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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해바라기 꽃잎을 기중삼아 거미줄을 치고, 바람도 잠든 밤 작은 이슬방울이 거미줄에 하나 둘 맺혔습니다. 작은 먹잇감에도 민감한 거미가 차마 이슬이 내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나 봅니다.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리면 진동을 느끼고, 진동이 오면 마구 몸을 흔들어대며 먹잇감이 거미줄에 확실하게 걸리게 하고, 이내 걸려든 놈에게 달려가 온 몸을 꽁꽁 묶어버립니다. 그렇게 민감한 거미도 이슬과 거미줄이 만들어내는 물방울 보석의 아름다움을 아는지 이슬이 흠뻑 내린 날 풀섶을 거닐다 보면 거미줄마다 이슬방울이 보석처럼 그득합니다.
"크크, 찾았다."
모든 이슬이 다 예쁘지만 이렇게 거미줄과 이슬에 꽃이 더해진 풍경을 만나면 보물찾기를 하던 어린 시절, 보물을 찾고는 기뻐할 때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것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른 것에 눈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눈이 어두우면 마음도 어두워지는 법입니다.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자 하면 그가 평소에 '무엇을 보는가?'를 보면 됩니다.
나는 이슬사진에 푹 빠지고 나서 많이 변했습니다. 짜증이 줄었고, 내일에 대한 염려도 줄었고, 소유욕도 줄었고,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도 사라졌습니다. 퍽퍽해지고, 강퍅해지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묘약이 이슬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슬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작은 들꽃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들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사람을 만나면 금방 마음이 열립니다. 왜냐하면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열린 사람들은 사람을 향한 눈도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여름 날, 두 분이 어디론가 걸어서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그러자 한 분은 "에이, 우산도 없는데 소낙비가 오냐?"하고 화를 냈고, 한 분은 "어? 비님이 오시네?" 했답니다.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낸 분은 집으로 돌아오며 자기 안에 숨어있는 분노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마침 9시 저녁뉴스가 시작되었답니다. '뚜뚜뚜 뚜~' 9시를 알리는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텔레비전에서는 "오늘 전**"하며 땡전뉴스가 시작되었답니다. 순간 "텔레비전 꺼!"하고 소리를 질렀다지요. 순간 그 분은 자기가 그렇게 미워하는 그 사람의 폭력성이 자신에게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내 가족에게는 내가 '전** 이었구나!'
그 이후 그는 자기 안에 있는 분노, 폭력성을 몰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은 많은 이들의 영혼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만났던 분의 실화입니다.
이슬을 보면서, 그를 담으면서, 그를 만나기 힘든 도시에 살면서 그를 그리워하면서, 나는 내 속내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담을 만큼 맑은지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추한 내 모습을 보면서 절망도 했지요. 온갖 아름다운 말을 하고, 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내 안에 들어있는 나는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싫어서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내 실존이었습니다.
내 한계를 받아들였을 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덜 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졌습니다. 세상사람들을 향해 겸손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작은 이슬방울, 혹시 이른 아침 풀섶의 이슬이 맺혀있을 때 그곳을 거닐 기회가 있으시다면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그들 안에 새겨진 세상을 바라보세요. 참으로 신비한 세상이 숨어있답니다.
오늘 아침 나는 보석상을 해도 될 만큼 멋진 보석을 한아름 주워왔습니다. 거져 주운 것이기에 공짜로 나눠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9.13 16:5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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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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