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정정길·이동관은 물러나야 한다

등록 2008.08.23 17:50수정 2008.08.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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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정정길 대통령 실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김은구 전 KBS 이사,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이사장(전 KBS 이사), 최동호 육아TV회장(전 KBS 부사장)이 만나 KBS 새 사장 인선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경향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KBS 후임 사장이 중요한 문제이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한 것으로 여권과 방송계 관계자들은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모임에 대하여 논란이 일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하여 '만남' 자체는 시인했지만 "KBS의 공영성 회복과 방만 경영 해소라고 하는 과제에 대해 방송계 원로분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자리"였으므로 대책회의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만난 인사들은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대변인,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정권핵심인사들이며, KBS사장을 추천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갖춘 KBS 이사회의 수장인 KBS 유재천 이사장이 함께 했다.

 

특히 참석자 중 김은구 KBS 전 이사는 KBS 전 임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새 사장 공모에 응했다. KBS 사장 후보에 공모한 사람이 정권핵심인사와 사장 후보 추천권을 지고 있는 이사회 수장과 함께 자리를 했는데 저녁 식사와 방송현안만 논의했다는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KBS사장 인선도 '방송현안'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KBS를 장악한다는 외부 비판에 청와대 개입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장과 대변인이 참석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KBS 전 이사와 함께 부사장을 지낸 이들이고, 현 KBS 이사장이다. 김은구 전 이사는 KBS 사장 공모까지 낸 사람이므로 청와대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은 방송현안을 위한 만남에도 참석하면 안 된다. 권력 핵심부가 방송현안을 위한 모임이 참석할 어떤 이유도 없다. 방송현안을 위한 만남에 참석하는 순간 방송독립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KBS 사장 인선 대책회의가 아니라 방송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이유만으로도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은 방송중립성을 훼손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청와대가 KBS를 장악하지 않는다는 해명이 진실임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방통위원장은  KBS 사장 선임에 아무런 권한도 없다. 또한 방송법 제 9조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 현안에 대하여 관여하지 말고, 방통위원장은 방송중립을 보장하라는 취지이다.

 

최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과 5월 두 차례나 김금수 당시 한국방송 이사장을 만나 이명박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정연주 KBS 당시 사장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임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KBS 사장 선임권한 전혀 없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다,

 

감사원, 국세청,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정연주 KBS 사장을 강제로 해임시켰던 이명박 정권이 KBS 사장까지 밀실에서 선임하려는 행위를 보이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떳떳하면 밀실 선임을 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는 해명만 하지 말고, 진심을 보여야 한다.

 

진심을 보이는 첫번째 일은 정정길 실장, 이동관 대변인이, 최시중 위원장이 물러나는 일이다. 물러날 사람들은 물러나지 않고, 물러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물러나는 KBS 사태는 대한민국 방송독립과 언론자유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보여주고 있다.

2008.08.23 17:50 ⓒ 2008 OhmyNews
#KBS사장 #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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