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베이징 굿! 근데 왜 이리 삼엄해?

[체험기] 첫 비행기 타고 간 베이징... '미소' 속에서 '통제' 느끼다

등록 2008.08.18 09:31수정 2008.08.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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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의 일원으로 베이징을 찾았다. 지난 6일에 출발한 선발대에 이어 후발대로 와서 남은 올림픽 기간을 취재하게 된다. 16일 오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유성호, 송주민, 박정호 기자. ⓒ 박정호


해외여행은커녕 비행기 한번 안 타본 내가 중국 베이징에 왔다. 운 좋게도 <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의 일원이 됐기 때문이다. 생애 첫 번째인 외국행이 무척이나 설렌다.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지구촌 최대의 축전인 올림픽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름 '폼 잡고' 비행기를 탔는데, 생각해보니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중국말로 '안녕 하세요'가 뭔지도 출발 당일 처음 알았다. 간판마다 적혀 있는 한자를 보면 눈앞이 막막해 진다. 베이징 공항에 내리자마자 머리는 백지상태가 된 기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미리 와있던 취재팀장님은 "후발대 기자 2명은 안내자 없이 '냐오차오'(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를 살펴보고, BIMC(베이징 국제 미디어 센터)에 가서 기자 등록을 마친 뒤, 숙소로 오라"는 '긴급 지령'을 내렸다. 베이징에 처음 입국한 순간인 16일 오전에 말이다(선발대는 지난 6일 베이징 입성).

그래서 나와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공항에서부터 단 둘이 베이징 시내를 누볐다. 목적지 지명을 어설픈 한국어 발음으로 옮겨 적은 수첩 하나만을 들고서…. 한자와 중국어로 적어봐야 그것을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사용한 고육지책이었다.

베이징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기자 두 명은 과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림픽을 맞은 베이징은 과연 '아무 것도 모르는' 외국인을 위해 어느 정도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을까?

16일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폭염 속에서 베이징을 누빈 두 기자의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완비된 대중교통, 친절한 자원봉사자... "베이징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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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처음 타본 버스. 생각보다 깨끗했고, 일명 '버스 차장'이 있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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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내를 오가는 지하철 2호선은 서울의 6·7호선을 능가할 정도의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다. ⓒ 송주민


결론부터 말하면 베이징은 '초짜 방문객'이 혼자서 이동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도시였다. 올림픽을 맞아 외국인들을 무척이나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우선 대중교통이 잘 완비돼 있었다. 버스부터 지하철, 그리고 수많은 택시까지 어디서든 교통수단을 이용함에 있어 큰 불편함이 없었다. 모든 교통수단에는 에어컨 등 냉방시설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구비돼 있었다. 한여름 중국의 폭염 속에서 더운 줄 모르고 이동했을 정도다.

시내의 버스나 지하철은 한국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의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올림픽 경기장 주변. 전 차량이 그런 것은 아님). 베이징 시내를 오가는 지하철 2호선은 서울의 6·7호선을 능가할 정도의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고, 경기장 주변을 경유하는 버스도 마찬가지로 최상급이었다. 이는 올림픽 개최를 맞아 올 7월 중순경부터 새로 개통한 차량들이라고 한다.

모든 버스와 지하철역은 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한국에선 지난 70∼80년대에나 존재했던 일명 '버스 차장'(안내원)이 버스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무임승차 인원을 감시하고, 거스름돈을 챙겨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최신의 전자결제 시스템과 '버스 차장'이 공존하고 있는 광경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냐오차오 방문 후 두 번째로 찾아간 장소는 BIMC(베이징 국제 미디어 센터). 이곳에서 취재기자 등록을 했다. ⓒ 송주민


대중교통 이용과 베이징 방문을 한층 더 수월케 했던 존재가 있었다. 시내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20대의 젊은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었다. 또한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고 '국익'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구 13억을 자랑하는 중국답게 자원봉사도 '인해전술' 작전을 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엄청난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맞이했다. 어디를 가든 '2008 베이징올림픽'이라고 적힌 파란색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냐오차오' 앞에 도착하니 이들은 교통정리 및 관광안내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자 등록을 하러 BIMC에 갔을 때 우리를 도와 기자증을 발급해 준 것도 이들이었다. 각 지하철역에도 꼼꼼히 배치돼 외국인들에게 훌륭한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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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억을 자랑하는 중국답게 자원봉사도 '인해전술' 작전을 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엄청난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맞이했다 ⓒ 송주민


