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우리 가족의 가장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운동기구이다.
김용국
"웬만하면 이젠 차 한 대 사지? 애들이랑 이렇게 다니는 것 안 돼 보여." 두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모임에 나갔더니 친한 직장 동료가 걱정된다는 듯 한 마디 한다. 휴대전화·컴퓨터가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듯 자동차가 없는 집은 원시인 취급받기 십상이다.
결혼 12년 차에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아들을 포함하여 네 식구가 함께 사는 우리집은 차가 없다. 처음엔 차가 없다는 이유로 열등감과 수치심이 교차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바꾸었다.
"당당하게 차 없는 행복을 즐기자. 그래 나 차 없다, 어쩔래?"기름값·금·보험료 걱정 없지, 주차 걱정 안 해도 되지, 닫힌 공간에서 매연 뿜을 일 없지, 이 모든 것이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다보면 빠르게 달리는 자가용보다 찬찬히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먼 길을 갈 때는? 기차여행을 즐긴다. 고향가는 길은 20년간 전라선 무궁화호 열차의 도움을 받아왔다. 임진각까지 가는 경의선, 춘천 가는 경춘선 열차는 기차여행의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싸온 김밥과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맛은, 차에 갇힌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우리 가족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처남은 "동네 슈퍼 가는 데도 차가 없으면 아내와 애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며 투덜댄다. 그에 비하면 우리집은 체력으로 단련되어 있다.
특히 두 아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걷고 뛰어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지녔다. 산에 오르기도 좋아하고 운동도 즐겨 해서 어른인 내가 오히려 힘에 부칠 정도다. 초등학생 큰아이는 반에서 달리기만 하면 1등이다. 만일 올림픽에 어린이 멀리 걷기 대회가 있다면 두 아들을 꼭 출전시키겠다. 금메달은 몰라도, 적어도 동메달 정도는 따놓은 당상이다.
[자전거가 '있다'] 만원 지하철 안녕, 출퇴근 걱정 끝! 대중교통? 버스⋅지하철도 좋지만, 자전거가 최고다. 그저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내 경험이다. 두달째 '자출(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천국이 따로 없다.
난 지난 1년간 집(경기도 파주시)에서 일터(서울 서초동)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녔다. 하루 왕복 4시간을 출퇴근에 허비했다. 버스는 그런대로 참을 만한데, 문제는 만원 지하철이었다. 1시간 넘게 옆사람 땀냄새를 맡아가며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다닐 때면 '이래서 사람들이 차를 사는구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천신만고 끝에 지난 7월, 파주시 금촌동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자출을 시작했다. 몇 차례 사전답사를 거친 끝에 위험하지 않고 경관이 좋은 길을 찾아냈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다. 논길을 따라 북쪽으로 5㎞쯤 가다보면 철새들의 천국 곡릉천이 보인다. 곡릉천은 한강과 임진강이 맞닿은 곳으로 흘러가는데 여기까지 오면 거의 절반쯤 온 셈이다. 금촌역 방향으로 마저 달리면 일터가 나온다.
빠르게 달리면 30~40분, 쉬엄쉬엄 가면 1시간 정도면 족하다. 버스로 다니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왕복 20~30㎞ 정도니 운동거리로도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