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청소년' 노동권을 지켜줘야 한다

[노동히어로FGI ①] 이성균 울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록 2008.09.08 13:50수정 2008.09.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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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청소년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방학이나 주말에 일하는 청소년들도 많지만, 전일제 취업자로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청년층도 많다. 이들은 주유소·편의점·음식점·PC방 등에서 일하며 자신의 용돈을 보충하고 생계를 유지한다.

 

청소년에게 있어서 노동은 경제적 자립과 취업경력 등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노동자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사회에서는 일하는 청소년들을 비행 혹은 탈선과 연관 짓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노동권과 인권은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가운데 가장 취약한 '청소년 알바'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얼마나 되는가?

 

청소년 백서에 의하면, 2007년에15~19세 청소년 가운데 21만명이 취업상태에 있으며, 2만명은 실업자이다. 한편으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80%를 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청소년 취업자 가운데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위 '아르바이트생'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2007년에 중고등학생과 일반 청소년 1만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21%의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신문배달이나 광고전단 돌리는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가장 많았으며, 패스트푸드점·음식점·주유소·편의점, 전자오락실, PC방의 순서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시간제·주말아르바이트·단기계약의 형태로 고용되어 있어, 이들은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더구나 이들은 "일시적으로 용돈을 버는 미성년자"로 인식되어, 임금·작업환경·해고·복지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 ▲야간에도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 ▲일하다 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부당한 사례들이 많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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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르바이트 도중 부당한 경험 실태 - 이경상, 유성렬(2007). “청소년아르바이트 참여변화 실태.” ⓒ 한국청소년패널조사 리서치브리프

청소년 아르바이트 도중 부당한 경험 실태 - 이경상, 유성렬(2007). “청소년아르바이트 참여변화 실태.” ⓒ 한국청소년패널조사 리서치브리프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임금이다. 한 장에 몇십원을 받는 전단지 배포작업, 초급으로 2000원 정도를 받는 음식점 일, 야간에 일을 해도 초과수당을 받지 못하는 PC방 아르바이트 등 대부분의 청소년 일자리는 저임금에 기초한다.

 

또한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주말이나 휴일, 심지어 야간에도 장시간 일하지만, 이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이러한 임금조차도 체불되는 사례도 있다. "부모를 모시고 오면 임금을 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며, 오랜 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악덕 사업주도 존재한다.

 

또한 일하는 청소년들의 인권문제도 심각하다. 청소년인권네트워크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하는 청소년의 11%가 폭언이나 체벌 등 인격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하며, 특히 사업주와 직장 상사들에 의하여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사회생활의 첫 단계에 경험하는 폭력의 문제는 사회에 대한 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하는 청소년의 폭력 피해는 장기적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청소년 노동권 제도적 보장과 함께 경제적 지원 및 복지프로그램 확대 시급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복지·학교·가족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대책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특히 일하는 청소년들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취업생활을 지속하며 장기적으로도 경력개발이나 미래의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꿈을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가장 일차적인 대책은 청소년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일하는 청소년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고 근로시간과 휴가사항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가 올 초에 청소년을 고용한 주유소·음식점 등을 조사한 결과 73%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받은 청소년은 많지 않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노동 행정부서의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청소년들이 피해사례와 문제점을 자유롭게 알리고, 행정당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체계도 필요하다.

 

또 다른 대책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주된 원인이 생활비를 얻는 것이라면, 이들이 현재의 임금만으로도 빈곤상태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사업주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행정기능을 강화한다면,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될 것이다.

 

더불어 일하는 청소년들의 인적자원개발을 체계화하여 장기적으로도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업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없는 학업기회를, 직업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직업훈련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이들의 경력·적성·능력·희망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훈련학습기회를 마련한다면, 현재 저임금-서비스직종에 집중되어 있는 청소년 고용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좀 더 낳은 일자리의 취업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청소년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인생의 비전을 찾을 수 있는 사회복지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이들은 생활의 어려움들을 하소연하고 싶으며, 더 나아가 미래의 꿈을 정립하고 이를 위한 성공모델을 찾고자 한다.

 

현재 복지기관이나 상담소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프로그램과 문화활동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청소년 취업자는 많지 않다. 청소년 복지분야의 전문가집단과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일하는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인생의 꿈을 자립적으로 실현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은 다양한 청소년들의 성장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소수의 엘리트 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땀 흘리는 청소년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노동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8.09.08 13:50 ⓒ 2008 OhmyNews
#청소년 노동 #노동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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