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찾아낸 작은 해법이 세상을 바꾼다

국제 사이트 ‘체인지메이커스닷넷’ 주최 '성매매·인신매매 몰아내기' 대회

등록 2008.08.19 11:31수정 2008.08.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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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인지메이커스 닷넷’ ‘해방 네트워크’ ‘공동체를 위한 카펫’ ‘더 코드’ 홈페이지
ⓒ ‘체인지메이커스 닷넷’ ‘해방 네트워크’ ‘공동체를 위한 카펫’ ‘더 코드’ 홈페이지여성신문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게 된 성매매 피해여성들(위)과 가족생계로부터 해방돼 학교에 등교할 수 있게 된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왼쪽). 체인지메이커스 닷넷이 주최한 ‘성매매·인신매매 몰아내기’ 대회에 올라온 여러 사례들은 삶의 노하우에서 찾아낸 작은 해법들이 개개인의 삶 전체를 바꿈으로써 조금씩 세상의 변혁을 이뤄낼 수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8월 6일, 전 세계 시민사회를 달궜던 또 하나의 ‘올림픽’이 흐뭇한 감동과 함께 막을 내렸다.

바로 아쇼카재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체인지메이커스 닷넷’(www.changemakers.net)이 6월 18일부터 시작한 ‘전 지구적으로 노예제도 끝장내기’ 대회가 48개국 237명의 응모자가 참가한 가운데 3명의 수상자를 내고 막을 내린 것.

대회의 주제어 ‘(현대판) 노예제도’의 구체적인 대상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인신매매를 지칭하는데,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전 세계 네티즌들도 각 응모자들에 대해 1000여 건이 넘는 토론을 벌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번 대회의 의의는 각국이 갖가지 제도나 법으로도 효과적으로 근절하는 데 역부족인 성매매·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개인이나 시민사회 단체가 달려들어 일상 삶의 체험 속에서 ‘살아 있는’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또 이 노하우를 국경과 인종을 넘어 공유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 ‘체인지메이커스 닷넷’ ‘해방 네트워크’ ‘공동체를 위한 카펫’ ‘더 코드’ 홈페이지
ⓒ ‘체인지메이커스 닷넷’ ‘해방 네트워크’ ‘공동체를 위한 카펫’ ‘더 코드’ 홈페이지여성신문
특히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과뿐만 아니라 노예제도의 피해자들을 돕는 데 참여한 개인들의 의식 성장과 지역공동체의 노예제도 문제에 대한 의식 공유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됐다.

한편에선, 수상자들이 전개한 사업 면면이 시사하듯 이젠 시민사회의 대안적 운동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경제적 해법을 찾지 않으면 지속 전개와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케 해준다.


유엔에서 전 세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일하는 고위간부 도리스 부덴버그를 비롯해 멜라니 버비어, 에바 비오데, 레이 부르너 등 국제적인 인권단체에서 대표 혹은 고위직에서 일하는 각국 인사 6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본선에 올라온 각국 12개 팀들 중 미국의 ‘해방 네트워크’(The Emancipation Network, TEN)와 ‘더 코드’(The Code), 캄보디아의 ‘공동체를 위한 카펫’(Carpets for Communities) 3개 단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상금은 각각 5000달러.


수상 단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체인지메이커스 닷넷’의 홈페이지.
‘체인지메이커스 닷넷’의 홈페이지.여성신문

‘체인지메이커스 닷넷’(www.changemakers.net)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 특히 동서남북 전 지구적 양극화와 부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시민사회단체 혹은 개인이 다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참여자 스스로가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서로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사회 변혁을 향한 근본적인 성공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2004년 말부터 시작된 ‘경쟁’ 대회는 이 사이트가 추구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대회 주제 자체가 시민사회의 기반 조성, 인신매매 방지, 좀 더 윤리적인 사회로 가는 길, 저소득층에게 좀 더 이익을 가져다 줄 시장 전략, 주택 마련, 최빈국에서의 스포츠 활동 등 인권과 권익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주제들을 일정 기간 내걸고 전 세계적으로 개인 혹인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해결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응모케 하고, 본선 진출 후보를 결정, 최종적으로 우수 사례를 결정한 뒤 일정 금액의 상금을 수여한다. 이 같은 대회 과정 중에 사이트를 방문한 개인이나 기업, 단체 간에 서로 협력관계가 맺어지기도 한다. 가령 인도의 거대 은행 중 하나가 농촌 여성들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국제적인 시멘트 대기업이 태국의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집짓기 공사를 원조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체인지메이커스닷넷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적 단체 ‘아쇼카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재단 명칭은 기원 전 3세기 고대 인도에서 대제국을 건설한 전설적인 황제 ‘아쇼카’에서 따왔다. 아쇼카를 사회 개혁의 선두주자로 보았기 때문. 아쇼카 황제는 다양한 종교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개토론을 한 뒤 토론과 대립의 원칙을 만들었다고도 알려져 있다.

