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내 천막에서 백성균 대표와 대화를 가졌다. 마침, 그 시간에는 광주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촛불 수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있었다.
박형준
인터뷰 목적의 방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백성균 대표가 일방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 '주거니 받거니' 대화에 가까웠다.
여러분들께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지난 촛불시위는 내게 요즘 들어 "짧았지만 한편으로는 길었던 꿈"과 같았다. 그리고 그렇듯 일상 속에서 출퇴근까지 병행해야 하는 내가 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곧잘 밤을 지새워야 하는 거리 취재에 나섰던 이유는 "안 나서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돌아보니 그랬다. 나서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았다. 시민들의 분노를 직접 느껴봤으며, 그속에서 서글픔도 느껴봤다. 처음 만난 것이었지만, 백성균 대표와 금세 마음이 통해 '소통'과 '이명박'이라는 상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은, 아마도 그런 기억들을 가슴 속에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금방 '소통'할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내용도 이 인터뷰에 스며들어 있다.
- 일단 '미친소닷넷(http://www.michincow.net)'에 대해 설명해 달라. 여전히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안 그래도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다. 2006년에도 '미친소닷컴'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안 그래도 한미FTA협정의 4대 선결 조건 중 하나였다.
2008년 4월의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10대의 분노가 심각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 이후에 '학교 자율화 방안'과 같이 청소년들이 직접적으로 분노하고 실망했을 사안들이 촛불시위에도 자주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운동에 몸담는 당사자로서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운영권을 인계받은 뒤에 사이트를 '미친소닷넷'으로 변경해 활동해온 것이다."
- 백성균 대표를 포함한 '촛불 수배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공안정국'을 상징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과정에서 'PD수첩'의 이춘근·김보슬 PD도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사실상 강제구인을 앞두면서 사내농성을 지속하거나 누리꾼들이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는 등 방송인과 누리꾼까지 '공안정국'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고 있다. '공안정국'을 상징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안정국'의 당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느낀 바가 많을 것 같다."민주주의가 뭔가? 민주주의는 할 말을 하는 것이다. '촛불 수배자'들의 체포영장은 6월 27일에 발부됐다. 2008년 6·7월은 '촛불'이 빛을 발한 기간이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공세와 탄압이 거칠게 시작된 기간이기도 한다. 그 공세와 탄압을 지켜보고 겪으면서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촛불시위'에 대한 탄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을 통해서도 보장되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탄압은 비상식적이고도 충격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그가 '탄압'을 공세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명박 대통령 본인에게도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속에서, '촛불'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한국일보>가 "신도들의 '나가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는 식의 미묘한 기사를 내놓은 적이 있다.(<한국일보> 8월 19일자 기사 <조계사의 촛불 수배자들 '사면초가'>) 그 기사에 대해 '촛불'에 대해 우호적인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던 적이 있는데, 당사자로서 그 기사의 '진실'을 이야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사실과 많이 달랐던 기사였다. 물론, 가끔씩 우리의 농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없는 분들은 아니지만 대체로 신자들을 비롯한 방문객들도 수는 줄었을지언정 여전히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내가 알기로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처음에는 그런 취지의 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기사가 '위로 올라가는 단계'에서 갑자기 내용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
- '촛불'이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자발적 참여로 '촛불'을 유지하고 있으며, '방송 장악' 문제나 '기륭전자 사태' 등 언론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까지 그 범위를 '자발적으로 확대'시킨 측면이 있다."이명박 정부는 이미 임기 초부터 분야별로 다양한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였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그들의 '태도'가 시민들을 자극한 측면이 강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에 가담하고 있으며, 교육 분야에서도 학생들을 분노케 하는 '학교 자율화 조치'가 대놓고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본인도 2번씩이나 사과를 했지만, 사과 같지 않은 사과였다.
국민은 그 과정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핵심관계자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들은 촛불이 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아니, 꺼졌다고 해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9일 화요일에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를 갖는다고 한다. 백성균 대표가 이른바 '국민패널'로 나선다면 무엇을 묻고 싶은가?"(웃으며) 2가지를 묻고 싶다. 하나는, 고개를 숙이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했을 당시, 정말 미안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진심이었다면, 과연 '색소 물대포'니 '경찰청 기동대'니 '마일리지'니 하는 것들을 동원해가면서 경찰의 폭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을까?
다른 하나는, 대통령 해보니 좋으냐고, 그리고 뭐가 좋으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싶다. 그런 무리수를 어쩌면 그렇게 동원할 수 있을지,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도 묻고 싶다."
- '촛불 수배자'들의 농성이 조계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108배를 매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 그래도 불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종교차별 및 종교편향'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접 겪어본 불교, 그리고 불심은 어떤 것 같나?"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불교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신 분들이 많은 편이다. 그랬던 분들이 요즘 들어 '종교편향' 논란이나 이런저런 정권의 실정을 겪으면서 달라진 것을 느낀다. 나이 드신 분들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서슴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세우실 정도다.
보살님들도 우리 '촛불 수배자'들에 대해서 걱정해주시는 한편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지금도 봐서 알고 있듯이(6일 저녁 9시 가량) 조계사는 도심 속에서 고요를 유지하면서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시골 정서와 같은 편안함이 있다. 편안하다."
- 백성균 대표는 '블로거 선언'을 했다.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포스팅 수도 많았고 '소통'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졌다. '블로거 백성균'의 포부와 약속은 무엇인가?"블로그에 글로 올렸듯이 기존의 파워블로거들이 내 포부이자 목표다. 블로그는 사실 처음에는 미니홈피처럼 개인적인 공간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메타블로그나 다음 블로거뉴스 탄생 이후 활동가로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가질 수 있는 공간임을 깨달았다.
개인적인 힘을 극대화시키며 확대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블로거들 간에 연대가 가능하다면 기성언론이 갖고 있는 권력이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초보'로서 '열심히'하는게 중요한 것 같지만 말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포털 뉴스의 댓글게시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촛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 특히나 격렬한 비난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다. 그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일단 '알바'로 의심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먹고 사는 일'이기에 한편으로는 이해한다. 살살해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광우병 문제 등은 그들에게도 '자신의 문제' 아닌가. 그들도 국민이기에 안쓰럽게 생각되는 측면도 있다.
'진심으로 반대하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시위가 하고 싶어서 거리로 나선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제대로 소통됐을까? 소통이 제대로 안되니까 '촛불'이 그렇듯 지속된 것이다.
그들도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건강한 토론의 장이 있으면 좋겠다.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느끼는 바의 차이일 것이다. 보다 더 많이 대화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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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에 묻고 싶다, 국민에게 정말 미안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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