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력과 '안친한' 독립언론들, 이렇게 산다

<시사IN> 창간 1주년 기념 '독립언론으로 살아가기' 심포지엄

등록 2008.09.02 18:42수정 2008.09.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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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시사저널> 기자들을 중심으로 창간한 '독립언론' <시사인>이 창간 1주년을 맞아 2일 심포지움을 열었다. ⓒ 정미소

지난해 9월 <시사저널> 기자들을 중심으로 창간한 '독립언론' <시사인>이 창간 1주년을 맞아 2일 심포지움을 열었다. ⓒ 정미소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6년 6월 16일, 삼성그룹 관련기사를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임의로 삭제하면서 경영진과 기자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기자들은 몇 개월간 파업을 감행했지만 해결 되지 않았다. 2007년 6월 25일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이 전원 사직을 결의하고, 같은해 9월 17일 '독립언론' <시사IN>을 창간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자본에 의한 언론통제에 맞서 태어난 <시사IN>이 창간 1주년을 맞아 '독립언론으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2일 심포지엄을 열었다.

 

"신문자본 성격이 논조와 질 좌우한다"

 

'세계 독립언론의 역사와 현실'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봉수 세명대학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정치권력은 법과 제도, 사회통념이나 미풍양속 등을 언론의 책임을 묻는 잣대로 삼는다"며 "이는 권력이 독재적일 때 소수가 다수 의견을, 민주적일 때 다수가 소수 의견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대학원장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익명의 횡포, 신문방송의 두드러진 정파성과 무책임한 과장보도 등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견지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근절돼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자율조절 기능의 활성화를 막고, 자칫 정권의 언론장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금기로 여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영국의 신문 <더 타임즈>를 인수한 후 신문의 위상은 추락했다"며 "<더 타임즈>에서 나온 기자들이 주축이 돼 창간한 신문이 <인디펜던트>로, 신문자본의 성격이 신문의 논조와 질을 얼마나 결정적으로 좌우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은 '<시사IN> 1년, 그리고 몇 가지 제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시사저널 사태를 보도했던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PD수첩> 등이 현재 존폐 위기에 서 있다"며 "당시 1년 뒤에는 우리가 현장에서 취재하고 당신들이 길거리에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현 언론환경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 국장은 "회사와 결별하고 과연 우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 취재현장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자들도 확신하지 못했다"며 "'언론이 죽어서는 안 되는구나'라는 마음이 모여서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언론, 광고 비중 줄이는 노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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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세명대학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 정미소

이봉수 세명대학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 정미소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규원 <한겨레> 지역팀장은 "독립언론 모두에게 외환위기부터 지금까지 정치권력과의 투쟁, 그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 아니다"라며 "제1과제는 광고주들에게 벗어나 언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립언론에게 광고의 비중을 줄이는 노력,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권력, 광고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하다"며 "사업구조의 혁신과 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정치권력이 바뀐 적은 있지만 경제권력이 바뀐 적은 없다"며 "그럼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충분한 자급을 받는 데 어려웠고, 독자를 아우르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언론 참여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는 '시민기자제'를 만들고 '시민기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공짜로 보되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주십사 하는 '자발적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오마이뉴스>의 상황을 전했다.

 

이에 문정우 국장은 "정기구독자를 확보하면 광고를 받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사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 광고주 압박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독립언론 특·장점 합쳐 새로운 독립언론 만들자"

 

발제를 맡았던 이봉수 대학원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친여매체' 소리를 듣는 언론사가 부각되고, 정부도 각종 언론정책을 통해 우호적 언론사를 지원하는 풍토는 독립언론의 성장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을 능가하는 경제권력으로 성장한 재벌이 정치, 언론 환경을 좌우하는 상황은 국민에게도 시련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연호 대표는 "각 독립언론의 정신이 다른 매체에 의미 있는 교훈이나 자극을 주고 있다"며 "다양한 독립언론의 특·장점을 합쳐 새로운 모습의 독립언론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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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 ⓒ 정미소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 ⓒ 정미소

이어 오 대표는 "'어떻게 하면 독립언론을 즐겁게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독립언론을 만드는 우리와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의 독립언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우 국장은 "독립언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성 언론과 다른 윤리관을 세우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표해 실천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은 "자칭 독립언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끼리의 공유에 그치지 말고 독자, 기타 언론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 무대가 필요하다"며 "일종의 '참언론' 감시단을 만들어 기획회의, 편집회의 등 1년 정도 지켜보게끔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팀장은 "국제적 세미나를 함께 열고 실패한 언론을 분석하는 '실천'의 단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2008.09.02 18:4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독립언론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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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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