위싱턴 DC에서 빌 드레이턴에 의해 1980년 창립된 이 재단은 연 예산 5만 달러로 시작했으나 2006년엔 연 예산 3000만 달러까지 육박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에 걸쳐 25개 지역사무소에 16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60개국에 걸쳐 각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2000명 이상 동참자들의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재원의 공정성을 위해 정부로부터는 어떤 지원금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해방 네트워크’ 로고를 들고 있는 소녀와 탈성매매 여성이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목걸이.
‘해방 네트워크’ 로고를 들고 있는 소녀와 탈성매매 여성이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목걸이.여성신문

온라인 판매로성매매 피해자 도와
‘해방 네트워크’ 미국 (2005)

‘해방 네트워크’(The Emancipation Network, TEN)의 홈페이지(www.madebysurvivors.com)의 주요 메뉴는 바로 ‘생존자 제품 숍’(Shop Made By Survivors)이다. 목걸이, 가방, 옷 등 탈성매매 생존자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 등의 제품을 판매해 그들의 경제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사이트다.

‘해방 네트워크’의 주요 목표는 이처럼 성매매 피해자들의 경제 자립과 의식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중요한 활동은 미국 내 다양한 개인과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여러 행사를 전개하고 사이트 제품을 구매케 함으로써 성매매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성매매 방지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케 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성매매 피해자들을 보면서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이젠 내가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해!”로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해방 네트워크는 2003년 창립자 중 한 사람인 새라 시몬스가 인도 매음굴에서 신음하는 소녀들을 다룬 다큐 필름에서 이 소녀들이 구출된 뒤 지역활동을 통해 또 다른 피해 소녀들을 돕는 과정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은 데서 태동했다.

2004년 새라는 성매매 피해자들을 돕는 네팔의 ‘마이티’(Maiti)를 방문, 피해자들을 다시 사회에 통합시키면서 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체감한다. 이렇게 해서 마이티에서 일종의 예술치료법으로 피해자들이 만들어온 수공예품이 해방 네트워크의 온라인에서 상품화돼 팔리기 시작한다.

해방 네트워크엔 수백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아트숍의 프로그램 운영자로 활동하는 한편 뉴욕의 집 없는 아동들을 위해 오랫동안 봉사해온 새라와, 18년간 월스트리트에서 공인된 투자 전문가와 분석가로 일해 온 존 버거를 중심으로 4명의 상근자가 일하고 있다. 이제까지 1만여 명의 미국인들에게 성매매 폐해에 대한 의식교육을 실시해왔고, 성매매 피해자 3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이제까지 활동의 중심은 16~25세 사이의 매음굴에서 고통 받는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었지만, 앞으론 채석장 일꾼 등 부조리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피해자 지원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방 네트워크’ 회원들의 성매매 방지 캠페인.
‘해방 네트워크’ 회원들의 성매매 방지 캠페인.여성신문

  ‘공동체를 위한 카펫’ 로고.
‘공동체를 위한 카펫’ 로고.여성신문
엄마의 경제자립으로 아이 학교 보내

‘공동체를위한카펫’ 캄보디아(2005)