사실 '뭣도 모르던'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각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도 80%이상이 이들의 공이었다. 대부분이 영어에 능통해 간단히 길을 묻는 의사소통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간혹 영어가 서툰 사람이 있었지만, 이들은 말을 듣는 즉시 재빨리 뛰어가 영어 잘하는 동료를 우리 앞에 불러다 줄 정도로 '지극 정성'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길거리에 배치된 이들을 붙잡고 버스 정류장과 버스 번호를 물었다. 지하철역에 서있던 이들에게는 환승 방법과 역 이름 등을 문의했다. 이들은 항상 웃는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고, 친절한 어투로 무엇이든 상세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결국 우리는 잘 완비된 대중교통과 양적·질적으로 'A급'인 자원봉사자 덕분에 별 탈 없이 최종 목적지인 숙소(왕징)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떠난 시각이 현지시각 오전 11시 45분이었고,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10분경이었다.

오늘의 '미션'은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도 싱겁게 마무리된 셈이다.

철망에 가린 냐오차오와 곳곳에 설치된 검문대... "통제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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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지인 '냐오차오'. 이곳은 철망에 가려진 요새와 같았다. 경기장 주변은 3m가량 높이의 철망으로 빙 둘러싸여 물샐 틈이 없어 보였다. ⓒ 송주민


이처럼 베이징은 우리와 같은 '초행길 이방인'들의 마음을 '친절'로서 사로잡았다. 하지만 시내를 누비면서 베이징에 대한 '환상'만 키웠던 것은 아니다. 잠시 동안의 '베이징 여정'이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미소 뒤에 숨겨있는 '억압'과 '통제'의 모습이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포장된 모습 이면에 드러났던 모순이라고나 할까?

첫 방문지인 '냐오차오' 앞에 갔을 때였다. 이곳은 철망에 가려진 요새와 같았다. 경기장 주변은 3m가량 높이의 철망으로 빙 둘러싸여 물샐 틈이 없어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곳곳에는 공안 요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 축제 기간인데 열려있는 공간이 있겠지'란 생각으로 주변을 한번 돌았다. 하지만 자그마한 틈조차 찾을 수 없었다. 올림픽 경기장 주변은 '티켓'을 가진 사람만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차량도 티켓 확인이 된 것에 한해서만 통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철망에 가려져 있음에도 많은 중국인들은 '위대한 건축물'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냐오차오'의 위용은 희미한 정도로 밖에 느낄 수 없는 그곳으로 말이다.

삼삼오오 모인 중국인들은 한여름 햇빛보다 더 밝은 표정으로 철망 주위를 거닐었다. 희미한 '나오챠오'를 배경 삼아 철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쉬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설렘과 자부심만이 가득해 보였다. '입장 불가'에 대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중국 국민들의 피땀이 서려있는 '냐오차오'가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철망 사이를 통해 중화민족의 '상징적 조형물'을 엿보듯 바라봤다. 더욱 놀랐던 것은 중국인들은 '틈새 보기'에도 '웃음'과 '만족'만을 나타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왠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면적 25만8000㎡의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냐오차오', 그리고 이를 가로막고 있는 철망은 무슨 의미일까? 이 장엄한 건축물은 중국 인민들을 위한 것이 맞는 걸까?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이란 현수막이 널려있는 철망 앞. 그곳에 서 있는 내내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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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올림픽'을 위한 것일까? 곳곳에 설치된 검색대. 특히 지하철을 타려면 일일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 송주민


각 장소마다 설치된 검문·검색대와 공안 요원들의 삼엄한 경비도 자주 눈에 띄었다. 특정한 건물을 들어갈 때, 심지어는 지하철역을 이용할 때도 소지한 모든 물건을 검색대에 내려놔야 했다. 여권을 직접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프랑스에서 온 한 유학생의 푸념처럼 중국 정부는 모든 것을 다 검색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안전이란 이름으로 '과대 포장'된 일종의 '통제'와 '억압', 그리고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의 미소가 함께 겹쳐졌던 것이 내가 본 베이징의 첫 인상이었다. '올림픽'이란 황홀한 이름 아래 숨겨진 일종의 계획과 통제가 베이징을 휩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도 지울 수 없었던 하루였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베이징, 좀 더 두고 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올림픽 #냐오차오 #숙소 #교통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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