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홍 반장'... 사퇴냐, 유임이냐

16일 의총서 결정... 이재오계 "책임져야" 강경-'친이직계' "대안 있나" 신중

등록 2008.09.15 19:02수정 2008.09.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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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자료사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15일에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두문불출 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조차 "통화가 안 돼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짧았던 추석 연휴 사흘이 홍 원내대표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길었을 터다. 그는 지난 12일 새벽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홍 원내대표의 진퇴 여부는 16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에 의총을 소집해 놨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의도다.

 

'친이(친 이명박) 직계'와 친이 소장파 등은 의총 전까지 따로 모임을 하거나 전화 연락을 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계] "홍 원내대표, 이미 만신창이... 사퇴해야" 강경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범친이' 중에서도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할 태세다.

 

청와대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청와대에서는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 그 중간에 수장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고 나선 상태다. 홍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대안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이재오계의 한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는데 홍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며 "이번 일은 민주당을 탓할 수도 없는 명백한 자살골"이라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의 태도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의원이 172명이나 되는 정당에서 원내대표 할 의원이 없겠느냐"며 "대안부재를 이유로 무한책임을 져야 할 중차대한 실수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역시 친이 소장파인 초선 김용태 의원도 지난 12일 공개적으로 홍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예결위 사태를 '홍준표 원내대표단이 빚은 구조적 참사'로 못박고 "후임 원내대표단이 신속하게 구성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추경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던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이종혁 원내부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추경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던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이종혁 원내부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추경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던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이종혁 원내부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친이직계] "홍 원내대표 대체할 '장수' 있나"... '신중'

 

'친이 직계'는 신중한 태도다. 안국포럼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이번 사태로 홍 원내대표가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안 없이 물러나게만 해서는 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이미 정기국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 받았을 때 빨리 대응할 수 있는 후임이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홍준표 체제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승규 의원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했다. 강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을 위해 원내 지도부를 쇄신할 필요도 있지만 과연 그럴 만한 대안이 있는지, 이미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장수를 바꾸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 이모저모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리더십에 흠집... 사퇴 안해도 '험로'

 

홍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순항할지 미지수다. 리더십에 금이 간 상태로 정기국회라는 커다란 파도를 무사히 넘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한 친이 성향의 의원은 "만신창이가 된 지도부가 이대로 간다 한들 의원들에게 '령'이 서겠느냐"며 "현재 원내지도부의 권위는 벌써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친박' 쪽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터져나온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이번 사태로 원내 리더십이 약해진 상태에서 의원들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홍 원내대표 체제가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홍준표 체제' 유임에 손을 들어준 청와대를 향해서도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야관계를 고려해봐도 차라리 새 원내대표가 새로이 협상을 시작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09.15 19:02ⓒ 2008 OhmyNews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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