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
박상규
국제적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도 그렇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해서 영어에 능통하다고 국제적 인재가 되는가?
생각해 보라.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전이나 국내 축산업계의 몰락은 안중에도 없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합의한 것이 능력에 문제인가, 가치관의 문제인가?
쇠고기 협상을 보면서 도대체 저 사람들은 조국에 뿌리를 두고 사는 사람들인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국제적 인재 양성'이라면 차라리 미국에 위탁교육을 하는 것이 여러 모로 낫지 않겠는가?
기존의 과학고와 외고의 경우를 보자. 과학 영재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가? 외고가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가? 서울대, 소위 '일류대'를 가기 위한 학원의 역할에 더 충실한 것이 지금 특수목적고에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특수 목적중(국제중)을 만들겠다는 것은 특수목적고를 갈 수 있는, 남들이 침범할 수 없는 엘리트 통로를 만들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참, 부모 노릇하기 힘들다사람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고민을 하게 되지만 자식의 교육 문제만큼 판단이 쉽지 않는 문제도 없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부모인 나의 가치관과 부딪힌다면 어떡해야 할 것인가?
영어학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아직 국어 받아쓰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기 싫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나 친구들이 놀린다는데 친구들이 놀아주지도 않는다는데, 부모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고 국제중 대비 학원에 보내고, 아빠는 미친 듯이 설명회에 쫓아다니고 엄마는 젖먹이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파출부라도 나가야 되는 세상이 올바른 지 묻고 싶다. 안중근이 테러리스트가 되든 독도가 일본 땅이 되든 너 상관할 바 아니라면서, 그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라고 채근하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로서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되기를 가르쳐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곤 자갈논 한 뼘도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초등학생 부모가 된 2008년은 참 힘들고 서글프다. 도저히 바뀔 것 같지 않은 새로운 신분 사회. 마지막 탈출구 교육마저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문을 닫아 버리는 현실은 절망스럽다.
참, 부모 노릇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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