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대책위 "박재완 청와대 수석이 명예훼손"

'천성산 터널 지연 2조 5000억 손실' 주장 재탕에 발끈...법적 문제 삼기로

등록 2008.09.24 09:40수정 2008.09.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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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청와대가 지난 7월 말에 낸 "대한민국의 좌표" 자료 일부.

청와대가 지난 7월 말에 낸 "대한민국의 좌표" 자료 일부. ⓒ 천성산대책위

청와대가 지난 7월 말에 낸 "대한민국의 좌표" 자료 일부. ⓒ 천성산대책위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벌였던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과 천성산대책위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부터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법적으로 문제 삼기로 했다.

 

손정현 천성산대책위 사무국장은 23일 "청와대에서 낸 자료와 박 수석이 한 발언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법원에 민사소송을 내든지, 아니면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도롱뇽소송(천성산 원효터널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사건)을 냈던 천성산대책위가 박 수석에 대해 발끈하고 나선 것은 최근 청와대에서 낸 자료와 박 수석이 한 발언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은 지난 7월 말 '대한민국의 좌표'라는 자료를 냈고, 그 내용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청와대 정책실은 그 자료에서 "설익은 민주화의 적폐"를 소개하면서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 2조 5161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재완 수석은 지난 7월 25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회에서 '설익은 민주화의 적폐' 사례로 "환경이 모든 것에 앞서야 한다. 반미가 모든 가치보다 우월하다"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 2조 5000억원의 비용을 지불했다"면서 "도롱뇽과 말이 통한다면 공사기간 동안 집단이주비를 줘 이주시키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천성산대책위,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 2조 5161억원'은 허구

 

천성산대책위는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 2조 5161억원'은 허구라 보고 있다. 일명 '2조 5000억 손실'은 천성산 터널 공사 찬반 논란이 한창일 때인 2005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자 몇몇 언론들이 인용보도하면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 뒤 천성산대책위는 '2조 5000억 손실'의 허구성을 밝혀내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천성산대책위는 2007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측에 몇 차례 공문을 보내 보고서 연구자와 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 뒤 지율 스님과 천성산대책위는 '2조 5000억 손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지율 스님이 낸 정정보도 요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도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4월 3일 '단식을 모독하지 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조 5000억 손실'을 거론했다. 지율 스님은 이 칼럼과 관련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했고, 이 신문은 지난해 9월 3일 '바로 잡습니다'를 냈다.

 

지율 스님은 올해 들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정정·반론보도문 게재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지난 8월과 9월 사이 두 신문사는 답변서를 제출했으며, 지율 스님은 오는 10월 법정에서 준비변론할 예정이다. 또 지율 스님은 <중앙일보>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해 놓았다.

 

이런 가운데 박재완 수석이 '2조 5000억 손실'을 다시 주장해, 천성산대책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천성산대책위는 "천성산 구간의 공기는 당초 예상보다 7개월 앞당겨졌고, 공사비는 발주 당시의 예산보다 5000만원 감소되었다"며 '터널 지연 손실 2조 5000억'은 허구라 주장하고 있다.

 

천성산대책위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당시 보고서는 '작성자 없는 유령 보도자료'였다"면서 "그동안 나온 '경부고속철도 공사추진 현황'과 '고속철도공단 건설사업 추진 현황 보고서'(2006년 11월 6일), '감사원 한국철도 재무감사 결과처분요구서'(2005년 8월)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2조 5000억 손실'은 허구였다"고 밝혔다.

 

손정현 사무국장은 "지율 스님이 천성산에 대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단식할 때, 박재완 수석은 2005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지율 스님 살리기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는 성명서에도 동참했다"면서 "누구보다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이번에 '2조 5000억 손실'을 주장해 법적으로 문제를 삼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8.09.24 09:40ⓒ 2008 OhmyNews
#박재완 #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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