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고등수학의 해결법을 찾다 만난 책

<재미있는 수학여행>을 읽고

등록 2008.08.22 14:30수정 2008.08.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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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후 판도는 달라졌다. 중학교 때처럼 대강의 개념이해만 하고 넘어가면 점수를 따기 무척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등수학은 하나하나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어떻게 하면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중 수학분야에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기고 있는 김용운 박사님의 <재미있는 수학여행>을 만났다.

 

   저자가 서두에 한 말이 지금의 내 심정을 잘 말해 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은 마치 산봉우리 부분만을 확대해 그 구조만을 조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봉우리만을 보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얼음 덮인 암벽을 만나면 산 오르기에  지쳐 중도에 하산해 버린다는 것. 언젠가 형들한테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고 들었다. 저자도 수학이라는 산에 도전하여 좌절하는 모습을 수 없이 보았단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고 싶지 않기에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예전에 배웠던 소인수분해, 2진법, 마방진 등 딱딱한 내용도 여러 가지 일화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되어 있었다. 수학공식을 이야기로 풀어놓으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숫자를 설명하기 위해 소개된 세계 문명의 4대 발상지, 이진법의 원리를 위한 산타클로스 선물, 소인수분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세운 혼합물 등을 통해 수학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2학기에 배울 방정식, 부등식, 함수도 이런 방법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고등학교 수학과 관련이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수학에 조금이나마 흥미가 생겨서 전보다는 수학을 배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표지에 수학이라면 지긋지긋한 사람도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하는 수의 마력, 수의 신비, 수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는데 직접 읽어보니 정말이다.

 

수는 음악의 세계까지도 지배한다. 음악에서도 아름다운 음은 일정한 비율을 지닌다. 세종대왕이 우리나라의 옛 음악을 정비할 때에 ‘황종률’이라는 기본 음예를 나타내는 피리의 길이를 근거로 하여 이것과의 비율에서 다른 음계를 정하였다고 한다. 음악과 수학은 전혀 상관이 없는 건 줄 알았는데 다 수학적으로 생각을 해서 음을 정했다니 정말 수학이 미치는 영향은 큰 것 같다.

 

계산을 할 줄 아는 동물이 있을까? 단찌히의 유명한 책 속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어떤 시골 귀족이 자신의 소유지에 마련한 감시탑에 둥우리를 지은 까마귀 한 마리를 쏘아 없애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영리한 새는 사람이 탑에 접근하면, 둥우리를 빠져 나가서 멀리 있는 나무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사람이 탑에서 떠난 다음에야 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이 귀족은 한 가지 꾀를 짜냈다. 두 사람을 동시에 탑에 들어가게 하고, 그 중 한 사람을 남겨둔 채 나머지 한 사람만을 나오게 한 것이다.

 

  그러나 까마귀는 나머지 한 사람이 탑에서 나올 때까지는 결코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 사람을 더 늘려서 세 사람이 탑에 들어가고 두 사람만 나오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네 사람으로 늘려도 까마귀는 속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다섯사람을 들어가게 하고 네 사람만 나오게 하였더니 새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릴 수 없게 되어, 둥우리로 돌아오다가 총을 맞아 죽었다. 아마도 까마귀는 넷까지는 셈을 할 수 있었나 보다.

 

  너무 합리적인 생각만 따지다 빈사 지경에 이른 어느 수학자의 이야기도 알려주는 바가 크다. 이 학자는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부분은 필요에 의해 생겼겠지만 남자의 젖꼭지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과감하게 이 부분을 잘라 버렸더니 빈사 상태가 되었음을 예로 들어 섣부른 훈수는 화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 이야기는 절대 값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했다.

 

  정말 수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차근차근 수학을 배워가면서 최대한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얼음 덮인 암벽 같은 수학을 만났다고 해도 올라가야 하는 입장이다. 베이징에서 금메달 소식을 전해준 양궁 선수의 경우 담을 기르기 위해 옷에 뱀을 넣었고 마린보이 박태환은 미치도록 경쟁을 즐겼다고 했다.

 

쉽고 편하게 대충대충 하려다가는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수학을 할 때 무조건 재미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수학을 배워야겠다.

덧붙이는 글 | <재미있는 수학여행>/  김용운 김용국 / 김영사 /5,500원

2008.08.22 14:3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재미있는 수학여행>/  김용운 김용국 / 김영사 /5,500원

재미있는 수학여행 1 - 수의 세계

김용운. 김용국 지음,
김영사, 2007


#수학자 김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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