 공사를 시작했다. 

 

게다가 평택시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기 4개월 전인 2004년 1월 도시계획시설 결정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업체까지 선정하고 지질조사, 작업공간 진입로 개설 등 기반공사에 들어가는 불법을 저질렀다.  

 

a  평택시의 '지방공무원 문책 통보' 문서(6월 3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른 조치인데, 불법 도로개설에 관연된 공무원들은 모두 '훈계'에 그쳤다.

평택시의 '지방공무원 문책 통보' 문서(6월 3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른 조치인데, 불법 도로개설에 관연된 공무원들은 모두 '훈계'에 그쳤다. ⓒ 오마이뉴스

평택시의 '지방공무원 문책 통보' 문서(6월 3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른 조치인데, 불법 도로개설에 관연된 공무원들은 모두 '훈계'에 그쳤다. ⓒ 오마이뉴스

 

이러한 불법도로 개설에 당시 건설과 업무를 총괄하고 있던 한 과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불법도로 개설 당시 건설과장이었던 그는 24일 건설도시과장으로 영전하기 전까지 상하수도운영과장으로 근무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 과장은 중요사실을 누락하고, 관련부서의 협의의견을 수차례 묵살했으며, 심지어 허위진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한 과장은 2004년 2월 부하직원이 기안한 '도시계획도로 계약시행 건의' 문서에 '해당 도로공사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결재해 최종결재를 받아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그 결과 도시계획시설 결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3개 건설업체와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위한 계약이 체결되고 도로공사가 시작됨으로써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3조 등을 고의로 위배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한 과장은 2004년 5월 관련부서로부터 '위 도시계획도로 개설은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이기 때문에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을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도로공사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2004년 6월 부하직원이 시장에게 보고할 내용에 '위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면 택지개발계획수립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고 사업지구 내 지가가 상승되어 택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등의 지적이 포함돼 있었으나 '교통체증 해소 등을 위해 위 도시계획도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문서를 작성한 후 결재를 받아냈다.

 

즉 도로개설에 불리한 '택지개발예정지구 내에서는 개발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지 않은 위 도로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특히 2004년 7월 열린 평택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민간위원들이 "택지지구에 도로를 개설하면 평택시 예산이 낭비된다"고 지적하자, 한 과장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도로개설 사업비를 받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한국토지공사가 평택시에 도로공사비를 지급하기로 협의한 사실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a  감사원이 작성한 평택시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에는 한아무개 과장에게 '징계사유 시효가 완성됐지만 재발방지을 위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감사원이 작성한 평택시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에는 한아무개 과장에게 '징계사유 시효가 완성됐지만 재발방지을 위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 오마이뉴스

감사원이 작성한 평택시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에는 한아무개 과장에게 '징계사유 시효가 완성됐지만 재발방지을 위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 오마이뉴스

 

감사원 "엄중한 인사조치"... 평택시, 건설도시과장으로 영전시켜

 

결국 감사원은 "이렇게 개설된 도로는 택지개발 때 철거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철거비용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에 따른 지가 상승분 292억여원의 토지보상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렇게 불법도로를 개설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한 과장에게 다음과 같은 조치를 내리라고 통보했다.

 

"위 사람의 비위행위는 징계사유의 시효가 완성되었으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그 비위내용을 통보하오니 평택시장은 이를 인사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감사원의 통보에도 평택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평택시의 '지방공무원 문책 통보' 문서에 따르면, 불법도로 개설에 깊숙이 개입한 한 과장에게는 낮은 단계의 징계인 '훈계' 조치를 내렸다.

 

게다가 평택시는 감사원의 감사에 의해 명백한 '비위사실'이 드러난 한 과장을 건설도시과장으로 영전시킴으로써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은우 평택참여자치연대 대표는 "선임과 역할을 하는 건설도시과는 국장으로 승진하는 데 가장 유리한 부서"라며 "상하수도운영과장이라는 한직에서 건설도시과장으로 발령낸 것은 영전"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감사원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라'는 얘기"라며 "그런데도 문제 간부을 영전시킨 것은 평택시가 시민 세금 낭비와 토지보상금 상승을 초래한 사건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만수 평택시 인사계장은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는 건설도시과가 토목직에서 제일 중요한 자리였지만 지금은 건설사업본부가 따로 생겨서 관리부서에 불과하다"며 "이전보다 중요도가 떨어진 자리"라고 말했다.

 

김 계장은 "건설도시과는 이제 사업시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권에 개입할 수 없다"며 "특히 한 과장의 경우 연공서열로 따지면 국장 승진 대상자인데 승진을 안시켰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명했다.

 

송명호 시장 "취임하기 전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불법도로가 개설된 택지지구에 6만여㎡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송명호 평택시장과 그의 형제들은 지난 2006년 180억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았다. 이와 관련 송 시장이 높은 토지보상금을 받기 위해 불법행위에 눈감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송 시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비전동 도로는 전 시장 때부터 추진하던 주민숙원사업으로 내가 시장에 취임한 2004년 6월에는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택지지구의 토지는 선친께 물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택시 #소사벌택지개발지구 #송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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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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