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새 노조위원장 노종면 앵커에 시민들 '축하 샴페인'

YTN 앞 '촛불 드라마'는 계속된다

등록 2008.08.13 09:56수정 2008.08.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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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앞에 펼쳐졌던 '촛불 드라마'

 

'촛불'이 켜진 곳에서는 늘 드라마가 연출됐다. YTN 앞에 켜진 촛불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가 드라마였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YTN 본사 앞을 지켜왔고, 때로는 노조원과 어우러진 집회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며 그들을 보조해왔다.

 

'용역'을 동원해가면서 두번이나 열린 주총 끝에 구본홍씨가 결국 YTN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촛불 시민들은 변함없이 노조원들과 함께 사투를 벌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시간 직전이나 저녁 퇴근 이후 막차가 끊기기 직전까지, 큰일이 있을 때는 휴가도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YTN 앞에서 촛불을 끄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본홍 사장 내정자의 '제안'으로부터 박경석 전 노조지부장의 '파문'이 일어나면서 YTN 노조와 촛불 시민들 사이에 '혼란'이 오갔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혼란을 수습하며 다시 그 목표처럼 하나가 됐다.

 

YTN 새 노조위원장에 '노종면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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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노조위원장 당선 후, 시민들의 '축하 케이크' 앞에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노종면 앵커 ⓒ 박형준

YTN 노조위원장 당선 후, 시민들의 '축하 케이크' 앞에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노종면 앵커 ⓒ 박형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 보궐선거가 열렸다. 총 조합원 401명 중 324명이 투표해 80.8%의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노종면·권석재(사무국장) 콤비는 총 79.7%의 압도적인 득표를 기록하면서 새 집행부로 당선되었다.

 

"조합원들 사이에 퍼진 분열의 상처부터 치유하겠다. 인사상 불이익을 내세워 조합을 분열시킨 이들은 '독'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투쟁에 돌입하겠다. 공약에 밝힌 대로 사측과의 '대화의 틀'을 내세우기 위해 김선중 현 위원장 직무대행을 접촉 창구로 내세우겠다."

 

위와 같은 당선 소감을 밝힌 노종면 위원장을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 소감이 궁금하다.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

 

-앞으로 잡은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구본홍 사장 내정자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은 계속된다. 대화 제시를 기다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진 않겠다. 대화가 제시된다면 언제든 환영한다. 하지만 그 대화 제시에는 구본홍 사장 내정자의 '거취'가 전제돼야 하며, 조합원들의 '끝장 투표'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일부 '촛불 시민들' 사이에서 'YTN노조의 투쟁 강도가 다소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숫자의 차이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을 것이다. YTN 노조원들의 수는 40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는 견고하며 그 견고한 의지는 어느 노조보다 강하다고 믿는다."

 

-YTN 뿐만 아니라 KBS와 MBC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YTN의 새 노조위원장으로서 '연대'를 이야기할 수 있겠나.

"안 그래도 전국언론노조 차원에서의 연합집회도 있었다. 아직 논의된 바는 없지만, 지금 상황이 정권의 '방송 침탈'이 끊임없이 기도되는 상황인만큼 연대가 지속돼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축하 샴페인' 준비한 촛불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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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새 노조위원장에 노종면 앵커, 축하 샴페인 터뜨려주는 '촛불 시민' ⓒ 박형준

▲ YTN 새 노조위원장에 노종면 앵커, 축하 샴페인 터뜨려주는 '촛불 시민' ⓒ 박형준
 

YTN 앞 촛불 시민들은 노종면 앵커의 노조위원장 출마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구본홍 사장 내정자에 대해 누구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했던 노종면 앵커의 출마 소식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앵커'이기 때문에 그의 출마 소식을 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높은 투표율과 높은 득표율로 새 노조위원장이 됐다는 소식을 들은 촛불 시민들은 그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사실, YTN 노조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형 투쟁'을 전개하면서 YTN 노조를 응원하고, 때로는 압박한 사람들은 바로 그 '촛불 시민들'이다.

 

YTN 노조가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 집행부와 함께, 촛불 시민들과 그동안 열심히 소통해온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등이 본사 앞으로 내려와 촛불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언론사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언론인이 시민에게 직접 인사를 남기고, 그에게 환호하는 장면을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었다.

 

촛불 시민들은 축하 케이크과 샴페인도 준비했다. 노종면 위원장도 웃음 띈 얼굴로 축하 인사와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케이크를 잘랐다. 그리고 각오도 남겼다. 그의 당선을 축하했던 시민들이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봐주는 것'은 한번뿐이다. '전과'가 있기 때문에, (구본홍 사장 내정자와) '대화'를 한다고 해도, 우리 '촛불 시민'을 포함한 누가 봐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화여야 할 것이다. YTN노조, 사실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29세 여성 최모씨

 

"지금까지 촛불 시민들이 YTN노조와 늘 함께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조위원장' 때문에 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 사실 실망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 전체의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힘내라'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36세 남성 김모씨

 

"공정언론의 횃불로 대한민국을 밝혀달라. 촛불은 올바른 언론을 지지한다." -32세 남성 조모씨(구본홍 사장 내정자의 첫 출근 시도 당시 그를 처음으로 마주쳐 '저지'에 나섰던 시민)

 

노종면 위원장은 YTN 노조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이 YTN 노조만의 것이 아니란 사실을 더욱 절실히 느끼지 않았을까. 시민들이 그를 향해 터뜨린 샴페인은, 그에게 그런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13 09:5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YTN 구본홍 #YTN #구본홍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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