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닷컴은 어떻게 파워블로거가 됐을까

<시사IN> 창간 1년 기념, 고재열 기자 '도가니탕' 인터뷰

등록 2008.09.11 08:36수정 2008.09.11 10:13
0
원고료로 응원
a

2007년 4월 12일 한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해 퀴즈영웅이 되었다. 생계형 출연자는 미션을 완수했다. ⓒ KBS

2007년 4월 12일 한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해 퀴즈영웅이 되었다. 생계형 출연자는 미션을 완수했다. ⓒ KBS

<시사IN> 창간 1년(9월 17일)을 앞두고 고재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계급장 떼고' 블로거 기자로 전향했다고 하는데, 고재열의 독설닷컴은 현재 총방문자가 240만명이 넘었다.

 

고재열 기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시사저널 파업 당시 기자들이 지쳐 있을 때 혼자 문제집을 들고 다니며 '퀴즈왕'에 도전해 당당히 '퀴즈영웅'에 등극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1인미디어를 꿈꿔왔다고 했다.

 

인터뷰는 시사인 편집국 근처 '도가니탕 집'에서 이루어졌다. 이 집은 편집국의 큰형님들이 개척하고 후배 기자들에게 전파한 장소다. 편집국장과 발행인이 모두 여기를 자주 찾았다.

 

젊은 기자들은 큰 길에 있는 통닭집을 즐겨 찾는데, 만난 시간이 낮이었던 관계로 도가니탕집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인터뷰의 형식이 아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적을 게 많아졌다. 간단히 근황을 묻는 분위기에서 본격적인 인터뷰로 스펙트럼을 바꿔갔다.

 

"나는 백화점 고급브랜드에 불과...미디어몽구가 진정한 파워블로거"

 

고재열 <시사IN> 기자가 6월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고재열 <시사IN> 기자가 6월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작년에 창간호가 추석합본호였는데, 드디어 시사인 추석 합본호 2호가 나왔다. 축하한다. 그런데 요즘 블로거들이 고재열 기자의 안부를 자주 묻는다. 그러다가 '잡혀가는 거' 아니냐고 걱정이다. 혹시 외압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은가?

"그런 것은 아직까지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잡혀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은 편하다."

 

- 짧은 시간 동안 파워블로거가 됐다. 미디어몽구와 기사 공유를 하는가 하면 블로거세계에서의 연대활동도 활발하다.

"방문자 수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는 '롯데백화점'에 입점했을 뿐이다. 총 방문자 수에서 다음블로거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다. 그런 점으로 따지면 미디어몽구는 진정한 파워블로거다.

 

동영상 기반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몽구의 방문자 유입경로 중 블로거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하다. 이렇게 다양한 분포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니 롯데백화점의 고급브랜드에 어울린다고 해야 하지 않나?"

 

- 독설닷컴이 블로그스피어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나는 주로 미디어에 관한 담론을 생산해 왔다. 그것도 매우 폭력적인 방법으로. A4 20장 분량을 사진 하나 없이 그대로 올린 적도 있다. 문제의식은 충만하지만 편하게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를 다른 블로거가 다른 방식으로 확산시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독설닷컴이 일정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블로거가 그 문제를 다뤄 주면 재밌다. 특히 언론사나 언론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것은 좀 슬픈 이야기인데, KBS, MBC, YTN 등 방송사 관계자들이 매우 많은 관심을 보인다. 제보를 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뤄줄 매체가 하나라도 아쉬운 것이다."

 

- 마치 예전에 시사저널 파업할 때 다른 언론사에서 어떤 기사를 올려 주었는지 보며 아쉬워한 것과 같은 건가?

"그렇다."

 

<시사IN>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다

 

- 시사IN에 저널리즘 스쿨을 도입하려 했던 과정을 알고 있다.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다만 블로그를 통해 실험을 해야 할 것이 많다. 블로그 인턴제도 그 중 하나이며, 언론사를 꿈꾸는 예비 기자들의 글을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일에 과부하가 있기 때문에 크게 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취지는 언론사 기자를 꿈꾸면서 기사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접수된 기사는 데스킹을 거쳐 독설닷컴에 노출된다."

 

- 이를테면 <오마이뉴스>와 같은 방식인가?

"그 정도의 규모화는 불가능하지만,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첫째는 기사를 직접 써보는 것이며, 둘째는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다."

 

- 그러고 보니 독설닷컴에서 간간히 외부기고자들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 최재혁(세상박록)님이 쓴 '내가 조선일보 기자가 되려는 이유'가 가장 최근의 기사다. 이 외에도 사회인사나 언론인 대선배들을 꼬셔서 블로거로 데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안병찬(시사저널 초대 편집인) 기자의 "안병찬의 기자질 46년"을 밀고 있다. 이외에 재야 구라꾼이나 기생 이야기, 대만 배우 데뷔기 등 다양한 인사들을 블로거로 등극시켜서 다양한 목소리를 전파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 시사IN도 블로거시스템을 탑재한 시사IN2.0을 기획하고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시사인 블로그 T/F팀장인 남문희 기자가 편집국장에 당선됐다. 남문희 기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열정이 많이 있다. 앞으로 시사인이 많이 달라지리라고 본다."

 

고재열 기자와의 짧은 도가니탕 인터뷰는 진한 국물이 목구멍에 축축히 적신 것처럼 포만감이 있었다. '꿈꾸는 기자'라니. 세상에 이런 인간문화재, 아니 '기자문화재'가 있단 말인가.

 

MBC의 한학수 PD(전 'PD수첩' 담당)는 "기자에게 '전문성'이나 '출입처'는 동일어이며, 그것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입처에서 공무원들을 만나다 보면 고급정보를 곧잘 얻지만, 혹시라도 출입처에 대해서 좋지 않은 기사를 내보내면 고급정보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기자는 출입처 공무원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게 된다.

 

조중동의 월급 많이 받는 의학전문기자나 과학전문기자가 황우석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들은 모두 '한 패'이기 때문이다. 고재열 기자는 '기자'를 버림으로써 '기자'가 된 얼마 안 되는 케이스다.

2008.09.11 08:36 ⓒ 2008 OhmyNews
#고재열 #시사IN #시사인 창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