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김매기 어쩔 수 없이 사람을 구해 종일 잔디밭의 김매기를 했다. 아주머니들의 부지런한 두 손 놀림에 풀은 뽑히고 잔디는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김매기는 쉽지 않은 작업임에 틀림없다.
홍광석
초보 농부의 조금 엉뚱한 비약일 수 있지만 나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도 농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오곡은 물론 원예작물까지 재배하여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고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농사라면,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가족, 종교 등 모든 사회 제도를 아울러 조화를 이루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농부도 자기 땅에 무엇을 심을까 계획하고, 때에 맞추어 땅에 씨앗을 넣는다. 씨앗이 싹이 나오면 주변의 풀을 베고 풀 속에 갇힌 농작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농기구를 쓸 것인지 선택하여 땀 흘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비료를 주고 농약을 치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농작물이 익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안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평범한 농부가 농사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모든 국민이 좋은 농부를 만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식과 채소를 얻으려 하듯이, 국민은 좋은 정치 지도자를 만나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교육과 의료에서 차별받지 않는 질 높은 복지사회, 각종 범죄와 국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민의 여망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와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부의 처지에서도 위기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대통령과 주변의 정치하는 사람들만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비판 세력을 적이라고 몰아붙인다. 물가가 올라도 원자재가격 상승 탓으로 돌린다.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도 개인의 문제라고 외면한다.
지난 정부를 좌파정부였다면서 정부 기관은 물론 언론사까지 장악하고 말겠다며 온갖 꼼수를 부리고, 물가 불안, 투자가 위축을 걱정하는 국민에게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권위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러면서 법의 칼을 자의적으로 휘두르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은데도 대통령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매사에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원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밀어 붙일 수 있을 것인가?
평범한 농부도 한 손으로 괭이와 삽을 다룰 수 없음을 안다. 호미를 잡은 오른손과 왼손의 협동 없이 풀을 뽑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한손으로는 일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손을 상하거나 자기 발등을 찍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