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사태, 통상규범과 인권규범의 충돌"

인권위 '미 쇠고기 협상과 인권 토론회' 6일 열려

등록 2008.08.07 11:10수정 2008.08.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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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과 쇠고기 수입 협상 토론회 6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1에서 '건강권과 쇠고기 수입 협상'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 박유미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검역기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자기결정권의 핵심이다. 통상규범과 인권규범이 충돌한다면 인권규범을 우선하는 게 당연하다." (송기호 변호사)

"광우병은 사라져 가는 병이다.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한미FTA와 쇠고기 협상문제는 이 정도 선에서 타결했으면 성공한 것이다. 이를 인권침해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오후 2시부터 세 시간동안 10층 배움터에서 '건강권과 쇠고기 수입현상'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발제자인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송기호 변호사, 정인교 인하대 교수,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원, 정영진 변호사, 김승환 전북대 교수는 국제규범과 절차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면밀히 살피고 토론을 벌였다. 

"건강권 보장 정도가 한국 사회 인권 수준 척도"

"세계보건기구 헌장은 건강권이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이며 '인종, 종교 정치적 입장,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의 기본적 권리'임을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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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가 '통상규범과 인권규범의 조화'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박유미

신영전 교수는 건강권의 관점에서 광우병 사태를 조명했다. 신 교수는 "최근 미국 쇠고기수입과 관련된 정책결정은 건강 보호 체계를 확보하는 데 있어 위험의 정도를 높였으며,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수입협상이 국민 스스로가 건강과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차단하고 건강권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광우병 사태가 얼마나 건강권을 보장하는 형태로 귀결될지가 한국 사회 인권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원산지 표시 의무조치 등 선택권적 대안에서 국민적 합의와 참여, 투명한 정보제공을 바탕으로 사전예방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3개월 동안 이어진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국제통상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통상규범과 인권규범이라는 두 국제규범의 충돌지점이 바로 현재 광우병 파동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가변적인 국제통상규범에 앞서는 필수적 성격의 인권규범"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의 질서를 국제통상에 맞춰 개방 확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후생 증가를 원활히 하려면 인권보호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인권규범과 통상규범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규범 제정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권을 충분히 반영해 인권적 요구가 충분히 들어가도록 하고, 통상규범에서 인권적 요소를 적극 해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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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가 송기호 변호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 박유미


이에 반해 정인교 교수는 "인권을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결국 복지는 돈의 문제"라며 "국제통상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한미FTA와 쇠고기 협정 체결도 이러한 면에서 인권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 먹는 것은 개인의 자율권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일이며, 어쩔 수 없이 먹는다기보다 싸고 맛있는 고기를 선택한 것 뿐"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고 있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동물사료 금지 후 광우병 발병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검역기준 고시에 대한 평가는 보기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보다는 그 안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진단하고 다뤄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하여 송 변호사는 "광우병 검역 기준을 정하는 과학적 위험 분석은 인권으로부터 폐쇄적인 개념이 아니며, 과학적 불확실성하에서 여론은 위험성의 한 요소"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사회적 비용도 줄인다"

토론은 이후 절차적 정당성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국민의 건강권 등 인권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때 확보되어야 할 국민적 의견수렴 절차, '쇠고기 수입협상과 고시를 통한 효력 발생'이라는 법 형식의 적정성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정영진 변호사는 쇠고기에 대한 한미 합의의 절차적 특수성과 보편적 측면에 관해 발제했다. 정 변호사는 "외교부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면 한미 합의는 조약이며 농림부 장관의 고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언제든지 국내 상황에 따라서 가축 전염병 예방법 개정에 따라 국제 합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논의가 있다"며 "한미 간 법적 성격이 적법한 조약이 아니라는 입장에 기초하여 현재의 합의문이 가서명 단계이기 때문에 쇠고기 합의문의 내용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법상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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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 변호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박유미


김승환 교수는 "수입위생조건이 건강권, 생명권,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인간존엄권을 제한하고 검역주권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 60조 제 1항에 따라 체결, 비준에 국회의 동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동의 없이 장관 고시만으로 그 효력을 발생하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상태는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주권을 제약하는 위헌적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수입위생조건을 통한 기본권 제한이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의 소비로 인한 광우병 발병 위험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제하고 "이런 위험의 존재와 위험의 현실화 사이에서 건강권 등 기본권이 하나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은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이 실험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우석훈 연구원은 "쇠고기 협상과 국내 이행조치의 진행과정 속에서 인권적 의미에서의 절차들이 제대로 가동되었는지 보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가 대단히 형식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우 연구원은 "기계적으로 법적 절차를 지켰느냐에 대한 법리적 문제와 함께, 간접적으로 해당 상품을 소비 혹은 섭취하게 되는 사람들의 인권이 충분히 논의가 되었는가라는 '절차적 타당성'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당사자가 행정 행위에 일정 정도 직접 참여하면 사실상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줄일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 자체도 일종의 사회적 비용이므로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줄이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지금 시점에서 쇠고기 협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도 있으나, 이제부터라도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개선방향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유미 기자는 8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유미 기자는 8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인권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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