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김삼석
물론 그 전에 절에 들어가 출가를 하고자 했던 게 꿈이었다. 출가하려고 찾아간 절에서 아침에 산초나무를 앞뜰에 옮겨 심었다. 모처럼 깊은 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지게지고 땀 흘리는 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문득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절로 출가하는 것보다 땀 흘려 지은 곡식으로 대중공양을 하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확' 바꾸었다. 그때가 2004년 12월. 그리고 그 해 한국농업대학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일주일 정도 수업을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인생은 절묘한 만남의 연속인가.
"첫 일주일간 수업을 들은 뒤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어요, 그런데 금요일에 딱 '친환경수업'에서 김 교수님이 인간과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와 농업철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평소에 생각했던 바와 같은 생각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내공을 느낀 것은 당연하죠."
미인이 호박을 만난듯, 정 대표를 통해 약초와 호박이 만난다. 정 대표가 학창 시절 주요 관심사는 '늙은 호박'에 관한 것. 또 맷돌 호박을 기를 때 보이차 잎을 준 것. 보이차(普洱茶)는 발효차의 일종이다. 독특한 향과 색을 가지고 있으며 약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호박에 보이차라. 어떤 효과가 있을까. 호박이 미인으로 바뀌었을까 아니면?
정 대표는 20여년 학창 시절부터 차를 즐기는 차인이다. 한국농업대학에서도 차동아리를 만들었다. 슈바이처 박사의 말처럼 '농업은 문화의 근본'이듯이 농업이 살길은 농민이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차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차를 마시면서 농업을 이야기하고 문화를 이야기하고 사회를 이야기하였다.
그러다가 차를 마시고 나면 찻잎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 찻잎을 순환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찻잎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작물을 시험한 결과 호박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또 호박의 향과 모양이 특이하게 변해 최상의 고품질 호박이 된 것. 결국 보이차와 호박이 만나 호박의 약성이 더 강해졌고, 서로 상승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