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이덕만
- 국민들이 민주노총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사실 촛불은 비정규직, 공공부문 민영화와 같은 노동 의제보다는 상대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언론장악 등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움직였다. 노동운동 진영에서 볼 때 고민스럽지 않은가.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만났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생각을 밝혀주셨다. 쉰이 넘은 시민 한 명은 '당신한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보다 실업자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고, 어떤 분은 '비정규직 문제 심각한 것 인정하는데 지금은 국민 건강권 하나로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지난 5월 아이들이 '야간자율학습, 0교시로 잠도 못 자고 허기진데 학교급식에서 나온 광우병 소고기를 먹고 내가 병들어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로 땅도 없고 돈도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죽거들랑 대운하에 내 유골을 뿌려다오'라는 내용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촛불정신이 그 안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 건강권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모두 다 있다.
또 공기업 민영화 문제는 물가폭등 상황과 깊이 연관돼 있다. 내가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전기값, 가스값, 수도세 모두 폭등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해놓고 가스값, 전기값 엄청 올렸다. 민영화 안 해도 값 오르니 민영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갈 속셈이다. 이건 공기업을 민영화 아니 사유화하기 위한 교묘한 사전 조치다. 국민이 다 알고 있다. 또 물가 폭등 막겠다고 나선 민주노총을 사랑하고 있다. 이렇게 민주노총이 국민의 저변 속에 들어간다면 국민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이라 자신한다."
- 그렇지만 지금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에 난항을 겪는 모습을 보면 정부나 기업들은 민주노총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민주노총의 저력을 무시하고 있다. 사실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과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1번타자 화물연대, 2번타자 건설… 식'의 야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명박 정부와 총체적으로 맞서 '맞짱'을 뜰 때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정세는 개별적으로 맞서서 싸울 수 있는 정세가 아니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자본과 권력은 개별적으로 나선 우리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반기 정세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이 정치적으로 위상을 강화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어떻게든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깃발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
야구는 이제 끝났다. 하반기 투쟁은 제대로 힘을 모아서 전체가 한 번에 다 붙는 투쟁으로 가야 한다. 그 외의 길은 없다. 국민들도 민주노총에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 7월 초 총파업 때 사실상 민주노총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야구는 끝났다'는 것은 그 평가에 기반을 둔 것인가."지난 7월 총파업은 원래 계획보다 더 일찍 앞당겨 준비가 부족했다. 당시 파업의 강도보다는 일손을 놓고 촛불로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정정도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당시 총파업을 조직하면서 촛불에 대한 서울과 지역의 온도차가 심하다고 느꼈다. 서울 지역 조합원들은 촛불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는데 지방에 있는 조합원들은 촛불을 이해하지 못했다. 위원장이 너무 촛불에 '올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방에서 강연하고 이야기하면 조합원들 대다수가 이해하고 있다. 이제 축구다. 축구는 전반에 2골을 먹더라도 후반에 3골을 넣으면 이긴다."
"조만간 적당한 시점에 상징적인 장소에 나타나 투쟁 진두지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