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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아버님의 당부 말씀이 있겠습니다.”
7일 전주에서 있었던 결혼식. 사회자의 말에 모두가 눈이 동그래졌다. 혼인 서약을 양가 부모님 앞에서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주례 선생님이 곧 나오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례 선생님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랑 신부의 앞날을 위한 축복의 말씀을 양가 부모님께서 하신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느 결혼식과는 사뭇 달랐다.
신부는 누님의 여식이다. 대학 병원의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고 신랑은 전문의이다. 어려운 의학 공부를 시키기 위하여 누나는 참 많은 고생을 하였다. 힘든 역경을 모두 다 이기고 의사의 길을 걷고 있으니, 대견할 수가 없다. 그런 녀석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으니, 기쁘기 한량없는 일이었다.
새 출발을 하는 딸과 사위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는 매형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리고 있었다. 단상 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신랑 신부와 같은 위치에 서서 말하였다.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인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로서의 자식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듣는 사람들이 숙연해질 정도였다.
신부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계속 웃고 있었다. 아들 낳기는 틀렸다고 놀려도 소용이 없다. 딸을 시집보내는 누나 얼굴을 보았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감은 사라졌다. 누나 또한 웃고 있었다. 우는 모습보다는 보기가 훨씬 나았다. 모든 것이 다르니,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주례 선생님이 없는 결혼식을 처음 보았다. 처음에는 뭔가 낯설어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있던 나의 의식과 일치를 이루지 못하니, 당혹스러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님이 중심이 되어 모든 절차가 이루어졌고, 끝까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처음에는 수용하기가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랑 신부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이다. 그렇다면 당연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옳은 일이 아닌가? 또 그들을 낳고 키운 부모님의 공덕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크고도 크다. 그러니 당연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옳은 일이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마치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회 통념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한 조카가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처음 실시하는 것은 어렵고 아름다운 것이다.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신부를 바라보면서 그들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넘쳐나기를 간절하게 소원하였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아름다운 잔치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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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념을 깬 새로운 시도, 주례 없는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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