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이여, '리얼=자극·선정'이 아니다

[리뷰] <러브파이터> <커플브레이킹>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

등록 2008.09.04 10:23수정 2008.09.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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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갈등을 폭로전을 통해 부추기고 있는 <러브파이터> ⓒ M.net

연인들의 갈등을 폭로전을 통해 부추기고 있는 <러브파이터> ⓒ M.net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리얼리티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MBC <무한도전> 이후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런데 이러한 리얼리티를 최대한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케이블 방송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상파라는 특성상, 전 연령대가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수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케이블은 다르다.

 

조금 더 유연한 자세로, 파격적인 리얼리티를 추구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기에 케이블 채널의 리얼리티는 지상파 방송사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워 갈수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코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MBC <우리가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현실성에 판타지를 적절하게 조화를 시켜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면 케이블 채널의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실과 선정성을 결합시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소모되고 있는 연애의 감정 폭로전!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M.net <러브파이터>가 있다. <우결>이 막 연애를 시작한 남녀의 설렘을 보여준다면 <러브파이터>는 갈등을 겪는 연인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갈등을 겪고 있는 실제 연인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상대방의 사생활과 단점을 폭로하는 프로그램으로, 출연자들은 스튜디오 중앙에서 서로에게 마이크를 던지며 폭로전을 이어간다). 또 다른 점은 <우결>이 연예인들을 등장시켜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를 보여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면 <러브파이터>는 일반인들을 출연시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화면을 통해 접하는 그들의 '리얼리티'는 재미 보단 실소와 짜증을 유발한다. 이 프로그램은 극단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 방송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연예인들의 러브스토리를 보는 게 더 낫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출연자들의 연애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뒤 그들의 설전을 통해서 표피적인 감정들을 건드려 좀 더 선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하기 때문. 연애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기에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애 모습이 나타나고, 갈등조차도 다양성을 기반하고 있음을. 하지만 <러브 파이터>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즉, 갈등의 원인과 형태, 해결방법 따위는 거두절미하고 갈등에서 벌어지는 남녀 사이 싸움에만 집중하고 있다.

 

물론 헤어질 위기에 놓인 이들의 갈등 주제는 참 다양하다. 하지만 그 갈등의 표출은 획일화된 듯, 대화라기보단 폭로전에 가깝다. 서로의 생활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연인들의 폭로전이라는 점에서 선정성과 자극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래서 <러브파이터>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되며 제작진이 내세운 '일상 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갈등과 남녀 간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해법을 찾는다'는 기획의도에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출연자들의 갈등 자체도 지극히 자본주의에 입각한 외모, 말투, 돈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친을 옆에 두고 다른 여자를 성추행한 남자'라거나 '돈 없는 남친 구박하는 여자', '술 마시고 잘 노는 것이 불만이라는 남자' 등등. 이들의 갈등은 지극히 단순해 그다지 해결책을 찾을 필요도 없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단순한 갈등들이 네거티브로 전환되면서 발언 수위 조절도 어렵고 통제도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모전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러브파이터>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연애리얼리티라기보단 요즘 신세대들의 인스턴트식 사랑을 악용한,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 중 하나일 뿐이다.

 

연인들의 갈등을 관음증으로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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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을 유발시키고 있는 <커플 브레이킹> ⓒ 올리브 TV

관음증을 유발시키고 있는 <커플 브레이킹> ⓒ 올리브 TV

 

또 다른 프로그램은 올리브TV <연애 불법의 법칙-커플 브레이킹>이다. 이 프로그램도 <러브파이터>처럼 연인들의 갈등과 일반 출연자들을 출연시킨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만 폭로전이 아닌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유발해 인기를 얻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선 <우결>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의 러브스토리를 안방극장에서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연애를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며 대리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결>이 공개적으로 연애를 오픈했다면 <커플 브레이킹>은 몰래카메라로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함까지 가져다 준다.

 

<커플 브레이킹>은 헤어질 위기에 놓인 커플 중 한 명이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보고자  프로그램에 출연해 상대 연인들을 실험한 뒤 연애를 지속하느냐, 이별을 하느냐를 결정한다. <러브파이터>보다는 덜 감정적이지만 자극과 선정성이라는 기본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대담한 작업녀 혹은 럭셔리한 작업남과의 찐한 만남을 통해 선정적을 극대화 시킨다.

 

하지만 단지 몰래 카메라라는 갈등을 보여주는 수단만 바뀌었을 뿐 결국 <커플 브레이킹>도 여타의 감정을 거세한 연인들의 표피적인 감정들만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청률 지상주의에 기반한 방송이라는 질타를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즉, 케이블 채널에서 보여주고 있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연애의 진지함 혹은 해답에 접근하고자 고민하기보다는 갈등만 부추긴다.

 

그래서 이들 프로그램이 더욱 더 불쾌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대놓고 이별을 깔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면 조금은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일반 출연자를 출연시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들이라는 점을 내세워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있지만 이들 출연자들보다 더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8.09.04 10:23 ⓒ 2008 OhmyNews
#러브 #연애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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