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벌초
김강임
해마다 백로 지난 휴일은 가족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올해는 추석 1주일 전 9월 7일이 백로더군요. 이날은 선산에 벌초를 하는 날입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마음이 어수선 합니다. 벌초를 하러 오는 친척들이 들이닥치기 때문이지요.
동서 우리 함께 벌초 가자이제는 시대가 변했으니 벌초도 간소화 했으면 싶은데, 어찌된 일인지 시댁 어르신들께서는 예전 조상들이 해 왔던 풍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선산에 차례를 지내야할 음식 준비하랴, 타지에서 내려오는 분들 운동화 준비하랴, 모자에서 신발까지, 벌초 때만 되면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더욱이 종가집 형님께서는 시집와서 지금까지 조상벌초 한번 빠지지 않았으니 형님 그림자를 쫓아야 하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닙니다.
내가 처음 벌초를 따라갔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 되었을 것입니다. 시집살이 경력 채 5년도 안된 내게 종가 집 형님은 이렇게 말했다.
“ 동서, 우리 함께 벌초 가자. 동서는 낫질 하지 않아도 돼. 그냥 양산 받고 산담에 만 서 있어도 돼. 따라갈래?” 이 달콤한 유혹은 어느새 나를 벌초 경력 20년 아줌마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