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놀이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매트놀이터에 비해 모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용한다. 거기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모래를 만지고 변형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논다. 물장난과 모래 장난을 아이들이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원동업 2008
나는 다른 분에게도 물어보기로 했다. 마침 네 살짜리 아들의 친구가 베이비시터 아주머니와 함께 놀러왔다. 놀이터에 온 그 아이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여기 모래를 매트로 바꾼다고 하더라구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매트로 바꿔야 돼요. 그러면 얼마나 깨끗하다구요."이분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일이 늘어나는 걸 이 분은 원치 않기 때문일까? 아이를 더럽히면 핀잔을 듣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모래를 잔뜩 묻히는 걸 원치 않는다.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거실 바닥에 모래가 깔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모래를 묻히고 미끄럼이라도 탔다 치면, 검게 반질반질 모래범벅이 된 바지를 애벌빨래해야 하는 일은 정말로 귀찮다. 비오고 난 다음날도, 여전히 어머니들은 소리친다.
"물장난하지 마. 엄마가 신발하고 옷 버린다고 그랬지. 엄마를 힘들여 죽일라고 작정했어?"어머니는 오버하신다. 아이들은 그저 물을 좋아할 따름이다. 나는 놀이터를 떠나서, 현관이 있는 아파트 앞쪽 길로 나온다. 그리고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있는 어머니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두 여자아이. 대략 여섯살, 세살쯤 되는 딸아이들이 엄마를 사이에 두고 자전거와 유모차에 앉아 있다.
"요즘에는 통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놀 시간이 없어요. 제가 일을 하기 때문에, 애들하고 지낼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아이들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모양이다. 똑같이 생긴 노란 가방 두 개가 아이들 곁에 있다. 어머니는 덧붙여준다.
"그런데 우리 옆집 어머니들은 길 건너 공용 놀이터(매트놀이터)에서 놀다 오더라구요. 여긴 모래가 더럽다고 그러는지."
더러운 모래를 아이들이 만지게 할 수는 없어요만나본 분 세 분이 모두 모래엔 반대다. 그러니까 거기엔 공포가 있는 모양이다. 흙은 더러운 것, 모래는 '무서운' 것이다. 그 안에는 병균이 득실득실. 거기에 무슨 미친 고양이가 똥오줌을 쌌을지 모르고, 어떤 애완용 강아지나 애들이 와서 행악질을 해놓았을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담배꽁초에 쓰레기가 뒤섞여 있고, 수은 미나마타병, 카드뮴 이타이이타이병, 그 외 중금속으로 범벅이 되어있다"는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은 크다.
거기에선 때로 취객도 와서 위에서 앞으로, 아래로는 뒤로 배설을 한다고도 내보냈다. 그런 놀이터도 개중에는 왜 없으랴. 하지만 그건 매트 놀이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관리가 안되면 매트놀이터 아니라 황금놀이터라도 아이들은 놀기 어렵다. 고양이가 전염병의 온상이라고? 우리 아파트는 상황이 다르다. 관리도 잘 되는 편이고, 짙은 녹지대와 함께 햇빛도 번갈아 드는 남향이다. 지금까지 그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걸 들어본 일이 없었다.
육안으로 직접 확인한 바로도 모래는 더럽지 않다. 냄새를 맡아보아도 그렇다. 굵고 서걱거리는 느낌도 좋고, 색은 노랗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난 뒤 놀이터는 시원하다. 흙은 아스팔트보다는 훨씬 더, 더구나 매트보다는 훨씬 더 인간을 편안케 해준다. 어른들이 보다 더 잘 관리해 주기만 하면, 여기는 괜찮다. 그래서 나도 가끔 맨발로 아이들과 뛰어논다.
나는 그 어머니에게는 몇 마디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한다.
"매트가 폐타이어로 만드는 것이잖아요. 그걸 여러 가지 화학적인 처리를 해서 만드는 것이라서요, 매트가 꼭 보이는 것만큼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아, 그래요? 미처 그런 생각은 못해 보았어요.""지금 운동장에도 많이 까는 인조잔디 있잖아요. 그거 좋은 일이기는 한데, 환경호르몬 같은 것이 검출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들었어요. 단가를 낮추려고 좋지 않은 자재를 쓰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요."온도가 높아질 때, 매트 놀이터는 일종의 커다란 훈증기가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의 엄마는 미처 그것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금세 생각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매트 놀이터는 다음 같은 점에서 모래보다 못하다.
다이옥신 등 화학물질 방출: 매트는 고온에서 좋지 않은 화학물질을 방출할 수도 있다. 매트는 폐타이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환경 친화적이지만, 동시에 이런저런 화학물질을 섞은 만들어낸 것이어서, 그 자재 자체에서 화학물질을 내뿜을 수 있다. 매트를 붙이는 접착제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대략 37~38도 가까이 되면 독성물질을 뿜어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운 날이 되면 놀이금지 경보를 놀이터에도 발효해야 할까? 매트에서 놀다 집에 돌아온 아토피 아이들이 부스럼이 커지고 발진이 생겼다는 실증적인 증언들은 제법 있다. 시간이 갈수록 딱딱해지는 매트: 매트는 야외에 설치되고, 혹서기와 혹한기를 거치면서 딱딱해진다. 그럴 경우, 그러니까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아이들의 낙하사고에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매트는 처음 설치될 때, 30센티 이상이어야 이상적인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공사비는 증가된다. 공사비를 줄이려는 욕구는 아이들에게 해로운 일로 다가온다. 어떠한 재질을 써서 어떤 공법으로 작업하는가도 주요한 감시의 대상이 될 이유는 그래서 있다. 매트는 여름에 늘어나고, 겨울에는 줄어들면서 들쭉날쭉 일어서기도 한다. 관리비 측면에서 초기 공사비와 더불어 그 유지비를 생각할 때, 이것이 꼭 경제적인 선택인 것만도 아니다.매트 위에서는 할 일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모래 위에서는 모든 놀이가 가능하다. 아이들은 모래를 파서 굴을 만들고, 봉긋하게 만들어 두꺼비에게 집도 만들어 준다. 요리를 해서 서로 권하고, 자동차에 흙을 담아 부우웅 하고 이동도 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놀던 장난감을 숨겼다가 다시 흙을 파내고 꺼낸다. 그때 아이들은 고고학자·발굴자가 된다. 어떤 아이들은 설치 미술을 할 때도 있다. 모래를 쌓아서 미끄럼틀을 완전히 가려버린 초등생 아이들도 나는 여기서 보았다. 모래는 그저 작대기 하나만으로도 죽죽 줄을 그어서 마방진 놀이도 할 수 있다. 비가 한번 오고 나면, 아이들이 지었던 모든 흔적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들이, 아니 전날의 아이들이라도 다시 새로운 놀이를 시작한다. 매트 위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매트 위에 아이들을 주저앉아 놀게 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것이 아무런 변형도 되지 않고, 움켜쥘 수도 없음을 곧 알게 될 것이고, 거기에선 아무 것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매트놀이터에서는 바닥에서의 놀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