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일만에 뉴코아 돌아가는 노동자, 그러나

노조 사실상 와해... 비정규직 고용불안은 더 심화

등록 2008.08.29 18:18수정 2008.08.29 18:18
0
원고료로 응원

지난해 7월 19일 밤 서울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매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이 매장입구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7월 19일 밤 서울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매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이 매장입구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이랜드 사태'로 뉴코아에서 쫓겨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434일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회사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노조가 와해 위기에 처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양 뉴코아 사장과 박양수 뉴코아 노조위원장은 29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평촌 뉴코아 아울렛에서 만나 계산원 외주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36명을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또 노사화합공동선언을 통해 회사는 직원의 고용안정 및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노조는 2010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합의는 힘이 떨어진 노조가 회사 쪽의 주장을 대부분 들어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문제로 노조를 이탈해 최근 집회를 열기도 힘들었던 상황에서,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노조 내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한 정규직 조합원은 이날 합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오늘 합의 결과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외주화 철회' 요구는 끝내 반영 안돼

 

이날 합의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의 원인이었던 외주화 철회라는 노조의 주장은 반영되지 못했다. 노조는 "외주화를 추진할 때 노조와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단서조항을 얻어내긴 했지만,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대량해고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게 됐다.

 

노병규 이랜드그룹 홍보팀 부장은 "파업의 발단이 된 게 외주화 문제였는데, 노조가 그간의 주장을 철회하고 외주화가 회사 경영상의 부분임을 인정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노사 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징계·손해배상 철회 여부 역시 "철회는 없다"는 회사의 주장이 관철됐다. 노병규 부장은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노조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박양수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8명 해고를 당한 것을 비롯해, 모두 27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당했다. 또 노조는 모두 35억원의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노조가 와해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조 와해나 이로 인한 어용 노조 탄생이 현실화될 경우, 정규직 노동자 역시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뉴코아 노조를 잘 알고 있는 한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전직 간부는 "최근 뉴코아 노조는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현 노조 임기도 아닌 2010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오늘 합의 내용을 보면, 노조 존립이 매우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36명 재고용 문제의 경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계산원 업무는 이미 외주화가 마무리돼 돌아갈 자리가 없다. 또한 이들은 1년 계약직으로, 1년 후 계약연장이 안 되면,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들 36명은 끝까지 투쟁현장에 남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노조는 당초 "비정규직 노동자 350여명이 외주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복직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날 합의로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뉴코아 복직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랜드 일반노조 "두 달만에 교섭했는데, 내용이 없다"

 

현재 뉴코아 노조 집행부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뉴코아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뉴코아 노조와 함께 투쟁을 해왔던 이랜드 일반노조는 사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홈에버가 곧 홈플러스에 인수될 예정이라, 회사는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28일 두 달 만에 교섭했는데, 내용이 전혀 없다, 또한 회사가 지난주 조합원 60여명을 징계위원회로 회부했다"며 "이랜드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 일반노조는 이번 추석에도 '타격 투쟁'에 나선다. 다음달 2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신촌 이랜드 본사나 홈에버 주요 매장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홈플러스와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8.08.29 18:18 ⓒ 2008 OhmyNews
#뉴코아 #이랜드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