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이 젊은이에게 보내는 충고

[서평] 황석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등록 2008.09.11 11:35수정 2008.09.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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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신작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 ⓒ 문학동네

황석영 신작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 ⓒ 문학동네

<개밥바라기별>(황석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사춘기에 겪은 지독한 성장통이 섬세한 필치로 묘사됐다. 그만한 나이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음직한 '방랑'을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달한다. 1인칭으로 표현된 것은 주인공 유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준의 친구 인호, 정수, 선아, 미아가 주인공 유준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각을 1인칭으로 내면 깊은 곳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개밥바라기별>을 쓴 작가 황석영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객지> <가객> <장길산>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단재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개밥바라기별>은 작가 황석영 자신 청춘의 기록이다. 작가 황석영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한다. 대학 시절에는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 공사판을 떠돈다. <개밥바라기별>에는 이때의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개밥바라기별'은 샛별, 금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금성이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반짝일 때는 '샛별'이라 부르고 저녁 어스름에 나타나면 '개밥바라기별'이라 부른다.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난다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주인공 유준은 '개밥바라기별'이란 이름을 떠돌이 노동자 '대위'에게 듣는다. 잠시 그들의 대화를 살펴보자.

 

"어라, 저놈 나왔네"

 

대위가 중얼거리자 나는 두리번거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저물어버린 서쪽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다.

 

유독 눈에 들어오던 대목이다. 주인공 유준의 생각과 내 생각이 딱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기에. '개밥바라기'란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난 이후 나 또한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땅거미가 질 즈음이면 괜히 쓸쓸했다. 저녁노을이 빨갛게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날에는 더욱 더 스산했다. 그 스산함이 '개밥바라기'라는 별 이름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황석영은 자신의 분신인 유준이 겪는 청춘의 고뇌 속에서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는 좀 더 자유로워지라는 것이다. 틀에 박힌 기성교육제도를 과감히 뿌리치고 자퇴를 하는 유준을 통해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을 주문한다.

 

반면, 특별한 이유 없이 부모님이 원하는 가정학과를 택한 선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지만 선아를 만나 진로를 변경하는 정수를 통해 우리시대 보편적인 사람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책 뒷부분 '작가의 말'에서 황석영은 좀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이것이 '성장소설'을 쓴 거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나는 이 소설에서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에 대하여 썼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기 싫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 대한 문제점은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주입식 교육, 취업 위주의 교육이라는 등. 하지만 그 누구도 <개밥바라기별>처럼 공개적으로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충고하지는 못했다.

 

오롯이 황석영만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황석영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작가 황석영은 <개밥바라기별>이라는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고뇌하면서도 한없이 자유로웠던 자신의 영혼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8.09.11 11:3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개밥바라기별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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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000


#개밥바라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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