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5)

― '주위의 모든 것' 다듬기

등록 2008.08.09 15:02수정 2008.08.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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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뭘 하고 놀까, 하며 주위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보고 다녔으니까 그럴 수밖에. 자연에 널려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들에겐 놀잇감이었고 꼬마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데 쓰는 재료였던 거지 ..  《문용포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소나무,2008) 72쪽

 

“모든 것”은 “모두”로 다듬습니다. “쓰는 재료(材料)였던 거지”는 “쓰는 재료였지”나 “쓰였지”로 손질합니다.

 

 ┌ 주위(周圍)

 │  (1) 어떤 곳의 바깥 둘레

 │   - 말뚝 주위를 맴도는 잠자리 /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  (2)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

 │   - 주위 환경 / 주위가 조용한 집 / 주위를 둘러보다 / 주위를 에워싸다

 │  (3)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   -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다 / 그녀는 주위의 권유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

 │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도 / 주위의 걱정을 물리치고

 │

 ├ 주위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보고 (x)

 ├ 자연 주위의 모든 것 (x)

 └ 자연에 널려 있는 모든 것들이 (o)

 

보기글을 쓴 분은 알맞춤하게 쓰는 말을 모르지 않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느끼지 못합니다. 머리에 지식으로는 집어넣고 있으나, 때와 곳을 살피며 쓰지 못합니다.

 

 ┌ 주위의 모든 것을

 │

 │→ 둘레에 있는 모두를

 │→ 둘레에 널린 모두를

 │→ 둘레에 가득한 모두를

 └ …

 

보기글 앞쪽에서는 “주위의 모든 것”처럼 적었으나, 바로 이어지는 글월에서는 “자연에 널려 있는 모든 것”으로 적습니다. 앞글에서는 ‘-의’를 넣지만, 뒷글에서는 ‘-에 널려 있는’을 넣었어요. 한쪽에서는 잘 쓰고 한쪽에서는 얄궂게 썼으나, 글쓴이 스스로 이런 글씀씀이를 못 느낍니다. 또한, 이 글을 책으로 묶어낸 사람들도 못 느꼈습니다.

 

 ┌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다 → 둘레에 있는 사람들 눈길을 느끼다

 ├ 주위의 권유로 → 둘레에서 해 보라고 하여

 ├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도 → 사람들이 붙잡았음에도

 ├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도 → 아무도 알아보지 않았어도

 └ 주위의 걱정을 물리치고 → 사람들 걱정을 물리치고

 

한자말 ‘주위’는 토박이말 ‘둘레’와 ‘언저리’가 쓰일 자리에 끼어들곤 합니다. 토씨 ‘-의’가 한자말하고 잘 어울리고 있음을 헤아린다면, 이 낱말 ‘주위’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먼저 ‘주위’를 털어내고 ‘둘레’나 ‘언저리’를 넣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둘레’를 애써 살려내어 적었어도, “둘레의 시선을 느끼다”처럼 적는 분이 꼭 있습니다. 이때에는 “둘레사람 눈길을 느끼다”로 한 번 더 다듬어서 토씨 ‘-의’를 깨끗이 털어냅니다.

 

“주위의 무관심”이나 “주위의 만류”나 “주위의 걱정”처럼 쓰이는 자리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이나 “사람들”이나 “동무들” 같은 말을 그때그때 알맞게 넣어 줍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척해도”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처럼 적는다든지, “사람들이 말려도”나 “동무들이 붙잡아도”처럼 적거나, “사람들이 걱정해도”나 “이웃에서 걱정해도”처럼 적어 봅니다.

 

 ┌ 주위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보고 다녔으니까

 │

 │→ 우리 둘레를 꼼꼼하게 보고 다녔으니까

 │→ 우리가 살아가는 곳을 꼼꼼하게 보고 다녔으니까

 │→ 우리 동네와 길 모두를 꼼꼼하게 보고 다녔으니까

 │→ 우리 삶터를 구석구석 꼼꼼하게 보고 다녔으니까

 └ …

 

말이든 글이든 짧게 끊는 일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자기 뜻을 찬찬히 드러내거나 나타내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지 못하면서 짤막하게만 끊어 쓴다면, 하나 마나입니다. 오히려 나중에 덧붙여야 할 이야기가 길어지곤 합니다.

 

사이에 꾸밈말을 넣거나 조금 더 풀어서 쓰면서, 자기가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내도록 마음을 기울여 주어야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넉넉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09 15:0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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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주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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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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