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클럽, 갈 곳 잃어버린 새로 전락하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36] 극단, 비상식, 안면몰수로 점철된 <조강지처 클럽>

등록 2008.09.02 09:52수정 2008.09.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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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란 가난하고 천할 때 함께 고생한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조강지처라는 말은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조강지처를 버리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 '조강지처 버리고 잘 되는 사람 못 봤다'고 말한다. 그만큼 조강지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뜻이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SBS)도 조강지처의 큰 의미에 대해서 논하고자 시작한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가족의 의미가 무엇이며,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드라마인 <조강지처 클럽>은 다소 과장된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남편의 불륜과 그로부터 고통받는 아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버지 한심한(한진희 분)의 외도와 아들 한원수(안내상 분)의 바람, 사위 이기적(오대규 분)의 불륜을 차례로 그리면서, 드라마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상당한 기인들이 모여 사는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사실 여기까지도 논란이 많았다. 한 가족이, 어떻게 아버지부터 사위까지 외도를 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외도 과정에서 벌어지는 남편들의 파렴치한 범죄에 가까운 모습은 사람으로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나 논란이 인 만큼 인기는 점점 하늘로 치솟았다. 시청률 30%를 훌쩍 넘기며 인기 고공행진을 하는 사이 드라마는 더욱더 자극적으로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선과 악의 구도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현재 드라마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 인기의 원동력이었던 남편과 아내의 선악구도가 극대화되어 가고, 조강지처들의 사랑과 이별이 반복되면서 드라마는 진부하다 못해 도대체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시청자들을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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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비상식, 안면몰수로 버틴 104회 종영 예정인 <조강지처 클럽> ⓒ SBS


선과 악은 언제나 나뉘어야 한다


우선,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동시 존재한다는 것을 거부했다는 게 <조강지처 클럽>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남편은 악, 아내는 선이라는 구도를 가지고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는 아내의 모습을 등장 시켰다. 그리고 아내는 전업주부 혹은 생선가게 사장으로 직업군에서도 월등한 차이를 두어 이들의 결혼생활이 분명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을 표출시켰다. 또 남편은 외도를 함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아내를 기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구도는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드라마는 더욱더 선악을 극명하게 나누고, 아내를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원수가 화신(오현경 분)에게 대하는 욕설, 폭력 등이 여과 없이 그려졌고, 그의 내연녀 모지란(김정희 분)은 불륜을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화신에게 너무나 당당하다. 또한 이기적은 복수(김혜선 분) 몰래 바람을 피면서 아내를 시종일관 무시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처럼 <조강지처 클럽>의 주요 인물들은 정상적이거나 현실적인 인물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현실적인 인물은 한심한의 아내 양순(김해숙 분) 밖에는 없었다. 물론 양순이 아들의 외도를 바라보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선과 악을 극명하게 나누다 보니 남편의 행동은 갈수록 용서받기 힘들게 됐고, 다시금 선으로 돌아가기엔 억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극 종반을 치닫고 있는 지금, 극의 캐릭터는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다.

어쩌면 불륜이란 소재 하나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기획했던 이 드라마가 80부를 계획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인기를 얻자 104부로 최종결정이 나고 연장되면서 드라마의 내용이 재차 반복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기를 위해서 무조건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몰아가고, 상황을 극단적으로 이어가다보니 원점으로 돌리기엔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공감하지 못하는 드라마로 끝내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극중 캐릭터의 '급반성', 시청자들이 공감할까?

특히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캐릭터가 점점 변질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의 캐릭터가 한원수이다. 극중 초중반까지는 이기적이며 유아적인 모습을 선보인 그는 외도를 하면서도 뻔뻔함이 하늘을 치솟았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귀여운 구석도 있었다.

뻔뻔하지만 어설픈 행동으로부터 일말의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 그의 행동은 연기하는 연기자 안내상마저 "저게 사람이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변질되어 다시금 아내로 회귀하고 반성하는 모습 자체가 억지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아내의 멋진 변신으로 다시금 아내로 돌아가고픈 순정파 남자로 변신한 원수는 함께 불륜을 저지른 모지란에게 화신에게 했던 폭력과 욕설을 그대로 보여주며 리바이벌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원수는 그냥 '정신병자'로 전락한 느낌이다.

그가 돌아온다 해도 일말의 여지가 남겨 있지 않을 뿐더러 정상을 찾는다고 해도 '그가 정말 정신을 차린 것일까'하고 시청자들은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바람을 습관처럼 피우는 것을 아버지의 외도를 보고 자란 탓으로 돌려도 용서받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기적의 반성은 또 어떠한가? 모든 것을 다 잃은 후에 아내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 뉘우치는 모습은 원수보다 조금의 여지가 남아 있는 그였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 또한 공감하기 힘든 비상적인 행동을 저질렀기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진부하다 못해 지겨운 사랑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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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함으로 가득찬 사랑타령에 시청자들이 지쳐 버렸다. ⓒ SBS


다음은 바로 진부한 사랑타령을 꼽을 수 있다. 남편의 불륜과 아내의 불쌍한 모습이 교차적으로 편집되는 것은 이와 같은 비슷한 드라마가 많았기에 백 번 양보해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진부함을 넘어서 100회 연장 덕분에 조강지처들의 연애 사업이 설왕설래하면서 진부하고 공감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조강지처 클럽>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우선 화신의 연애 사업은 신데렐라 구조를 변형한 '줌데렐라'의 표본으로 진부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화신과 구세주(이상우 분)의 러브스토리는 구태의연한 에피소드의 나열이다. 신분의 차이부터 부모의 반대, 오해와 엇갈림, 교통사고, 결혼식에서 펼쳐진 영화 <졸업>의 한 장면과 같은 내용까지. 어느 하나 공감하기 힘들며, 아줌마들의 판타지 또한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화신을 드라마의 주변인물처럼 전락시킨 것이 바로 이 어정쩡한 러브스토리 덕분이다.

또 다른 주인공 복수의 러브스토리는 참으로 지겹다. 복수와 길억(손현주 분)의 사랑은 배우자의 불륜을 만나 싹튼 사랑이기 때문에 적어도 애틋한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연장으로 인해 이들의 사랑에는 숱한 장애물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젠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을 택했다. 길억의 조강지처가 다시금 찾아왔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젊은 남녀의 사랑보다 더 만남과 이별이 잦아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결국 <조강지처 클럽>은 무엇 하나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부분이 없는 결론을 맞이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남편의 불륜에 대해, 조강지처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정녕 그러고자 한다면 80부에 드라마를 멈추어야 했다. 방송사의 시청률과 상업적인 논리에 작가가 쌍수를 들지 말아야 했다.
#조강지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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