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사퇴, 경찰 정치적 중립성 훼손"

[인터뷰②]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등록 2008.09.18 14:43수정 2008.09.19 11:10
0
원고료로 응원
a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 심규상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 심규상

황운하 서장은 쓴소리꾼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황 서장은 현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 공방에 대해서는 "어 청장 사퇴론으로 제기된 근거들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략적인 방법으로 경찰청장 사퇴론이 거론되는 것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약화시킨다"는 말로 현재의 어 청장 퇴진 요구를 정략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미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과정에서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 대전방문을 가로막은 혐의로 대규모 소환수사를 벌이는 데 대해서도 "의사표출 방법을 넘어선 폭력으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재작년에는 경찰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가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된 바 있다. 이를 놓고 '소신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인기에 치중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상존하다고 있는데.

"경찰생활하면서 경찰 조직의 자존심과 나 자신의 존재이유를 동일시 해왔다. 경찰이 처한 문제를 항상 내 문제로 생각했다. 또 치열하게 부딪치며 살아왔다. 경찰이 권력과 강자에게 약하고 서민에게 무섭고 강하다는 나쁜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주로 부딪혀온 사람들도 강자들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정권일 수 있고, 내부 상층부이거나 언론·검찰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조직문화에서 요구하는 행동패턴, 예를 들면 조직의 상사들에게 잘 보여서 승진이나 보직에서 이익을 보거나 불이익을 안보는 데에 기준을 맞추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이 때에 따라서는 돌출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고, 인기를 의식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본다."

 

- 황 서장은 지난해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시민사회와 불교계의 현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은 뭔가?

"개인적으로 어 청장 사퇴론이 제기된 근거들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이택순 청장 사퇴에 대해서는 임기제 경찰청장의 중도사퇴라는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조직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원론적으로 봐도 FTA 반대집회나 촛불집회의 경우 본질은 FTA나 미 쇠고기 수입문제인데, 실제 충돌은 청와대와 시위대가 아닌 경찰과 시위대간에 이뤄진다. 시위대는 뭔가를 얻어내야 하고 청와대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결국 경찰청장 사퇴가 거론되게 되는 것 같다. 이는 결국 경찰청장 사퇴라는 희생양을 만들게 된다.

 

과거에도 정략적인 방법으로 경찰청장 사퇴론이 자주 거론됐다. 이는 경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약화시킨다.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이 경찰청장 사퇴카드를 정국반전이나 정국 안정카드로 쓰게 된다면 경찰청장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표류하게 된다. 경찰이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국민의 편에 서도록 하려면 오히려 국민이 나서서 그런 것을 막아야 한다."

 

a

지난 6월.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이 대전을 방문하자 대전시민들이 가로막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와관련 대전 중부서는 당시 시위를 벌인 30여명을 소환조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6월.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이 대전을 방문하자 대전시민들이 가로막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와관련 대전 중부서는 당시 시위를 벌인 30여명을 소환조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경찰청장 사퇴는 희생양 만드는 것... 종교편향 노출 공직자 없을 것"

 

- 하지만 어 청장의 경우 촛불집회를 과도하게 진압한 사실이 있고 특히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적 대처를 자인하고 직접 불교계를 찾아가 사과까지 하지 않았나?

"과도한 진압이라며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의 반대쪽에는 너무 무르게 대응했다고 하는 쪽도 있다. 때문에 그런 일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은 안 된다. 불교계 문제는 정부와 불교계 갈등에 경찰이 끼게 된 것으로 본다. 조계종 총무원장 검문 건 등에 대해서는 불교계의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종교편향은 있을 수 있지만 경찰청장이나 경찰 지휘부가 종교 편향적일 리는 없고 적어도 그것을 노출시킬 만한 공직자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불교계 갈등에 수습용으로 청장사퇴론이 거론되는 것 같다. 임기제 경찰청장이 그런 문제로 자주 사퇴론이 거론되는 것은 경찰조직의 안정에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

 

-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의 대전방문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충돌을 이유로 30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를 놓고 과도한 조처라는 지적이 있는데.

"촛불에 대한 수사로 성격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전에서 촛불집회가 단 한 번도 폭력적으로 이뤄진 적 없고, 경찰도 물리적으로 막아선 적이 없다. 그런데 정 전 장관 건은 명백하게 폭력이 발생했다. 물론 의도된 것이기보다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실수라고 본다.

하지만 정 장관에 대한 항의표시로 계란을 던지거나 구호를 제창하고 행사장에 들어서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아서는 것 까지는 있을 수 있는데 직접 막아서서 둘러싼 후 옷을 찢는 것은 폭력적이고 의사표출의 방법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사적인 보복이고, 제재일 수 있다. 의견이 다르다고 그 사람에게 린치를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사법처리는 촛불집회 당시 보였던 시민들의 법 감정에도 어긋나다는 지적이 있다 

"사건 이후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일부는 전체적으로 촛불집회 연장선상에서 법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고 일부는 아무리 그렇더라도 폭력이라는 점에서 형사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후자가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당시 시위대의 행동은 선을 넘어선 일로 시민들의 법 감정에 저촉되는 일이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명백한 폭력행위를 사법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 정 장관의 옷이 찢어진 이유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경찰은 시위대가 옷을 찢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경찰 입장에서 볼 때 명백한 폭력이었다. 장관이 행사장에 들어가는 것은 공무수행이다. 수행원들이 장관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공무수행이다. 당시 있었던 마찰은 단순한 몸싸움이 아니었다. 몸싸움도 상징적으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지하기 위해서 팔을 붙잡거나 옷을 붙잡거나 하는 것 등은 폭력이다."

 

"정 장관 막아 선 것은 폭력... 사법처리 불가피"

 

- 사법 처리 수위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

 

a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지난 달 중부경찰서에서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하지 않고 저작권법 위반 건을 경찰에 고소한 법무법인 4곳과 변호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지방검찰청에 통보한 바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인터넷상 저작권 침해에 대해 오로지 수익증대에만 급급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고소를 남발하는 일부 법무법인들의 행태가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에서 소설을 다운받아 카페에 올렸다가 고소당해 자살한 사례까지 있었다. 실제 법무법인들이 저작권 위반 건을 아주 손쉬운 돈벌이로 생각하고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각 경찰서에 무더기로 고소장을 접수시키고 있다.

 

이번 건은 변호사회를 경유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지만 조세포탈과 다른 사람과 수익을 나누기로 했을 때 수익에 대한 횡령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변호사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 남은 임기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벌이고 자하는 일이 있다면?

"아까 언급한 것처럼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매주 지역주민들에게 찾아가는 '치안행정 설명회'를 할 계획이다. 찾아가서 설명도 하고 얘기도 듣고 하면서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하겠다."

2008.09.18 14:43 ⓒ 2008 OhmyNews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어청수 경찰청장 #촛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