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동편마을 철거민, 주공 앞에서 '이주 반대' 시위

주공, 국민임대아파트 개발단지 지정... 철거민 "가진 것 비닐하우스밖에 없어"

등록 2008.09.18 17:48수정 2008.09.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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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편마을

동편마을 ⓒ 이민선

동편마을 ⓒ 이민선

 

안양 관양동 동편마을 국민 임대 주택 예정지구 철거민들의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전국빈민연합', '전국노점상연합' 소속 회원 약 200명이 18일 오후 1시 수원 주택공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관양동 철거민 대책위원회 박순을 위원장은 "가진 것이라고는 비닐하우스밖에 없는데 아무런 이주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이냐"라며 “하루빨리 이주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전국 빈민 계급과 연대하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 할 것"을 선언했다.

 

관양동 철거민 대책위 소속 주민은 총 26명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 중 약 10명은 1992년부터 관양동 378번지 내에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꽃을 키웠다. 땅 주인에게 꼬박꼬박 임대료를 지불하고 세무서에 세금까지 내며 정상적인 영업을 했다고 한다. 또, 나머지 10명 정도는 주거를 해결하며 건설현장에서 ‘막일’ 등을 했고 다섯 명 정도는 무의탁 노인들이다.

 

주택공사에서 이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한 것은 지난 2004년, 이 지역이 국민 임대 아파트 개발 단지로 지정된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는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주택공사측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책위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오전 2시 30분 경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비닐하우스에는 약 26명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주거를 해결하던 주민들은 졸지에 갈 곳이 없어졌다.

 

이에 철거민 연합회 회원 약 45명은 불이난 당일 날인 14일, 안양시를 방문, 화재로 인해 당장 의식주 해결이 어렵게 됐다며 재난으로 처리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문제의 시설은 주택공사가 지난해 이미 보상을 공탁한 시설이기에 보상 의무가 없는데다, 무단 기거 등의 행위는 불법이기에  재난 및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다” 며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또, 시는 8월 18일 시청 1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 대책 및 구호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 같은 안양시 방침에 대해 주민들은 “말도 안 된다” 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이라면 시가 철거를 하고 거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어야 했는데 10년 이상 사는 동안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불법 운운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고 주장했다. 

 

또,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키우던 주민들은 땅 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세금까지 내면서 합법적으로 영업을 해 왔다” 며 "안양시가 나서서 피해 보상과 이주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동편마을

동편마을 ⓒ 이민선

동편마을 ⓒ 이민선

 

대책위에 따르면 안양시나 경찰은 전기누전으로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누군가 대책위 소속 주민들을 몰아내려고 방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승호 상임고문은 “불이 난 시간이 전기 제품을 거의 쓰지 않는 새벽 2시기 때문에 전기누전으로 불 날 일은 거의 없고 비도 많이 내렸다”고 17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문제의 택지개발지구 내에는 지난 겨울에도 10여 건의 불이 나 소방당국을 긴장시켰다. 

 

동편마을은 주택공사가 총면적 58만 5천 205㎡에 3,942세대의 주택을 오는 2011년 준공 한다는 방침 하에 지난 2월 대지조성공사에 착수했다.

 

집회는 이날 오후 3시 40분 경 끝이 났다. 집회 도중 대책위는 주택공사 관계자들과  접촉, 이주대책을 세우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대책위와 주공 관계자들은 다음주 목요일인 9월 25일 오후 2시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8.09.18 17:4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동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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