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넓히는 '나눔가게'

이익금 1% 사회환원, 천안지역 나눔가게로 기부문화 확장

등록 2008.08.25 16:02수정 2008.08.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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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풀뿌리희망재단의 '희망나눔가게' 현판 모습.

풀뿌리희망재단의 '희망나눔가게' 현판 모습. ⓒ 윤평호

풀뿌리희망재단의 '희망나눔가게' 현판 모습. ⓒ 윤평호

 

제주도에는 '나눔 할망'이라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후기인 1790년대 4년여에 걸친 흉년으로 제주도가 심각한 기근에 빠졌다. 김만덕이라는 여성이 평생 장사를 해서 번 재산으로 육지에서 곡물을 사들여 당시 제주민의 2/3나 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휼했다.

 

나눔 할망이란 바로 김만덕을 지칭하는 말로 이후부터 제주에는 '나눔 할망처럼 남을 도우면서 살라'는 덕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상인의 신분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 이웃을 도운 나눔 할망의 나눔과 기부 정신은 현재에도 면면히 이어져 많은 중소사업가 및 기업가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매출이나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나눔가게'도 오늘날 나눔 할망의 또 다른 모습이다.

 

1% 기부 실천하는 천안 '희망나눔가게'

 

천안시 다가동 충무로에 인접한 선영새마을금고 4층에 있는 세무사 박종성 사무소. 4층 사무소를 가기 위해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벽면에 부착된 간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직사각형의 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현판에는 '삶은 나눔입니다'라는 큼지막한 글귀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좋은 일터- 세무사 박종성 사무소'라는 글자가 단정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작년 12월에 부착했습니다. 알고 지내는 풀뿌리희망재단의 이사 한 분이 '희망나눔가게' 참여를 권유하시더군요. 취지를 듣고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죠."

 

희망나눔가게 8호점의 주인 박종성 세무사의 말이다. '희망나눔가게'는 2006년 8월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사회재단으로 천안에서 창립한 풀뿌리희망재단이 벌이고 있는 1% 기부캠페인의 하나. 가게나 사업체가 저마다 수입의 1%를 사회를 위해 나누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2007년 10월 16일 1호점을 배출한 이래 희망나눔가게는 올해 7월까지 14호점으로 늘어났다. 참여하는 가게들도 음식점과 병·의원, 어린이집, 약국, 여행사 등 규모나 종류와 상관없이 다양해졌다.

 

희망나눔가게에 참여하는 가게들은 매달 수입액의 일정액을 재단에 기부한다. '1%'라는 단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실제 매출이나 수익의 1%를 정확히 계산해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내는 1% 나눔과 마찬가지로 금액에 상관없이 나눔의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해당 가게의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면 충분하다. 기부금은 전액 영수증이 발급돼 10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나눔은 나눔을 낳고, '희망나눔가게'의 마술

 

적은 힘이지만 대대손손 계속하면 큰 산도 옮긴다는 우공의 믿음으로 산이 옮겨지는 기적이 일어났듯 '희망나눔가게'의 지속적인 1% 기부는 여러 마술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 마술. 나눔은 나눔을 낳는다. 박종성 세무사가 겪은 마술의 경험담.

 

"어느 날 일 때문에 사무실을 방문한 거래처 사장님이 물어보시더군요. 1층의 현판이 무슨 의미이냐고. 쉽게 말씀드렸죠. 소액이라도 수입의 일정액을 가능한만큼 지속적으로 풀뿌리희망재단에 기부하는 가게를 뜻한다고."

 

현판의 의미를 질문한 거래처 대표는 얼마 후 '희망나눔가게' 14호점으로 등록, 1%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희망나눔가게'가 새로운 기부자 발굴의 훌륭한 매개체가 된 것. 열마디 말 보다 '희망나눔가게'의 존재 자체가 기부문화 확산에 광고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

 

조명숙 풀뿌리희망재단 사무국장은 "희망나눔가게의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기부자에 그치지 않는다"며 "희망나눔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나눔과 기부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접촉점을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두 번째 마술은 재단의 안정적인 운영. 목돈을 내놓는 일회성 기부 못지 않게 적은 금액이지만 지속적인 기부는 재단 운영에 큰 보탬이 된다. 14개소의 '희망나눔가게'를 통해 매달 풀뿌리희망재단에 기부되는 금액은 200여만원 정도.

 

조명숙 사무국장은 "재단 운영과 사업 설계에 희망나눔가게의 지속적인 기부가 든든함이 된다"며 "천안지역 곳곳에 희망나눔가게가 등대처럼 생겨난다면 재단의 성장은 물론 지역의 기부문화도 한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마술이 가능한 배경에는 희망나눔가게의 발굴과 홍보에 힘쓴 재단의 노력도 있었지만 가장 큰 공은 역시 기부자들의 몫. 희망나눔가게 주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해 말 희망나눔가게 11호점으로 참여한 씨-월드 항공여행사(쌍용동) 윤종환 대표는 "먹고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숟갈을 먼저 덜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나눔과 기부의 정신"이라며 "사원들도 자연스레 나눔문화를 접하는 등 희망나눔가게 참여로 누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9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희망나눔가게' 참여 문의:풀뿌리희망재단 ☎576-6490.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8.08.25 16:0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9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희망나눔가게' 참여 문의:풀뿌리희망재단 ☎576-6490.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희망나눔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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