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낙구씨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딸(손해인)과의 공동작업이었기 때문에 해인이를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오승주
- 책의 머리말을 읽어 보니 집필 과정의 애환이 서려 있었다. 특히 이 출판사는 필자를 착취하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손낙구 씨는 <부동산 계급사회>를 집필하며 3개월간 출판사에 출퇴근하면서 라면을 함께 끓여먹었다. 그 전에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쓴 장화식 씨는 2개월간 이와 같은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책을 만들다 보면 필자와 편집자가 많이 다투기도 한다는 데 에피소드는 없었나?
편집자 : "필자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고 싶은 욕망이 있고, 편집자는 많이 읽히고 싶은 욕망이 있다. 서로 이러한 생각이 앞서가다 보면 다툼이 벌어진다. 하지만 손낙구 선생님은 19년의 '현장경험'이 있고 대중과 호흡하는 법을 출판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번 출판작업 전체를 지휘하게 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출판사에서 요청한 사항을 하루 만에 만들어오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손낙구씨는 편집자의 말을 들으며 "그게 옳은 주장이니까"라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 출판사보다 책을 잘 만드는 필자라. 참 재밌다. 이 책의 딜레마는 역시 통계가 아닐까 한다. 우석훈씨는 통계와 책 판매에 정비례 관계가 있다며 통계자료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부동산 계급사회>에 있는 '통계 처리'는 어떻게 했나?"정말 그렇다. 이 책에서 통계는 사실상 시작과 끝이다. 삽화, 퀴즈, 요약자료 등등의 조미료를 등장시킨 것도 통계 때문이다. 통계의 원소인 숫자가 독자를 괴롭힌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통계를 빼게 되면 이 책의 힘이 쫙 빠져버린다. 하지만 정공법으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취지는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반응이 아니겠나? 사실 통계도 통계지만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제목도 굉장히 위험한 발상 아닌가?편집자 : "제목은 4월에 처음으로 제기되었는데 장고 끝에 원 제목을 그대로 갔다. 그야말로 정공법이다. 책이 나온 후에 지인들이 나더러 '책 파는 거 포기했구나'하며 비아냥거렸다. 책을 팔기보다 이 책의 존재를 너무나 알리고 싶었다. 책에서 담은 문제의식이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통계와 숫자가 잘 받아들여졌다. 나오기 직전까지도 팔릴까 걱정을 했는데, 2주 만에 3천부가 나가 재판까지 찍게 됐다."
- 축하한다. 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따님의 '데뷔작'이기도 하지 않은가? "해인이(발바닥 그림을 그린 손낙구씨 딸)를 등장시킨 것 역시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다. 책을 읽히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중3이 알아볼 수 있게 쓰자는 것이 대원칙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통계자료와 그래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필요해서 해인이를 작업에 동참시켰다. 3개월 정도 그림 작업을 했는데, 데이터와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러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책 표지그림은 '퀴즈' 형식으로 돼 있는데, 원래는 대한민국 지도에 발바닥 인간 100명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각 계층의 표정을 일일이 넣어가며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막판에 '그림작가'가 그림을 빼라고 하니 출판사 디자인팀과 필자가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손낙구씨는 <부동산 계급사회>의 집필계기를 설명하며 '지식인들의 패배주의'를 경계했다. 동굴에 서식하는 인구가 11만명이 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자료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한 목사님이 찾아와서 손을 붙잡으면서 '이건희씨한테라도 말해서 그들을 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하며 간절히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가 조금만 협력하면 이들은 당장이라도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흔히 "경제는 심리다"라고 하는데, 손낙구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부동산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부동산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