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도보 행진할 권리도 없나"

[현장] 경찰 서울역 앞 문화제 도보행진 막아서... 국회의원 항의도 '무시'

등록 2008.09.09 22:47수정 2008.09.0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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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9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9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노동과 세계> 이기태

9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노동과 세계> 이기태

 

"비정규직도 국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9일 밤 비정규직 노동자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스튜디오에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답은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을 통해 전달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도를 통한 야간 통행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에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이어 KBS 스튜디오의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비정규직 탄압하는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준비하던 이날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선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KTX·새마을호 여승무원을 비롯해, 기륭전자·이랜드·코스콤·성신연대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 500여명이 촛불을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많은 관심을 호소했다. KTX 여승무원 김영미씨는 "승무원들이 40m 철탑에 올랐다, 극한투쟁을 해야 겨우 관심을 받을 뿐 그 동안 냉담한 시선들이 있었다"며 "시간이 나시면 KTX 투쟁 현장을 꼭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한가위 전에 비정규직 장기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일터로 돌려보내자고 소리를 높였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사무처장인 효진 스님은 "불교계가 비정규직 철폐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촛불시민연대의 장동규씨는 "연대만이 살길"이라며 "기륭 노동자가 90일 넘게 단식하고 KTX 여승무원들이 900일 넘게 투쟁을 해도 단결이 너무 적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자기의 문제, 자기 가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영희 장관에게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에 가봤느냐고 물으니 부하들이 가면 된다고 했다, 오늘 새벽 조계사엔 사복경찰이 주변에 있었지만 칼로 머리를 난자하는 모습을 지켜만 봤다"며 "이 정권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권이냐"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깃발을 들어서도, 인도로 가서도 안 된다?

 

1시간 30여 분간의 문화제를 마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사회단체 깃발을 앞세운 채, 조계사로 발길을 향했다. 하지만 서울역 광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경찰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도로 가는 데, 왜 막느냐"고 항의하자 경찰은 "깃발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에 "비정규직은 깃발을 들 자유도 없느냐", "막더라도 말이 되게 막아라"는 한탄이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이어 5분도 안돼 경찰은 "즉시 해산하라"고 방송했다. 시민들이 몰려들어 그 이유를 물으니, 경찰 관계자는 "야간에 단체로 몰려다니니, 미신고를 집회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홍희덕 의원이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집에 가려해도 비켜줘야 가지 않겠느냐?"고 묻자 "개별적 시비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이 국회의원을 무시한다"는 야유가 쏟아졌다.

 

비정규직 노동자과 시민들은 경찰과 2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지하철을 타고 조계사로 향했다. 그들은 쓸쓸한 마음으로 집회를 마무리 했다. TV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비쳤다.

2008.09.09 22:47ⓒ 2008 OhmyNews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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