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개병제는 정부에게는 전체 제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이며, 국민에게는 가능한 최대한의 복종이다 .. 《레프 톨스토이/조윤정 옮김-국가는 폭력이다》(달팽이,2008) 40쪽
‘전체(全體)’는 ‘모든’이나 ‘나라’로 다듬고, ‘유지(維持)하는’은 ‘지키는’이나 ‘이어나가는’으로 다듬습니다. ‘필요(必要)한’은 ‘꼭 있어야 하는’으로 손보고, “가능(可能)한 최대한(最大限)의 복종(服從)이다”는 “더없이 큰 복종이다”나 “헤어날 길 없는 복종이다”나 “그지없이 무거운 굴레이다”쯤으로 손봅니다.
┌ 극단적(極端的)
│ (1) 길이나 일의 진행이 끝까지 미쳐 더 나아갈 데가 없는
│ - 극단적 상황 / 일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 (2) 중용을 잃고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 - 극단적 행동 / 극단적 방법 / 극단적 표현 / 극단적인 태도 / 극단적으로 생각하다
├ 극단(極端)
│ (1) 맨 끝
│ (2) 길이나 일의 진행이 끝까지 미쳐 더 나아갈 데가 없는 지경
│ -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다 / 절망의 극단에 이르러 비로소
│ (3) 중용을 잃고 한쪽으로 크게 치우침
│ - 극단의 개인주의 / 극단의 강경파 / 극단에 치우치다 /극단으로 기울다
│
├ 가장 극단적인 폭력이며
│→ 가장 끔찍한 폭력이며
│→ 가장 무시무시한 폭력이며
│→ 가장 엄청난 폭력이며
│→ 가장 큰 폭력이며
└ …
보기글 낱말 한두 군데를 손질해 보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예 통째로 새로 써야지 싶습니다. “국민 모두가 군인이 되도록 하는 제도는, 정부한테는 나라틀을 지키는 데 가장 훌륭한 폭력이며, 국민한테는 자기 모두를 내버리며 끄달리게 하는 굴레이다.”
┌ 극단적 상황 → 막다른 상황
└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국어사전에 실린 ‘극단’과 ‘극단적’ 뜻풀이를 살펴봅니다. “한쪽으로 크게 치우친” 무엇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어사전 보기글에 “극단에 치우치다”가 실려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친’ 무엇이 ‘극단-극단적’인데, 보기글에 “극단으로 치우치다”를 실으면 이 보기글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 극단적 행동 → 끔찍한 짓 / 마구 날뛰는 짓
├ 극단적 방법 → 너무 지나친 방법
├ 극단적 표현 → 한쪽으로 치우친 말(생각/이야기)
├ 극단적인 태도 → 외곬수 매무새
└ 극단적으로 생각하다 → 외곬로 생각하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 처제가 있습니다. 처제는 6학년임에도 학교에서 영어를 배웁니다. 또 영어학원을 다닙니다. 영어학원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초등학생임에도 초등학생한테 알맞게 영어를 배우지 못합니다. 영어를 가르쳐야 마땅하다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눈높이와 생각과 삶에 맞추어 가르쳐야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알맞춤하게 배우고 가르치도록’ 짜여진 교육 틀거리가 아닙니다. 그예 막나가는 틀거리입니다. 아주 한쪽으로 치우친 얼거리입니다. 그만 아이 얼과 넋을 짓밟는 짜임새입니다.
한국말을 담는 국어사전이지만 한국말답지 않은 말을 실어 놓을 수밖에 없는 까닭을 이런 데에서 찾아볼 수 있으려나요. 사회가 사회답게 꾸려지지 못하고, 정치가 정치답게 굴러가지 못하며, 문화가 문화답게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저마다 자기한테 걸맞거나 알맞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자기한테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길을 가도록 놓아 주지 않습니다. 누구든 마음에 우러나서 일을 하거나 놀이를 즐기도록 풀어 놓지 않습니다.
참 엉망입니다. 너무 뒤죽박죽입니다. 아주 막나갑니다. 끔찍하게 한쪽으로 치닫습니다. 씨앗이 흙 품에 안겨서 썩어 뿌리가 내린 뒤에는 줄기와 잎과 꽃과 열매를 차근차근 맺어야 합니다만, 씨앗한테 줄기와 잎과 꽃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열매부터 맺도록 내몰고 있구나 싶은 우리네 삶입니다. 줄기를 올려야 할 때에는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워야 할 때에는 잎을 틔우며, 꽃을 피워야 할 때에는 꽃을 피워야 합니다.
내리고, 올리고, 틔우고, 피운 다음 맺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씨앗이 영급니다. 자연을 잃으면 사람은 무너지고, 자연을 버리면 사람 삶은 망가집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자연을 잃었다기보다 내팽개칩니다. 삶도 내팽개치고 문화도 내팽개치고 말도 내팽개칩니다. 스스로 무덤을 팝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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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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