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자씨 서있다가 총 맞았을 수도 있다"

정부 모의시험 결과 발표... 북한측 설명과는 크게 차이

등록 2008.08.01 12:00수정 2008.08.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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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2박 3일간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를 설명하며 있다. ⓒ 권우성


박왕자씨 피살 사건을 조사중인 정부합동조사단은 1일 "현지와 비슷한 곳에서 실시한 모의시험 결과 박씨는 100m 이내 거리에서 총을 맞았으며, 피격 당시 서있거나 천천히 걷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의 이같은 모의 시험 결과는 "박씨가 정지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해 조준 사격을 했다"는 북한의 설명과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이번 시험 결과가 북한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황부기 조사단장은 "북한의 주장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과 연관지어 모의 시험을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100m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피격했을 수도 있다"

이번 모의 시험은 지난달 27~28일 금강산 해수욕장과 환경이 비슷한 강원도 고성의 한 해변가에서 실시됐다. 시험에는 박씨와 체격조건이 비슷한 50대 여성과 마네킹, 그리고 북한군 초병이 사격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AK-74 소총이 동원됐다.

박씨가 100m 이내에서 피격당했을 것으로 보는 근거는 AK-74 소총의 명중률 때문이다. 북한 군 초병이 엎드려서 소총을 손으로 받치거나 바위 등에 얹혀놓고 쏘는 의탁 사격일 경우 100m, 추격하다가 서서 총을 쐈을 경우 60m 정도여야 조준사격으로 박씨를 맞힐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은 "만약 박왕자씨가 도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격 거리는 100m 보다 훨씬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실장은 "피격 당시 고인이 정지해있거나 천천히 걷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피격 당시 흰색 원피스에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부검 결과 박씨는 엉덩이 쪽에 총을 한 발 맞았는데 원피스와 셔츠에도 동일한 위치에 탄흔이 있다.


만약 박씨가 뛰고 있던 상태였다면 셔츠가 뒤로 날려서 원피스에만 탄흔이 존재했을 것이다. 부검 결과 박씨의 허벅지에는 작게는 1㎜에서 크게는 7~8㎜에 이르는 상처가 여러개 나있다.

이와 관련 김동환 실장은 "총알이 박씨의 발 주변에 맞아 조개껍데기나 돌이 부서지면서 박씨의 허벅지에 상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북한군 초병이 박씨에게 최소 3발을 쐈다는 점은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은 경고 사격 1발에 조준 사격 3발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많은 관광객들은 총성을 2발밖에 듣지 못했다고 진술해 논란이 일었다.

박씨는 엉덩이와 등쪽에 2발을 맞았는데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정황상으로는 박씨의 발 주변에 총알이 날아와 허벅지에 상처가 생기고, 이어 엉덩이에 총을 맞고 다음에 등에 맞았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이는 정황에 근거한 예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박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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