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는 전가의 보도인가?

[주장] 업무특성에 맞는 개혁이 필요하다

등록 2008.08.18 15:00수정 2008.08.18 16:38
0
원고료로 응원

올림픽이 한창 국민의 눈과 귀를 앗아가는 지금 공기업에 대한 선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누구의 이익을 위하여 진행되는 것일까? 과연 지금 진행되는 정권의 공기업 처리방향이 국익에 합치하는 것일까? 마치 민영화가 전가의 보도처럼 취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기업은 무엇인가?

 

공기업은 지분에 대한 소유지분을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각기 담당하는 고유업무를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압도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형식적으로는 당연히 공기업이다. 그러나 고유한 업무를 중심으로 본다면 본질적인 공기업이 아닌 상당수의 공기업이 존재한다.

 

특히 외환위기를 맞아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지분을 정부가 인수하여 공기업이 된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쌍용건설, 대우조선, 그리고 우리금융지주 등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러한 기업들은 잠정적으로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것일 뿐 업무상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민간부문이 담당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정부가 출자하여 운영하는 공기업도 있다. 시장의 자율에 맡겨서는 생산이 안되거나 자원배분의 과정에서 시장실패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 필연적으로 독과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 경제성이 없어 민간이 공급을 회피하는 사업등 바로 본질적 의미의 공공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본질적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개혁의 대상인가?

 

많은 사람들이 공기업에 대하여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늘 있었다.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나 용역이 고비용에 생산되고 공급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질 뿐 아니라 가격에 전가되지 못한 원가는 국민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기업의 경영주체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서 생산성에 상관없이 높은 임금을 책정하여 받거나, 재원을 낭비한다고 여겨진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주인인 대주주가 나서서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가한다. 대주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 당연히 조직이 효율성을 높이게 되고 성과지향적 노력을 하게 된다. 확실히 사기업이 높은 업무효율성을 나타내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비하여 공기업의 경영은 방만한 면이 없지 않다. 국민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누구도 주인이 아닌 현상이 벌어진다. 말하자면 선량한 청지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필연적으로 경영진이 스스로 거액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법정요건을 초과하는 퇴직금을 지급하는 일도 빈번하다. 업무의 처리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고의적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은 완전히 감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또 감사원이나 소관부처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때로는 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으며, 평가결과에 따라 인사는 물론 처우가 달라지는 일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들이 완전 방치된 것처럼 전제하고 논리를 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또 여러가지 통제장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방만한 공기업이 있다면 그 것은 행정부가 일을 잘못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예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며, 결산을 감사할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여전히 방만하게 운영되도록 방치하였다면 정부가 일을 잘못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기업의 비효율은 정부의 잘못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공기업의 임직원을 탓하기에 앞서 감시자의 역할과 통제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한 정부를 탓하는 것이 먼저이다. 정부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비효율이라면 공기업의 성격상 피할 수 없는 것이거나 감수해야할 수준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일정부분 비효율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공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 아니다. 공익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오로지 효율성과 이윤만을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제거가능하고 제거해야할 비효율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항상 공기업이 개혁의 대상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 자체로 편견이거나 여론몰이의 결과일 가능성도 높다.

 

공기업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은?

 

공기업은 우선 업무의 성격을 바탕으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과연 공공적 필요성이 높은가? 독과점적 특성을 갖는가? 필수적인 것이나 이윤창출이 불가능한 것인가? 이러한 기준으로 분류한 후 거기에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옳다.

 

첫째, 공공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고, 독과점적 특성이 없으며, 이윤을 창출하기에 충분한 경우이다. 이러한 공기업은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신속히 매각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쌍용건설, 대우조선, 우리금융지주는 본래 사기업이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공기업이 되었다.

 

고려할 사항은 기술의 해외유출이나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가장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시점을 정해야 한다. 해외자본이 인수하여 핵심기술을 빼돌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렇게 매각하여 회수된 공적자금이 낭비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채무를 상환하고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공공재만을 생산하지는 않고, 독과점적 특성도 희박하며, 이윤을 충분히 창출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예를 들면 주택공사나 토지개발공사 같은 공기업의 경우이다. 일반 주택을 건설하여 분양하거나 택지를 개발하여 민간부문에 공급하는 등 마치 건설회사와 똑같은 업무를 한다. 또 충분히 과도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겨냥한 사업목적이 분명히 존재한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서민주택의 분양이나 임대주택의 건설 등은 분명한 공익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이 일반 건설회사처럼 주택건설과 분양에 나서는 것은 그 재원을 서민의 주거안정에 사용하기 위함일 뿐이다.

 

그들이 과도한 이윤을 창출했다면 그것은 정부의 경영평가의 방법이 불합리하여 조장한 것에 불과하다.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 있으니 정부가 스스로 방향을 수정하여 운영하는 것이 옳다. 특히 경영평가에 있어 기준은 이윤 창출이 아닌 공익의 창출이어야 한다.

 

셋째, 공공재를 생산하고 있고, 독과점을 피할 수 없으며, 이윤을 창출하기에 쉽지않은 부문이다. 한전, 의료보험, 상수도 등에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부문은 공공재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독과점을 피할 수 없다. 이윤을 창출하려면 국민의 부담을 늘려야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부분적으로 비효율이 존재하더라도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옳다. 민영화는 절대로 피해야할 일이다. 사기업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대주주의 이윤을 위한 동기가 작용하는 것이다.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영화가 되는 순간 내부의 효율성은 증가할 테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를 막을 길이 없어진다. 전기, 의료보험, 수도등이 사기업의 독점적 이윤추구에 맡겨진다면 서민생활은 극도로 피폐해질 것이다.

 

민영화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뭐든 민영화를 하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저절로 낮은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소박한 생각이다. 민영화가 이미 서민들을 사지로 몰아간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목도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비 폭증과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는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공기업이 경영상 내포하는 부분적 비효율을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사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부리는 횡포를 감내할 것인지 말이다. 공기업은 정부가 통제할 길이 얼마든지 열려있다.

 

그러나 사기업에 정부가 통제를 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사기업이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익을 서민대중이 모두 충당해주려면 민영화로 제거된 비효율보다 훨씬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민영화된 공공부문에서 쏟아져 나올 실업의 문제도 서민대중이 감내하지 않으면 안될 또 다른 문제이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히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렇게 높여진 효율성이 대기업과 재벌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기여하고도 모자라 더 많은 부담을 서민에게 요구한다면 감내할 수 있겠는가? 민영화는 부메랑이 되어 서민대중을 겨냥할 것이다. 민영화는 함부로 찬성할 일이 결코 아니다.

 

본래 사기업이 해야할 일은 하던 공적자금 투입기업은 적절한 절차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민영화해야한다. 민간기업과 역할충돌을 빚는 공기업은 그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하여 공익을 창출하도록 통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 공기업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민영화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주장하는 우리사회 일각의 주장은 기득권층의 요구를 대변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8.18 15:0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공기업 민영화 #공공성 #비효율 #서민부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우리도 신라면과 진라면 골라 먹고 싶다
  2. 2 한국 언론의 타락 보여주는 세 가지 사건
  3. 3 한국 상황 떠오르는 장면들... 이 영화가 그저 허구일까
  4. 4 "백종원만 보고 시작한 연돈볼카츠... 내가 안일했다"
  5. 5 이종섭·임성근·신범철, 증인 선서 거부 ..."짜고 나왔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