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방법론에 대한 생각들

[서평]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저) 읽고

등록 2008.09.02 16:59수정 2008.09.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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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책 읽는 주체의 성향도 다양하다. 여기서 이 많은 책을 다 읽지 못한다면 어떻게 독서를 전략적(?) 실천적으로 해야할지가 문제로 대두된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지음, 여름언덕 펴냄)의 제목처럼 단순히 책읽기 자체를 포기하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정도로 되려면 책을 바라보는 안목이 고수의 수준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a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겉표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겉표지 ⓒ 여름언덕

저자 피에르 바야르가 말하는 독서의 반대편의 '비독서'의 개념에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대충 읽는 것, 귀동냥한 것, 읽었어도 잊어 버린 것까지 포함해서 해석한다.


저자가 이렇게 폭넓게 '비독서'의 범위를 잡는 이유는 보다 진지하게 독서의 진정한 요소를 찾고자 하기 위함이다. 즉 책 자체나 독서행위 자체보다 책을 매개로 (읽었던, 읽지 않았던) 끊임없는 자신의 내면을 자극하고, 창조하고, 떳떳하게 자기 생각을 얘기 하는 것을 중요시하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저자는 단언할 수 있었을까?  '책' 자체는 작가의 사회적 지위나 위치에 따라 유동적이고, '독서' 역시 책을 읽을 수록 또다른 기억의 점진적 소멸의 장소로 옮겨가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불확정적인 상황인데, 책을 읽고 안 읽고에 뭔 큰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하지 않았다고 부끄러워 하지도, 죄의식을 느끼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책을 총체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울림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론적 시각에는 동의하는 바도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무런 바탕없이 이런 시각이 가능할런지 묻고 싶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을 다 사서 읽을 여력도 없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책은 당장에 읽지 못하더라도 사놓고 봐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매주 발행하는 신문의 책소개나 북칼럼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고 읽어나가야 한다.

a  <책을 읽는 방법> 겉표지

<책을 읽는 방법> 겉표지 ⓒ 문학동네

얼마 전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이 출간됐다.  이 책은 천천히 읽는 슬로리딩(지독, 遲讀)를 강조한다. 솔직히 지독(遲讀)의 단계는 초보단계에서는 문제가 있다. 천천히 읽는 이유는 생각을 많이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어느 정도 기존의 독서량이 있어야 생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조언자들은 처음에 관심있는 부분부터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하게 접근해서 책을 읽거나, 어느 한 저자에 대한 전작주의도 괜찮다. 다만 이 수준을 넘으면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하며 많이 글을 써보는 게 좋다고 한다.

참고로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일찍이 "책을 읽지 않고도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 그 방법론은 양서(良書)를 읽고, 악서(惡書)를 읽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양서는 고전을 말하고, 고전을 많이 여러번 읽어야만 이런 능력이 키워진다고 한다.


a  <쇼펜하우워의 문장론> 겉표지

<쇼펜하우워의 문장론> 겉표지 ⓒ 지훈

책속에 활자화된 다른 사람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자신의 말로, 또는 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인재의 조건인 번역 능력이다. 책을 읽던 안 읽던 지식과 경험에서 오는 자극을 자신에게 어떻게 치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실천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옛 선인들은 공부를 하더라도,책을 읽더라도 순서를 정해서 했다. 먼저 인간의 도리 (효, 제)를 가르치는 공부부터 시작했다. 독서의 순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또한 독서의 방법론에 있어서도, 한갓 책을 읽어치우는 '도능독(徒能讀)'도 경계하며, 속독, 정독,지독 어느 하나에만 얽매일 것도 없다.  무엇보다 책의 수준, 자신의 역량에 맞추어 독서법도 찾아보고, 책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2008


#인문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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