캄보디아의 북서부 태국과의 접경지역 포이펫 시에서 주로 활동 중인 ‘공동체를 위한 카펫’(Carpets for Communities)은 아무 경제적 수단이 없어 자녀들을 길거리 노역에 내몰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엄마들에게 경제적 자립 수단과 함께 희망과 비전을 선사하고 있다. 방법은 극히 단순하나 효율성은 높은 편.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학교들의 운영을 맡고 있는 안드레아 메서머, 방콕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제이 레이메이, 동티모르 월드비전에서 일하고 있는 레이 미첼이 중심이 돼 설립됐고, 여기에 주로 호주의 자원봉사단체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생계를 위해 푼돈을 버는 아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이들은 단체를 설립하기 전 수차례 태국-캄보디아 접경 지역을 방문해 빈곤 가정을 취재했고, 특히 엄마들의 육성을 통해 엄마들의 경제자립이 아이들의 교육과 가족의 삶의 질 개선에 직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면을 빈곤가정에 제공하고 이들 가정이 이를 활용해 러그나 카펫을 만들도록 지도한 뒤 완성된 제품을 위해 시장 판로를 개척하는 것. 이 수익금으로 가족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최종적으론 4단계의 과정을 거쳐 이들 빈곤가정이 엄마가 중심이 돼 가계의 재정적 운영에 눈을 뜨고 지역공동체를 새롭게 형성하는 데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카펫’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13가구에 대한 경제자립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완수했고, 이에 따라 39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이 경험을 근거로 해 지원 가구로 선정되면 엄마들은 우선적으로 아이들을 노역에 동원하지 않고 꼭 학교에 보내겠다는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학교 단위에선 담임교사들이 지원 가구의 자녀들이 과연 계약대로 충실히 학업 수행을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단체는 이제까지 20가구 100명 이상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현재는 500가구 2500명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에 드는 모든 비용은 연 예산 1만 호주달러로 해결하고 있으며, 사업 초기에 호주 정부로부터 소규모 창업자금 1만1000달러를 지원받았다.

 단체의 지원으로 엄마가 카펫을 만들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캄보디아의 한 가정.
단체의 지원으로 엄마가 카펫을 만들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캄보디아의 한 가정.여성신문



관광업계 대상으로 아동섹스관광 근절운동

‘더 코드’ 미국(1998)

  ‘더 코드’의 아동섹스 관광 근절을 위한 홍보 포스터.
‘더 코드’의 아동섹스 관광 근절을 위한 홍보 포스터.여성신문

아동섹스 관광 근절을 위한 ‘더 코드’(The Code) 활동의 특색은 지역공동체, 그리고 관광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1998년 스웨덴의 ‘아동 매춘·포르노그래피·인신매매 끝장내기’(End Child Prostitution, Pornography and Trafficking, ECPAT)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출발한 더 코드는 1999~2003년에 걸쳐 유럽 6개국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고, 이어 2004년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북미 연착륙에 성공하게 된다.

이때 스웨덴 실비아 왕비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 주류 여행업계 중에선 최초로 칼슨 컴퍼니가 더 코드의 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사인을 한다. 

더 코드는 활동 동참 의사를 밝힌 개인이나 기업에 카탈로그, 브로슈어, 기내 홍보 필름, 홈페이지 등을 제공하며 아동섹스 관광의 폐해를 알린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여행업계와 지역인사들이 협력 체계를 이뤄 아동섹스관광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32개국에 걸쳐 여행사, 호텔 등 여행업에 관련된 600개 이상의 기관이 더 코드 활동에 동참하겠다고 사인을 했으며, 이들 회원 기관들의 활동을 통해 3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아동섹스 관광의 폐해를 접했다.

에어프랑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루프트한자, 오스트리안 에어라인즈 등 항공사들도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인터폴은 2000~2004년 운영위원회 멤버로 자문역을 하기도 했다. 브라질과 코스타리카는 정부 차원에서 아동섹스 관광 방지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더 코드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3개 국어로 된 아동섹스 관광 근절을 위한 매뉴얼을 발행했고, 멕시코 과테말라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지에서 관련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현재 유니세프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유엔 세계관광기구 등이 더 코드의 적극적인 협력 기관으로 연계활동을 전개 중이다.

비약적인 성과에 비해 더 코드의 상근 인력은 사무국 책임자 단 1명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자원봉사 체제로 운영 중이며, 의사결정기구인 실행위원회 위원 5명, 자문위원회 위원 13명 등이 1년에 3~4회, 혹은 격년 주기로 만나 향후 추진 계획 등을 의논한다. 연 예산은 11만 달러다.

  ‘더 코드’는 2004년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가 참석한 가운데 유니세프와 함께 미국 유수 여행사들과 운동 동참 사인식을 개최했다.
‘더 코드’는 2004년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가 참석한 가운데 유니세프와 함께 미국 유수 여행사들과 운동 동참 사인식을 개최했다.여성신문


#성매매 #인신매매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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